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8.09 07:30
[땅집고]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급상승하면서 시장이 과열인 것과 달리 분양 시장이 침체를 겪고, 집값도 하락세인 곳이 있습니다. 바로 경기 평택시입니다. ‘삼성 도시’로 알려지면서, GTX 호재 등을 앞세워 경기도 최남부권에 위치했음에도 한때 부동산 투자 분위기가 뜨거웠는데요. 지금은 미분양 지옥이 됐습니다.
■ 여의도 면적 개발부지 ‘화양지구, 미분양 무덤으로 전락
서평택에 위치한 화양지구입니다. 평택 서동대로 옆 허허벌판에 고층 아파트가 연달아 들어서고 있고, 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도 최고 29층 높이의 아파트를 짓고 있습니다.
민간주도 도시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화양지구에서 분양한 총 14개 단지 중 9개 단지가 모두 청약 미달 사태를 맞았습니다. 올해 5월 분양한 ‘신영지웰 평택화양’은 총 992가구 모집에 21건 청약이 들어왔습니다. 전체 물량 중 청약 접수가 2%밖에 안 된 겁니다. 올해 4월 '평택화양 서희스타힐스 센트럴파크 2차' 역시 369가구 모집에 29건 청약에 그쳤습니다.
화양지구는 민간주도 도시개발사업지 중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서울 여의도 면적에 버금가는 약 279만㎡로 조성합니다. 향후 개발이 완료하면 2만여 가구에 5만3000여 명이 거주합니다.
분양 시장이 침체인 가운데 분양 물량도 쏟아지면서 미분양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투자자가 없는 가운데 실거주를 고민하는 사람들도 청약 통장을 쓰지 않고 무순위 청약 이른바 줍줍을 노리는 상황입니다. 경쟁률이 워낙 낮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건데요.
동호수를 무작위로 추첨하는 일반청약보다 이른바 ‘줍줍’을 하면 동호수는 물론 원하는 타입을 골라서 살 수 있어 더욱 유리합니다. 이런 식으로 일부 물량만 소진되고 있습니다.
경기 평택시 안중읍 화양미소공인중개사사무소 정미숙 대표는 “화양지구는 실거주를 염두하는 사람들도 청약 통장을 쓰지 않는다”며 “미분양 난 단지에서 좋은 동·호수를 고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60% 이상”이라고 말했습니다.
경기 평택시 안중읍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역시 “인구 대비 주택 공급 물량이 많아 미분양이 크게 늘었다”라며 “고덕신도시는 청약 통장을 써야 신축 아파트를 살 수 있지만, 화양지구에서 통장을 쓰면 ‘바보’라고 하는 이유”라고 했습니다.
■ 지제역 반도체밸리·브레인시티도 미분양
평택에서는 화양지구 외에도 가재지구와 지제역 인근, 고덕신도시에서도 새 아파트 분양이 활발하지만, 결과는 비슷합니다. 삼성전자를 내세워 부동산 급등기 시절 경기도 아파트 매매 거래량 1위를 차지했던 평택이 미분양 지옥이 됐습니다.
1호선과 SRT가 지나는 지제역에서 차로 5분 가량 떨어진 가재지구에서 나온 3개 단지(지제역반도체밸리 풍경채, 쌍용, 해링턴)는 모두 본청약에서 완판하지 못했습니다. 가재지구에서 약 1㎞ 떨어져 있는 브레인시티의 분양 단지 3개도 현재 선착순 계약을 진행 중입니다.
평택 미분양 주택 수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 봐도 상당합니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경기도 미분양 주택 수는 9956가구로, 대구를 제치고 전국 미분양 주택 수 1위를 기록했는데요. 이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3289가구로 집계된 평택 미분양 물량입니다. 경기도 전체 미분양 물량의 3분의 1을 차지했습니다. 사실상 평택으로 인해 경기도가 미분양 지옥 대구를 넘어선 것입니다.
■미분양 적체에 기존 아파트도 하락추세
미분양 적체가 심해지면서 기존 아파트 가격도 상승 동력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고덕국제신도시파라곤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6억8500만원에 팔렸습니다. 2021년 11월 9억6000만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3억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고덕제일풍경채더퍼스트’ 전용 84㎡ 역시 2021년 9월 9억2700만원에 팔렸지만, 최근에는 이보다 3억원 넘게 하락한 6억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평택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고덕신도시 아파트 역시 맥을 못추고 있습니다. 지제역 역세권 일대 아파트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경기 평택시 세교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정부가 서울 지역 부동산 규제를 풀었으니, 사람들이 서울에 관심이 많지 않겠나”며 “현재는 평택이 (투자처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 평택 미분양 단지, 서울 열기 넘겨받을까
평택 부동산 시장을 두고 입주 물량이 워낙 많아서 평택 아파트 가격이 당분간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현지 중개업소에서는 오히려 지금이 저점 매수 적기라고 판단한 수요자 중심으로 일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수도권 집값이 상승 열기가 퍼지고 있는데다, 중도금 무이자 혜택 등 금융 혜택을 지원하는 단지를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소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기 평택시 안중읍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주도 그렇고, 주말에는 미분양 물건을 찾는 이들이 많다”며 “단지 당 6~7채가 거래된다”고 했습니다.
입주 시점이 다가오면서 브랜드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분양권 거래도 제법 이뤄지는 것도 전망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아직 높은 가격의 분양권 프리미엄이 형성되지는 않았지만,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삼성전자와 GTX 개통 등 굵직한 호재까지 품고 있는 평택이 서울과 과천, 판교에 이어 부동산 온기를 이어받을 수 있을 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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