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B증권 美 오피스 펀드 투자자들 "리스크 쏙 뺀 설명에 114억 날렸다"

[땅집고] “KB증권이 충성 고객 XX로 봤다”, “원금 손실 배상하라”

19일 오전 KB증권 본사 앞에 KB증권사가 판매한 해외 오피스 펀드 투자로 큰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들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KB증권이 판매한 미 뉴욕 빌딩 ‘마가리타빌 리조트 타임스스퀘어’ 펀드 상품에 투자했다가 전액 손실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 KB증권 투자한 美 빌딩 ‘3분의1 토막’…15명 개인 투자자 피해액만 ‘114억’

‘마가리타빌 리조트 타임스스퀘어’는 미국 뉴욕 7번가 560번지 타임스스퀘어 인근에 있는 연면적 1만 5793㎡ 규모의 32층 호텔이다.

2019년 하나증권은 이 마가리타빌 리조트의 메자닌(중후순위 대출)에 약 970억원을 투자한 후 2021년 글로벌원자산운용을 통해 펀드를 설정했다. 이후 KB증권 및 보험사 등 기관 4곳 이상에 셀다운(재매각)했다.

문제는 이 호텔이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실적이 악화해 헐값 경매에 넘겨진 것이다. 미국 부동산 개발사인 소호 프로퍼티가 고급 호텔로 개발했지만 2021년 9월 채무를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경매에선 당초 투자 금액인 4억 4000만달러의 3분의1에도 못 미치는 1억 5000만 달러에 낙찰됐다.

이에 이 오피스 펀드 투자 상품에 투자한 국내 기관·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판매사 중 KB증권이 기관과 개인에게 판매한 투자금 규모는 총 369억원 규모다. 투자자들은 원금 전액 손실이 사실상 확정됐다고 주장했다.

땅집고가 취재한 피해자 15명의 경우, 피해 원금만 총 114억원에 달하며 1인당 평균 10억~20억원 등의 손실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 투자자들, “KB증권, 펀드 위험성 쏙 빼고 판매해” 주장

최근 이 펀드 판매사 중 하나인 하나증권은 가입자들에게 손실액의 90%를 투자자에게 보상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KB증권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은 “애초부터 이 상품은 KB측의 불완전 판매 정황이 있으며, 손실액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투자자 A씨는 “이 상품을 기획한 자산운용사의 기획 자료에는 두 페이지 분량으로 이 상품에 대한 위험성 분석이 빼곡하게 적혔지만, 판매사인 KB 증권은 이를 누락하고 100% 안전한 상품임을 강조하며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 조건이 ‘준공’이라던 KB측의 설명과는 달리, 상품 기획안 자료를 보면 ‘준공 후 감정평가액 변동에 따라 리파이낸싱에 실패할 수 있다는 위험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표기되어 있다”며 “당시 은행은 ‘준공 및 LTV 80%’를 조건을 요구했으나 이러한 내용은 투자 설명서에서 모조리 빠졌다”고 했다.

A씨는 “우리는 KB증권의 충성고객이고, 어떤 분은 길게는 40년씩 자산을 맡겨왔다”며 “가입 당시에는 VIP라더니, 손실이 확산하자 보인 KB증권의 행태에 실망을 크게 느꼈다”고 했다.

이에 대해 KB증권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누락됐다고 주장하지만, KB증권은 판매할 당시 해당 리파이낸싱 요건 등 위험성에 대해 모두 설명했다”며 또 “지난해 3월 KB증권은 선제적으로 투자자들에 대한 지원금을 마련해 지급하는 등 펀드를 정상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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