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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300만원 버리는 꼴, 무늬만 호텔식 실버타운이 넘친다"

    입력 : 2024.08.05 14:45 | 수정 : 2024.08.06 17:07

    [땅집고] “하이엔드 시설로 포장해 월 300~400만원씩 받지만, 어르신을 위한 운영과는 너무 거리가 멉니다. 실버타운 공급 부족만큼 심각합니다.”

    정부가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민간 주도 실버타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국내에서 운영하는 실버타운은 총 43곳이다. 실버타운 입주 세대도 총 1만 가구가 안 된다. 김덕현 전 KB골든라이프케어 본부장은 “실버타운 공급을 늘리는 방향은 맞지만, 운영·서비스 측면에서 과연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땅집고] 김덕현 전 KB골든라이프케어 본부장은 "43곳에 불과한 국내 실버타운의 공급을 빨리 늘려야 한다"면서 "대신 무늬만 호텔식 실버타운이 아닌 입주 어르신을 위한 진정한 실버타운이 개발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고급 실버타운인 '분당 더 헤리티지' 시설장을 역임했다. 다음달 4일 땅집고 시니어주거 개발 과정에서 '하이엔드 시니어주거와 중저가 시니어주거시설' 운영전략 비교분석을 강의한다. /강태민 기자

    그는 “피트니스·수영장·골프연습장·영화관 등 각종 인프라 시설을 갖추고 월 수백만원의 생활비를 받지만 어르신 별로 맞춤형 운동 처방이나 식단 제공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건설사나 증권·금융사를 중심으로 실버타운에 대한 개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 전 본부장은 “아직 국내에서는 경쟁자가 없는 유망한 시장이라 해외 사례나 운영 전략 등을 꼼꼼히 따져보면 ‘사업성을 갖춘’ 실버타운을 운영할 수 있다”고 했다.

    다음은 김 전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국내 인기 많은 실버타운은 입주 대기만 3~5년이다. 40여 곳에서만 운영되고 있어서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실버타운 공급이 부족한 이유는 공급자 측면과 수요자 측면을 나눠봐야 한다. 우선 사업 주체는 노인주거복지시설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별로 없다. 노인에 대한 서비스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수익성, 사업성 분석이 취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에 대한 확신도 없다. 수요자들은 이용료가 비싸고, 입주 대기도 길다는 인식이 많다. 또 입주하려고 알아봤지만 막상 갈 만한 곳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복합적인 요인 탓에 그동안 공급이 크게 늘지 못했다.”

    -국내 실버타운이 운영은 잘 되고 있는 편인가

    “일단 실버타운 인프라 구축을 다 해놓는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입주한 어르신이 사용하지 않는 시설들이 많다. 예를 들어 피트니스클럽에 각종 운동시설을 다 갖춰놨는데 정작 어르신들이 제대로 이용을 하지 못한다. 근력 운동, 유산소 운동 등 본인에게 맞는 ‘운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신체 능력 평가를 통한 운동 처방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존에 살던 집에서 생활 방식과 노인복지주택은 달라져야 한다. 그러려고 노인복지주택에 들어오는 건데 달라진 게 없다. 국내에 43곳의 복지주택이 있는데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일반 아파트 커뮤니티센터에서 여가 활동하는 정도에 그친다. 집이나 복지주택이 똑같다고 하면 굳이 매달 몇 백만 원씩을 내고 복지주택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

    -실제로 잘 만든 수영장을 이용하는 사람도 없다고 하더라

    “과거에도 제가 근무한 실버타운에선 25m 4개 레인을 갖춘 수영장을 운영했다. 수온을 사람의 체온에 맞게끔 높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 나다. 그런데 정작 그 수영장을 이용하는 어르신이 2~3명 뿐이었다. 어르신에게 왜 이용 안 하냐고 물어보니 “이 나이에 누가 옷을 벗고 수영장에 들어가냐”고 반문하셨다. 할아버지보다 할머니 이용률이 훨씬 더 낮았다. 수영장보다 근육이나 관절을 강화시켜줄 수 있는 특화된 아쿠아리움 형태가 훨씬 적합하다. 수영장 갖췄다고 홍보도 하고, 돈은 돈대로 썼지만 정작 이용을 하는 사람이 없다. 지금도 이런 일이 실버타운에선 비일비재하다.”

    -실버타운 운영을 잘 하려면 인력 등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 아닌가

    “운영의 질을 높이려면 수익성이 낮아지고, 수익성을 높이면 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게 돼있다. 결국 자본이 있는 기업이 참여를 해줘야 한다. 복지주택은 부동산 개발 사업과 같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투자 비용이 들어간다.

    -수익성을 위해 실버타운 세대 수, 규모도 중요할 것 같은데

    “어느 정도의 세대수를 갖추면 식대는 당연히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입주민의 월 생활비와 식대를 줄여주려면 어느 정도 세대가 유지돼야 한다. 식사 기준으로 보면, 하루에 식수(食數)가 1200이 기준이다. 실버타운에 300세대(500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치면, 하루 1000식이 넘게 나간다. 이 정도 규모가 돼야 식당 운영도 효율적이고, 입주민 식대 부담도 적다.”

    -수익을 낼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이 있다면?

    “국내 실버타운도 각종 인프라 시설은 구축이 잘 돼있다. 위탁 운영을 통해 임대수익을 내는 것도 방법이다. 사우나·피트니스·골프연습장·식당·편의점 등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수익이 크게 좌우된다. 위탁 운영 측면을 고려해도 실버타운 규모가 작으면 안 된다. 300세대 이상은 갖춰야 임차인 입장에서 보증금, 월 임대료를 내더라도 거기서 영업을 하려고 할 것이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 운영 전문가 과정]


    땅집고는 최근 늘어나는 시니어 부동산 개발 니즈에 맞춰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과 운영 전문가 과정(3기)’을 오는 8월 28일 개강한다. 올해 2월, 5월 순차적으로 개강한 1기, 2기는 조기 마감했다. 이번 과정은 시행사나 건설사, 자산운용사, 건축설계회사, 투자회사, 감정평가회사, 공기업, 공공기관 등 기업 회원이 대상이다.

    강의는 현장 스터디 3회를 포함해 총 18회로 진행한다. 김이진 전 시니어스타워 재무운영본부장은 시니어타운 개발과 운영 수지 분석 방법을 알려준다. 서울시 초대 유니버셜디자인센터장을 지낸 최령 컨설팅랩이엘 대표는 어르신의 사용성을 극대화한 인테리어에 대해 설명한다.

    황문영 종근당산업 벨포레스트 사무국장은 시니어주거와 요양시설의 차이점과 운영 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한다. 전국 실버타운을 직접 방문해 생생한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공빠TV’의 문성택씨는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기존 실버타운 개발 사례를 집중 소개한다.

    강의는 매주 수요일 오후 4시~6시30분이며, 수강료는 290만원이다. 땅집고M 홈페이지(zipgobiz.com ▶바로가기)에서 신청하면 된다. (02)6949-6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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