입력 : 2024.08.23 10:23 | 수정 : 2024.08.23 11:04
[땅집고] “향후 2년간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고 말했던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달만에 8·8 대책을 통해 공급 물량을 쏟아냈다. 왜 갑자기 정책이 바뀐 것일까. 업계는 사라진 서울 시내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 6000가구에서 원인을 찾는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당초 추정치보다 크게 줄어든 것을 뒤늦게 파악한 정부가 향후 6년간 서울과 수도권에 42만 가구를 공급하는 ‘공급 폭탄’ 정책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22일 ‘서울 시내 아파트 입주전망’을 공개하며 상반기 기입주한 8739가구와 하반기 입주예정인 2만 2923가구를 포함해 올해 입주 물량은 3만1662가구라고 밝혔다. 지난 3월 서울시가 발표한 2024년 아파트 입주 물량에서 6235가구가 갑자기 감소했다.
서울시의 통계 오류를 뒤늦게 확인한 국토부가 허겁지겁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년안심주택 등 임대주택 대폭 감소
입주물량 감소는 청년안심주택 15곳 등 임대주택 사업이 지연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감소분 6235가구 중 4666가구가 청년안심주택이다. 아직 입주 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1702가구도 연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시 전략주택공급과 청년주택계획팀 관계자는 땅집고에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공사비가 인상되며 일부 사업장의 상황이 악화되어 입주가 지연되고 있다”며 “일반 분양 등 사업성을 추구할 수 있는 정비사업과 달리 청년안심주택의 여건이 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주택도시공사의 선매입 물량을 늘렸다”며 “청년안심주택 공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 시행 중”이라고 했다.
내년 입주 물량은 3월 발표 수치(4만8329가구)보다 1132가구 늘어난 4만9461가구다. 입주 예정 물량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올해 물량 중 6000가구가량이 이월되어 발생한 착시현상이다. 예정일뿐 실제로 입주가 이뤄진다는 보장도 없다.
매매가격 상승, 거래량 증가 등 상승기를 맞은 부동산 시장과 달리 건설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어 향후 입주 지연 주택 수가 늘어날 우려도 있다.
■ ‘고무줄 물량’ 서울시 예측 믿어도 될까?
서울시는 2023년 상반기부터 정비사업과 비 정비사업 부문을 나누어 1년에 2차례 입주 물량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발표 때마다 수치가 고무줄처럼 늘었다가 줄어드는 등 혼란을 가중시켰다.
시는 지난해 2월 2023년 입주 예정 물량을 3만4000가구로 예측했다가 상반기에는 4만 가구로 늘어났다. 2024년 입주 물량은 지난해 연말에 2만5000가구로 예상했다가, 3월에 갑자기 1만3000가구를 늘려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연도별 주택 입주 물량 통계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예년과 비교해 입주 예정 물량이 충분한지 비교할 수 없다.
부정확한 통계를 사용해 주택공급을 예측한 정부에도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 7월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임대주택 8765가구를 입주 물량에 포함시킨 서울시 통계를 활용해 주택공급을 예측했다.
반면 한국부동산원, 부동산R114는 올해 입주 물량을 임대주택이 빠진 2만9000여가구로 집계했다. 시는 타 기관 전망치와 약간의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해 “착공에서 준공까지 기간이 짧아 파악이 어려운 일반건축허가 예상 물량이 과소 집계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과거 실적을 토대로 추정치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은 “임대주택을 포함한 서울시 통계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서울시가 주택공급실적 부풀리기를 위해 부정확한 통계를 사용했고, 국토부는 검증 없이 그대로 사용했다”며 “국토부와 서울시가 물량 감소를 알고도 이를 감추고자 기존 통계를 사용한 게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조작과 오류로 점철된 주택 통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활용되는 통계는 이미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문재인 정부 때 부동산 정책의 주요 자료로 활용된 한국부동산원 통계는 수치가 조작돼 현재 관련자들은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국토부가 2023년 인허가 실적 4만가구, 착공 3만3000가구, 준공 12만 가구등 19만3000가구가 누락된 것을 확인하고 지난 4월 통계를 정정하기도 했다. 엉터리 통계에 기반한 주택 정책이 제대로 작동할리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승우 땅집고 기자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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