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동탄역 롯데캐슬 줍줍, 분양권 잘못 샀다 쫓겨난 매물이었다

[땅집고] 역대 최다 인원인 약 300만명의 청약 신청자가 몰린 경기 화성시 오산동 ‘동탄역 롯데캐슬’의 이번 무순위 물량은 매수자가 원당첨자의 부정청약 사실을 모른 채 분양권을 구입하면서 청약 시장에 나오게 됐다.

‘로또급’ 시세 차익이 예상되면서 청약 시장에는 광풍이 불었지만, 분양권 매수자는 해당 물건의 부적격 취득 사실이 발각되면서 공급 계약을 취소당했다. 매수자는 집을 돌려받기 위해 사업 신탁사와 소송까지 벌였지만 결국 패소했다.

2일 동탄역 롯데캐슬 사업 시행사인 롯데쇼핑에 따르면, 이번 무순위 물량은 원당첨자의 부정청약 사실이 적발돼 기존 계약이 취소되면서 청약 시장에 나왔다. 이른바 ‘줍줍’이라고 불리는 무순위 청약은 청약이 끝나고 나서 미분양이나 계약 취소분 등으로 남은 주택 물량을 추첨에 부치는 것을 뜻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동탄역 롯데캐슬 사업 신탁사인 하나자산신탁과 분양권 매수자 사이 소송에서 하나자산신탁이 2023년 1월 승소하면서 공급 계약이 취소됐다”고 했다.

■’부정청약’ 확인 시스템 없어 피해자 늘었다

동탄역 롯데캐슬 분양권 매수자가 피해를 본 이유는 현재 청약홈 등 정부가 제공하는 온라인 시스템에서 부정청약 여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행사가 검증 단계에서 서류 조작 등 부정 정황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매수자 역시 거래 과정에서 이를 인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동탄역 롯데캐슬 분양권 매수자의 계약이 취소된 건 ‘주택법 제25조’에 의해서다. 주택법 제 25조에 따르면 부정한 방법으로 주택을 공급받는 경우 이미 체결된 주택의 공급계약을 취소해야 한다. 선의의 매수인이 매수한다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는 소유권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처럼 부정청약으로 인해 소유권을 잃는 피해자들이 늘자 국토교통부는 2021년 3월 주택법을 개정했다. 부정행위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입주권 혹은 분양권을 취득하는 경우, 해당 사실을 소명한다면 공급 계약을 취소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 개정안은 법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2021년 9월 10일 이후 분양한 단지에 적용되는데, 동탄역 롯데캐슬의 경우 2017년 12월 분양을 진행해 주택법 개정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 분양권 잘못 샀다가 집 뺏기고 소송전까지

앞서 동탄역 롯데캐슬 외에도 과거 원당첨자의 부정청약으로 인해 분양권 매수자가 소송전을 벌이며 피해를 당한 사례가 있다. 2016년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자이’ 분양권을 구입한 매수자들은 시행사로부터 4년 6개월 만에 돌연 시행사로부터 분양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뒤늦게 원당첨자의 부정 청약이 무더기로 적발되면서다. 당시 부정청약자들은 부산이 비규제 지역으로 분양권 전매제한이 없다는 점을 악용, 브로커와 공모해 청약에 나섰다.

하지만 마린시티자이 분양권 매수자들은 법원이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공급 계약을 유지했다. 이 단지는 2016년 분양한 아파트로 주택법 개정안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선의의 피해자가 26명에 달하는 등 피해 규모가 커 국토부와 관할 지자체인 해운대구의 지원을 통해 예외적으로 소유권을 지킬 수 있었다.

김진구 서원법무법인 변호사는 “동탄역 롯데캐슬 분양권 매수자의 경우 원당첨자를 상대로 일정 부분 손해배상청구를 진행할 수 있지만, 배상액이 원래 매수자가 얻을 수 있었던 시세 차익보다 훨씬 작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소송에 드는 비용이나 시간은 물론 살던 집을 빼앗긴다는 자체가 큰 피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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