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8.19 07:30
[땅집고] 8.8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의 오름폭이 더 커지면서 오세훈 서울 시장의 플랜B라는 토지거래허가제도의 확대지정이 임박했다. 문제는 토지거래허가제도의 풍선효과이다. 토지거래허가제도의 ‘풍선효과’ 연구 결과가 눈길을 끈다. 규제지역과 대체관계가 얼마나 높은지, 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에 따라 가격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인근지역에 미치는 풍선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특정 지역에 대한 장소 기반 정책인 토허제로 묶인 규제지역과 대체 관계, 거리에 따라 부동산 시장 가격 변동 양상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2016년 6월부터 2021년 6월까지의 서울 아파트 가격 자료를 바탕으로 김하영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이 작성했다.
집값이 폭등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용산구 한남동, 마포구 일대 등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9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택공급 확대 브리핑에서 신고가 발생 지역으로 허가구역 확대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토허제 확대에 대한 찬반양론이 대립하는 가운데 규제 지역 주변 집값을 띄우는 일명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2020년 6월 정부는 과열지역에 대한 투기수요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국제교류복합지구와 인근지역인 대치·삼성·청담동, 송파구 잠실동을 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후 서초구 반포동, 용산구 한남동 등의 아파트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론적으로는 특정지역이 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풍선효과와 전이효과의 상대적 크기에 따라 인근지역 부동산 가격은 상승과 하락 모두 가능하다. 전이효과는 규제 지역 부동산 가격이 변동 흐름이 인접 지역으로 전이하는 효과다.
허가구역 경계선을 기준으로 0~500m 거리에 있는 아파트 단지 가격이 구역 내 가격 하락의 영향을 받은 가격전이효과가 나타났다. 보고서는 “허가구역과 인접한 비규제지역에서 풍선효과에 대한 통계적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고, 허가구역 인접지역의 매매가격은 가격전이효과로 인해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허가구역 지정 여부와 무관하게 서울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음에도 인접지역으로 전이효과가 나타났다. 허가구역 경계선을 기준으로 500m 이내로 안쪽에 있는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와 바깥쪽에 있는 도곡동 ‘도곡렉슬’ 84㎡(이하 전용면적) 가격은 비슷한 수준이다.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래미안대치팰리스는 지난 6월 32억8000만원, 도곡렉슬은 7월 32억원에 거래됐다. 2023년 1월 각각 29억8000만원, 23억5000만원까지 하락했다가 상승했다.
그러나 대체 관계가 높은 지역이 지리적으로 인접하지 않으면 가격이 상승했다. 삼성, 대치, 청담동에서 직선 거리로 4~5㎞ 가량 떨어져 있는 반포동 일대 ‘아크로리버파크’, ‘래미안원베일리’ 등에서 엄청난 폭등세를 보인 이유다. 아크로리버파크와 래미안원베일리 84㎡는 지난 6월 각각 50억원, 49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보고서는 “해당 지역에 대한 수요를 직접적으로 억제하는 토지거래허가제는 재산권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책목표를 일정 부분 달성했다”면서도 “규제지역과 대체지역이 지리적으로 인접하지 않을 경우 대체지역에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장소기반 정책이 정책목표 달성에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결론내리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승우 땅집고 기자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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