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8.12 14:03 | 수정 : 2024.08.12 14:16
[땅집고] “정부의 8·8대책이 당장 잠실 일대 아파트 가격이나 거래에 큰 영향은 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재건축 규제 완화는 주목해야 한다. 법 개정까지 이뤄져 사업 속도가 빨라지면 상급지 갈아타기 욕구가 커져서 신축, 구축을 가리지 않고 잠실 집값이 폭등할 수 있다.” (잠실동 김세빈공인중개사사무소 김세빈 대표)
집값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가 폭발적이었다. 지난 8일 정부가 발표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영향을 받아 집값이 다시 한번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이 뒤따른다. 아직 피부에 와닿는 변화는 없지만, 폭등장이 다시 열릴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 잠실 ‘엘리트’ 신고가 속출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잠실동의 대단지 아파트에서 신고가가 속출했다. 일명 ‘엘리트’라고 불리는 ‘잠실엘스’, ‘잠실리센츠’, ‘잠실트리지움’에서 7월 들어 신고가 거래가 7건이 나왔다.
잠실엘스 84㎡는 지난달 22일 27억원에 거래돼 2021년 10월 이후 3년여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단지 119㎡는 7월 18일 36억7000만원에 팔렸다. 잠실리센츠는 59㎡ 22억5000만원, 84㎡ 26억5000만원, 98㎡ 28억8000만원으로 신고가 거래됐다. 잠실트리지움에서도 59㎡ 20억3000만원, 84㎡ 24억6000만원, 114㎡ 28억원 등 최고가 기록이 나왔다.
송파구 잠실동 일대는 집값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지역이다. 강남구, 서초구와 함께 강남 3구로 묶이지만,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아 실거주 수요가 높은 곳이다.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실거주의무가 있는 곳임에도 최근 거래량이 많다. 엘리트 3개 단지의 7월 매매는 엘스 21건, 리센츠 27건, 트리지움 18건 등이다.
■ 8·8대책이 집값 자극? “아직 변화 조짐 없어”
다만 8월 들어 분위기는 소강상태다. 정부의 8·8 부동산 대책 발표의 영향도 미미하다. 여름휴가 시간이 겹친 데다 이미 이뤄질 거래는 마무리됐다는 것이 잠실 일대 중개업소들의 분석이다.
잠실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6~7월에 집값이 확 뛴 후에는 잠잠하다. 당시에 호가가 1억~2억원 정도 올랐는데 그 매물들이 지난달까지 다 소진됐다”며 “정부 대책 발표 이후 변화 조짐도 당장은 없다. 매수 문의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파트 매매가는 집값 상승기였던 2021년 수준까지 회복했다가 최근 전고점을 돌파했다”며 “상당수가 강동구 등 주변 지역에서 상급지 갈아타기한 경우다. 최근 갈아타기 거래도 얼추 마무리된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 재건축 완화가 집값 폭등 ‘뇌관’
8·8 대책 중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가 집값 폭등을 부추길 수 있는 뇌관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송파구가 투기과열지구로 묶여있어 용적률 혜택 등 재건축 규제완화의 수혜가 크지 않겠지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 논의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갈아타기 수요를 자극해 집값을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잠실동 김세빈공인중개사사무소 김세빈 대표는 “정부 대책이 잠실에 큰 영향은 주지 않겠지만, 재건축 관련 내용은 주목해야한다”며 “이번 대책에 이어 법 개정까지 이뤄져 인근 재건축 단지 사업 속도가 빨라진다면 상급지 갈아타기 욕구가 커져서 구축, 신축을 가리지 않고 잠실 집값이 폭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송파구는 강남 3구 중 집값 변동이 가장 먼저 시작하는 곳이다. 최근 분위기를 보면 실수요자가 주도하는 시장은 막바지에 왔다”며 “재건축 규제완화는 투자, 투기 등 가수요를 끌어들여 가격을 폭발적으로 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잠실 일대 재건축 단지는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신천동 ‘잠실장미’을 향한 관심도 뜨겁다. 지난 11일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 재건축을 확정한 잠실장미는 매수 문의가 부쩍 증가했다.
제일공인중개사사무소 김은숙 대표는 “최근 며칠 사이 장미아파트를 매수하고 싶다는 문의 전화가 굉장히 많았지만, 지금은 매물이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정부의 8·8대책 영향이라기보다는 서울시의 신통기획 확정 발표가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승우 땅집고 기자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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