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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된 아파트도 '이것' 있으면 고급 실버타운 못지 않죠"

    입력 : 2024.08.13 11:05

    [시니어 하우징 멘토를 만나다] 최령 컨설팅랩이엘 대표

    일반주택→어르신 친화 주택 개조해
    익숙한 집에서 안전하게 노후 보내야

    [땅집고] “강남 할머니가 갈 실버타운이 없다고 계속 짓는 게 답일까요? 그들이 오래 살았던 집에 안전바가 있는지, 단차를 없앴는지 등을 확인하고 이런 공사를 한다면 익숙한 곳에서 실버타운 효과를 누릴 수 있죠. 일본에서는 재건축 안전진단을 할 때 이런 항목을 함께 조사합니다.”(최령 컨설팅랩이엘 대표)

    [땅집고]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센터 초대 센터장을 역임한 최령 컨설팅랩이엘 대표./ 김서경 기자

    노인 인구 1000만 시대, 실버타운수요가 급증하면서 산업계 전반이 실버타운 사업에 뛰어드는 것과 달리, 업계에선 실버타운 바람이 아무리 강하게 불어도, 고령자 주택 수요를 충족시키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짙다.

    우리나라는 단 7년만에,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에서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그러나 전국 노인복지주택 수는 2018년 이후 3개 늘어나는 등 수요 대비 공급 속도가 더디다.

    공급 속도를 올리기도 어렵다. 서울은 대부분 지역이 개발돼 빈 땅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비수도권에서는 실버타운 필수 조건인 병원 접근성과 대중교통 편의성을 갖춘 곳이 드물다. 그렇다면 실버타운 공급난을 이대로 지켜만 봐야 하는 걸까.

    [땅집고] 한미글로벌디엔아이가 선보이는 '위례 심포니아' 견본주택 내 화장실과 현관에 안전바와 접이식 의자가 설치된 모습. /김서경 기자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센터 초대 센터장인 최령 컨설팅랩이엘 대표는 기존 집의 ‘실버타운 화(化)’를 주문했다. 최 대표는 “어르신이 사는 집을 안전바 부착이나 단차 조정으로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고, 지역 별 커뮤니티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고령자가 원하는 내 집에서 늙어가기(AIP·aging in place)와 실버타운 공급대란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대표 주거학자 중 한 명인 최 대표는 연세대 주생활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나라여자대학교에서 노인주거·시설계획 분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일본 개호보험과 실버타운 문화가 자리잡던 시기, 일본에서 노인 주거 환경에 대해 연구했다. 1990년대부터는 국내 주요 대학에서 주거학을 가르쳐왔다.

    다음은 최 대표와 일문일답.

    [땅집고] 일본 북해도 UD 공영주택(2010년 기준·벽식주택 편복도형 주동 사례)을 휠체어 사용 어르신이 이용할 수 있도록 수정한 사례. /컨설팅랩이엘

    - 노인 주거 환경 전문가로 꼽힌다. 어르신을 위한 집이란?

    “낙상과 쇼크사 같은 모든 불상사를 최대한 예방하는 집이다. 나이가 들면 몸과 마음이 예민해진다. 바닥 단차, 허리춤을 넘는 싱크대처럼 평생 익숙했던 주거 환경 안에서 미세한 자극만으로 몸이 균형을 못 잡고 쓰러진다. 매년 어르신 수만명이 미세한 온도 차이만으로 쇼크사한다. 가구는 물론, 집 안의 온도와 사용하는 도구의 높이까지 어르신의 몸에 맞춰야 한다.

    이런 것을 최근에는 ‘유니버셜 디자인’이라고 한다. 남녀노소, 장애유무 상관없이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땅집고]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센터 초대 센터장을 역임한 최령 컨설팅랩이엘 대표가 어르신친화주택에 대해 말하고 있다. /김서경 기자

    -일반 주택을 어르신 친화 주택으로 바꿀 때 중요한 것은?

    “집은 어르신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자,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다. 특히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거나 목욕하면서 미끄럼 사고가 많이 난다. 넘어져도 잡고 일어설 수 있게 안전 손잡이를 부착하는 게 필요하다.

    신발을 신으려다 넘어지는 경우도 있다. 앉아서 신발을 신을 수 있는 간이 의자나 공간을 배치하고, 단차가 큰 곳에는 발판·지지대를 배치해야 한다. 이런 도구를 배치하는 것만으로 사고율이 줄어든다.

    자다가 화장실에 두세 번 가는 어르신이 많은 만큼, 침대 인근에 센서 기능이 있는 등을 붙이는 것도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빛이나 소리에 반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강한 빛을 내는 직접등 보다는 은은한 간접등이 좋다.”

    [땅집고] 고령 인구를 위한 주택 개보수 기준. /컨설팅랩이엘

    - 그럼 기존 집에 안전바·전등을 그냥 달아도 되나.

    “아무 벽에 도구를 설치하는 것은 위험하다. 하지만, 벽걸이TV처럼 보강이 된 벽에는 손잡이를 달 수 있다. 개인적으로 건설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누가 그 집에 살더라도 손잡이 같은 안전 장치를 설치했다가 뗄 수 있도록 집을 지을 때부터 벽에 이런 보강재를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 연령에 필요한 도구를 설치할 수 있는 집을 지었다면 ‘실버타운 대란’은 없었을 것이다.”

    - 아이들을 위한 집과 어르신을 위한 집의 차이점은?

    “두 계층은 공통적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주거학 측면에서 아이들과 어르신은 모두 약자로, 다른 세대보다 주거 쾌적성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필요한 주거 환경은 다르다. 아이들에게는 두뇌·신체 발달 자극을 주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높낮이가 다른 공간을 통해 다양한 공간감 느끼도록 해주는 것이다. 어르신들은 휠체어로 대문부터 방 안쪽까지 갈 수 있게 단차가 없는 공간이 필요하다.”

    [땅집고] 국토교통부 최저주거기준에 따른 가구구성별 최소 주거면적 및 용도 별 방의 개수. /국토교통부

    - 어르신 친화 주택 늘릴려면 어떤 것부터 해야 하나.

    “60년 전 수준인 ‘최저주거기준’을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이 먼저 진행돼야 한다. 정부가 ‘적어도 이정도의 주택을 보급하라’는 의미로 제시한 기준인데, 신혼부부 기준 26㎡(7.8평)다. 현 상황에 맞게 주택 기준을 고치고, 고령자 가구에는 손잡이나 도구를 설치를 권고하는 내용도 담아야 한다.

    일본은 이 기준을 점점 상향하는 추세다. 아울러 일본은 30년된 주택을 개조할 때 단차가 있는지, 어르신이 이 집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는지 함께 살핀다. ‘무(無)장애화’ 주택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한국도 재건축 안전진단만 할 게 아니고, 기존 주택을 어르신 친화 주택으로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땅집고] 일본의 무장애 주택 관련 조사 결과 및 현황. /컨설팅랩이엘

    - 한국에서 어르신 친화 주택 수요가 있을까.

    “물론이다. 내 집보다 좋은 실버타운은 없다. 모든 고령자를 시설로 모시는 것도 불가능하다. 실버타운을 계속 짓되, 기존 집을 개조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실버타운 커뮤니티를 젊은 세대도 함께 누릴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어르신들은 여러 세대와 교류할 때 더 즐겁다.

    일본에 주거학을 공부하러 갔을 때 마침 실버타운 붐이 일었고, 일본에서 논문을 마무리할 시점에는 최대 570호실을 갖춘 실버타운이 나왔다. 그러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200호실 미만 ‘유닛 케어’ 시스템이 정착했다. 일본 실버타운 문화가 꽃을 피우게 된 계기다. 대형·최신식 시설이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 사회가 어떤 고령자 주택을 지을지 고민해야 한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 운영 전문가 과정>


    땅집고는 최근 늘어나는 시니어 부동산 개발 니즈에 맞춰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과 운영 전문가 과정(3기)’을 오는 8월 28일 개강한다. 올해 2월, 5월 순차적으로 개강한 1기, 2기는 조기 마감했다. 이번 과정은 시행사나 건설사, 자산운용사, 건축설계회사, 투자회사, 감정평가회사, 공기업, 공공기관 등 기업 회원이 대상이다.

    강의는 현장 스터디 3회를 포함해 총 18회로 진행한다. 금융권 최초 요양사업 전문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의 이상욱 본부장은 ‘시니어 시설과 요양시설 수익화를 위한 사업성 검토 및 개발’이라는 주제로 시설 관련 제도와 관련 법규, 입지 선정 전략 등을 공유한다.

    황문영 종근당산업 벨포레스트 사무국장은 시니어주거와 요양시설의 차이점과 운영 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한다. 전국 실버타운을 직접 방문해 생생한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공빠TV’의 문성택씨는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기존 실버타운 개발 사례를 집중 소개한다.

    강의는 매주 수요일 오후 4시~6시30분이며, 수강료는 290만원이다. 땅집고M 홈페이지(zipgobiz.com ▶바로가기)에서 신청하면 된다. (02)6949-6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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