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8.20 07:30
[땅집고] 서울 강서구 마곡나루역 5번 출구에서 걸어서 30초면 닿는 초역세권에 들어선 ‘롯데캐슬 르웨스트’입니다. 이달 말 준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입니다. 건물 외관만 보면 아파트처럼 생긴 이 단지는 집으로 쓸 수가 없는 생활형숙박시설(이하 생숙) 입니다. 지하 6층~지상 15층 5개동 총 876호실 규모입니다.
최고 분양가가 전용 84㎡ 기준으로 16억원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던 2021년 분양 당시 분양가의 약 70%를 대출 가능하다고 홍보하면서 평균 경쟁률 657대 1을 기록하면서 전 가구 완판했습니다. 청약통장을 쓰지도 않고도 청약이 가능해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했던 건데요.
■ ‘애물단지’ 생숙, 주거 금지되면서 잔금 대출도 NO
생숙은 부동산 급등기 시절 아파트 대체재로 각광받았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2021년 10월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고 밝히면서 애물단지가 됐습니다.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을 하지 못하고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이행강제금을 피할 길이 없는데요. 정부가 올해 10월부터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고 밝힌 가운데, 전국 10만 가구 생숙 소유주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통상 계약자는 건물 준공 후 잔금 대출을 일으켜 등기를 치는데, 주거 사용이 금지되면서 잔금 대출 한도가 확 줄었습니다. 실제로 금융권은 생숙을 위험 상품으로 보고 아파트나 오피스텔보다 적은 한도의 대출 상품을 제공합니다.
최근 이 단지 시행사인 마곡PFV가 전 호실 계약자에게 보낸 금융 상품 안내 문자메시지(사진 첨부)를 보면, 롯데캐슬 르웨스트의 경우 1군 건설사가 초역세권에 지은 대단지임에도 불구하고, 2금융권 1개 은행만 대출이 가능합니다.
대출 가능 금액도 수분양자가 알고 있던 분양가 70%에 훨씬 못 미치는 분양가의 35%~50% 선입니다. 금리는 최소 5.5%인데요. 최근 주요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3% 대와 비교하면 훨씬 높습니다.
송민경 한국레지던스연합회 회장(롯데캐슬르웨스트 수분양자협회장)은 “거주가 되면 기존 집을 팔거나 전세금을 빼서 잔금을 내고 생숙에 들어갈 텐데, 입주해도 강제이행금 부담이 있다”며 “전입신고도 할 수 없어 자녀 학교 배정이 안 된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계약자 절반 이상은 실거주를 목적으로 생숙을 분양받았다”며 “투기꾼이 아님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 ‘1兆’ 대출금 폭탄은 계약자→시행사 이전, 난처한 롯데건설
이로 인해 수분양자와 시행사, 시공사 모두 난처한 상황이 됐습니다. 계약자가 잔금을 못 내면 시행사는 계약자들의 잔금 미납으로 인한 손실이 불가피합니다. 이 단지는 계약자가 계약금으로 분양가의 10%를 냈고, 중도금 60%는 시행사와 계약자 공동 대출입니다. 계약자가 중도금과 잔금을 못 갚으면 시행사가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공사인 롯데건설도 공사비를 제대로 받기 어렵습니다. 롯데건설은 시행사 마곡PFV의 최대주주이기도 합니다.
계약자들이 잔금 대출을 일으키고 입주하더라도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생숙을 주거용으로 썼다가는 강제이행금을 부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단지는 고분양가라서 수분양자의 이행강제금 부담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행강제금은 공시지가의 10%입니다.
롯데캐슬 르웨스트의 경우 준공 전이라서 아직 정확한 공시지가가 집계된 적이 없지만, 인근 아파트 동일 주택형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면 최소 수천만원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이 단지 전용 84㎡ 분양가는 14억7500만원~16억1000만원입니다. 롯데캐슬 르웨스트와 마곡서로를 기점으로 마주보는 ‘마곡엠밸리7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16억3000만원에 팔렸습니다.
2024년 1월 1일 기준 마곡엠밸리7단지 전용 84 공시가격 8억900만원~8억6100만원입니다. 이행강제금을 옆 단지 공시지가로 산정하면 8000만원이 넘습니다.
■ 용도변경 아니면 답 없어…마곡 생숙 운명 서울시 손에
이 단지는 이행강제금을 피하기 위해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을 진행 중입니다. 올해 상반기 강서구는 건물의 복도 폭 등이 오피스텔 건축 기준에 부합한다고 보고, 서울시에 지구단위계획 변경 심의를 요청했습니다. 서울시는 심의 결과, 용도 변경으로 민간사업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공공에 환원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계약자들은 생숙을 오피스텔로 바꾸거나 어려울 경우 준주택 인정을 통해 입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송민경 회장은 “정부가 오피스텔 용도변경 문을 열어줬다지만, 건축기준이 부합하는 생숙이 얼마 없다”며 “건축 기준이 미달이면 성능을 개선하거나, 생숙을 준주택으로 인정하는 방안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오피스텔은 피난로 확보를 위해 복도 폭을 1.8m로 했지만, 고시원(준주택)의 경우 복도 폭이 1m 미만인 곳도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과거 건축 기준만 주장하는 건 시대적 발상 오류”라고 지적했습니다.
■ “숙박수익 예상 안 되니 대출도 불발”…생숙의 결말은?
분양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나온 매물도 매수 문의가 뜸합니다. 분양 직후에는 웃돈이 붙은 가격에 팔렸어도, 지금은 산다는 사람이 없습니다. 인근 부동산에서는 생숙이 숙박시설로 규정되면서 금융권이 숙박 수입 규모를 따지고, 이로 인해 거래가 끊겼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강서구 마곡동 C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사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고, 가끔 매수 문의 전화가 와도 거래 성사시키기가 힘들다”며 “롯데캐슬 르웨스트의 경우 본인이 직접 세를 받는 게 아니고 중간 관리업체 H사를 통해 월세 수익을 받아야 해서 은행이 대출 승계를 안 해주려 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연봉이 7000만원이 넘어도 기존 대출이 있으면 대출 승계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행강제금 부담 위기에 놓인 생숙은 경기도 시흥 거북섬과 안산 반달섬, 남양주 별내지구, 전남 여수 웅천지구 등 곳곳에 있지만, 용도변경에 성공한 사례는 극히 일부입니다. 경기도 안양의 ‘평촌푸르지오센트럴파크’, 부산 해운대구’ 에이치스위트해운대’밖에 없습니다. 전체 용도변경 대상 생숙 9 만6000호실 중 1000여 호실로, 약 1%에 불과합니다. 남은 9만5000호실 중 숙박업 등록을 마친 5만 호실을 제외한 4만5000호실은 모두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입니다.
이들은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하거나 지금이라도 30호실씩 묶어 숙박업 등록을 해야 이행강제금을 피할 수 있습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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