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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펜 학습지회사가 '110조' 일본 실버타운 1위로 우뚝 선 이유

    입력 : 2024.08.19 14:27 | 수정 : 2024.10.07 16:50

    [땅집고] 일본 고령자 임대주택 1위 사업자는 한국으로 치면 빨간펜 학습지 회사라고 할 수 있는 학연(学硏)그룹이다. 1960~80년대 일본에서 초중학교 학습교재와 방문 판매로 유명한 기업이었다. 1946년 학습지 출판사로 출발한 학연그룹은 여성판매원이 각 가정을 방문, 학습지를 가르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때 당시 초등학생 3명중 2명이 학연그룹의 교재를 사용할 정도였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는 학습지 회사부터 무너뜨렸다. 1조7000억원까지 치솟았던 매출이 1990년대 7900억원까지 급락하면서 . 직원감축, 본사 빌딩 매각 등 초비상이 걸렸다.

    학연그룹이 운영하는 실버주택/홈페이지


    경영위기의 탈출구가 노인 주거 및 간병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학연이 2004년 출범한 회사가 학연코코팬(cocofump)이다. 이 회사는 현재 210개동 1만786가구의 고령자 임대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 건설사, 보험사, 출판사 등 다양한 업체들이 실버주택분야에 진출해 있다. 많은 업체 중 학연그룹은 일본의 실버주택의 대중화를 선도한 업체이다.

    학연그룹이 실버주택에 진출할 당시 중산층 평균연금(150만원 내외)으로 거주하면서 간병 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임대주택이 시장에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 창업멤버인 학연 코코팬의 고바야카와 히토시(小早川仁)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의 목표는 시설이 아니라 프라이버시를 배려하는 임대 주택”이라며 “고액의 입주금이 필요 없이 24시간 365일, 무언가 일이 발생하면 필요한 의료나 개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주택”이라고 말했다.

    [땅집고] 학연그룹이 운영하는 노인주택 내부. /학연그룹 홈페이지


    실버주택 대중화의 선구자

    보통 학연 코코팬의 노인임대주택은 27㎡~54㎡ 규모의 50여 가구로 구성된 단일 건물이다. 직원이 상주하면서 방문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면 원하면 하루 세 끼의 식사도 제공한다, 학연그룹의 노인주택 모델은 일본 정부가 2011년 도입한 ‘서비스 지원형 고령자용 주택(사코주, サ高住)’ 의 모델이 됐다. 사코주는 민간이 정부에서 건설 보조금(가구당 약 1100만원)재산세·취득세 감면, 대출 혜택(사업비의 최대 100%) 등의 지원을 받아 짓고, 사회복지사 등이 상주하는 주택이다. 보증금 없이 일반 유료 시니어타운보다 저렴한 월세에 공급된다. 정부의 지원으로 일본 전역에 이런 사코주가 도입 10만에 28만6000가구로 늘었다.

    학습지 기업이 관련 없는 분야에 진출해 1위 기업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뭘까. '학연'이라는 이름과 브랜드 파워이다. 주 고객층이 80대 후반에서 90대 정도인데, 그들의 자녀는 대부분 60대이다. 60대는 학연의 학습지로 공부한 세대이다. 학연에 대한 신뢰와 브랜드파워를 파고든 것이다. 둘째 자금조달방식의 다양화이다. 학연그룹은 노인주택을 리츠 부동산 펀드 등을 활용해서 유동화한다. 정부가 각종 세제지원을 하기 때문에 투자자 유치도 어렵지 않다. 일본의 노인주택이 대량 공급된 배경은 학연과 같은 선도적 기업과 정부의 지원이 시너지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보통 기업들이 타 업종에 진출할 경우, 입수합병을 먼저 시작한다. 학연그룹은 처음부터 자체 인력으로 시작, 고령자 주택의 운영 구조, 요양 서비스와의 결합 등 시행착오를 겪으며 독자적인 사업구조를 마련했다. 일본 정부가 제도화한 서비스 지원형 고령자용 주택(사코주, サ高住)도 어쩌면 학연그룹의 시행착오가 만든 작품이다.

    지역포괄케어 시스템 구축으로 사업다각화

    학연의 또 다른 목표는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의 구축이다. '0세부터 100세 이상의 모든 사람이 지역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도시 만들기'이다. 지역 주민 중에는 노인뿐만 아니라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길 곳이 없어 고민하는 사람,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출산을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한 시설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홈페이지에는 ‘사람을 지원하고 마을과 사회를 만들자’라는 구호가 장식하고 있다. 학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령자 주택에 어린이집, 학습관, 아동발달지원센터 등 육아 지원과 관련된 시설을 함께 배치하고 있다. 학연 코코팬의 홈페이지에는 “학생을 위한 학원, 성인을 위한 평생 대학, 치매 예방 교실을 개설하는 등, 태어나서부터 삶의 마지막을 맞이할 때까지 누구나 익숙한 지역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우리 목표”라고 했다. /차학봉 땅집고 기자 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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