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와 방배동 로또분양, 차익은 '20억vs5억'인데 분양가 비슷한 이유

[땅집고] 올해 하반기 강남3구에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은 이른바 ‘로또 차익’ 아파트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7월 말 ‘래미안 원펜타스’가 스타트를 끊었죠. 이어서 8월 중순에는 ‘디에이치 방배’가 바통을 이어 받아 본격 분양에 나선다고 합니다.

‘디에이치 방배’,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5구역을 재건축하는 아파트인데요. 일단 강남권 입지면서 총 3000가구 넘는 대단지고요, 분양가는 34평 기준 22억원대에 나왔습니다. 주변보다 최대 5억원 정도 저렴하게 책정돼서 기본적으로 관심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합니다.

‘래미안 원펜타스’와 ‘디에이치 방배’가 워낙 비슷한 시기에 분양하는 데다가, 같은 서초구 아파트라서 비교를 안할 수가 없는데요.

그런데 분양가를 들여다보니까 좀 신기한 점이 있습니다. 언제부터 반포동이랑 방배동 분양가가 이렇게 비슷했지?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가 최고 23억원대인데, 방배동 ‘디에이치 방배’는 22억원대로 두 아파트가 1억원 차이밖에 나지 않더라고요.

반포동은 서초구에서 완전 최중심! 대장 입지입니다. 북쪽으로 한강 끼고 있고, 강남업무지구 접근성도 좋고, 지하철도 황금노선인 3호선이랑 9호선 지나고요.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을 ‘래미안 원베일리’, ‘아크로리버파크’ 집값이 40억~50억원에 달할 정도로 비쌉니다. 그야말로 서초구 중에서도 서초구 입지죠.

반면 방배동은? 물론 좋은 동네지만, 반포랑 비교하면 한강하고 멀고요. 생활권도 물리적으로 동작구 사당에 가까워서 서초구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만큼 집값도 반포동에 비하면 저렴해요. ‘방배 그랑자이’가 26억원, ‘방배 롯데캐슬 아르떼’가 22억원대에 거래되고 있거든요. 반포동 아파트의 거의 반값 수준이죠.

분명 지자체(서초구청)가 이런 주변 시세를 고려해서 분양가 심의를 진행했을텐데, 그럼 주변 집값에 따라서 분양가도 그만큼 차이나야 하는 거 아닐까요? 왜 ‘래미안 원펜타스’랑 ‘디에이치 방배’ 분양가는 1억원 차이밖에 나지 않는 걸까요?

그 이유는 바로 각 조합의 택지비 감정평가 신청 시점이 3년이나 차이나기 때문이더라고요.

지금 서초구는 강남·송파·용산구랑 같이 전국에서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받는 몇 안되는 지역입니다. 그래서 정비사업 조합이 분양가를 마음대로 높일 수 없고, 지자체 산하 분양가심의위원회가 제시하는 적정 금액을 받아서 분양가를 결정해야 해요.

분양가는 크게 땅값이랑 건축비로 두가지로 구성하는데 이 중 땅값이 70~80%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건축비가 나머지 20~30%입니다. 그러니까 택지비를 많이 인정받을수록 분양가가 높아져서 조합에 유리한 구조죠.

그런데 현행법상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들은 이 택지비 감정평가를 딱 한 번만 진행할 수 있어요.

‘래미안 원펜타스’가 서초구청에 택지비 감정평가를 신청한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인 2021년 5월. 그러니까 2021년 수준의 지금보다 낮은 땅값을 인정받았겠죠. 정작 분양은 2024년 7월인데 너무 빨리 신청해버린거에요. 그래서 조합은 평당 분양가로 7500만원을 원했지만, 올해 서초구청으로부터 받아든 분양가는 6736만원. 34평 기준으로 최고 23억원대로, 주변 아파트 시세와 비교하면 20억 차익이 벌어지는 로또 아파트가 되어버렸습니다.

반면 ‘디에이치 방배’는 올해 2월 택지감정평가를 접수했습니다. 엄청 최근이죠. 그래서 올해분 땅값을 다 인정받은 금액을 가지고 평당 6496만원 분양가를 받아냈고요. ‘래미안 원펜타스’랑 비교하면 3.5% 차이밖에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감정평가일로부터 딱 6개월 만인 올해 8월 분양에 나서게 된거에요.

이렇다보니까 20억 로또라고 난리였던 ‘래미안 원펜타스’ 분양가를 접하다가 ‘디에이치 방배’ 분양가를 보니 좀 비싸게 느껴진다는 말도 나와요.

아직 단지 근처에 비교할 만한 신축 대단지 아파트가 마땅히 없어서 비교군이 애매하기는 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방배 롯데캐슬 아르떼’(2013년·744가구)가 22억~23억원에 실거래되고 있는데 이 곳이랑 비교하면 차익이 1억원 남짓밖에 안되고요. 또 ‘방배그랑자이’(2021년·758가구)가 올해 6월 26억원에 팔린것보다는 4억원 정도 차이밖에 안나거든요. 분양가상한제라서 주변보다 싸긴 하지만 막 그렇게 엄청나게 대단한 로또라는 느낌은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오는 8월 중순 분양하는 ‘디에이치 방배’에 고가점자, 청약가점이 84점 만점에 가까운 사람들이 청약 통장을 쓰기에는 좀 아깝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일례로 ‘래미안 원펜타스’를 비롯한 다른 강남 단지들이 반값 아파트, 최소 10억 이상 시세차익이 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있겠죠. 그래도 기본적으로 서초구면서 대단지 아파트기 때문에 청약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을거에요.

앞으로 서울 강남권에 이 정도 규모, 이 정도 상품성 갖춘 아파트 분양이 많지 않기도 합니다. 총 3080가구 매머드급 단지면서 지하철 4·7호선 이수역이랑 7호선 내방역까지 도보 5분, 2호선 방배역까지 10분 걸릴 정도로 가까운 지하철역도 여러개 있고요.

무엇보다 대형건설사인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가 붙어있잖아요. 그만큼 단지 설계, 조경, 커뮤니티 시설 모두 엄청나게 고급화해서 짓겠죠. 지금 서초구에서 ‘디에이치’가 붙은 단지는 ‘디에이치 라클라스’(삼호가든3차 재건축)랑 ‘디에이치 클래스트’(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정도인데요. 모두 반포동 입지입니다. 이번에 분양하는 ‘디에이치 방배’가 방배동에서는 최초로 디에이치를 붙이게 된 거에요.

현대건설에 물어보니까 강남3구, 한강변 단지를 중심으로 디에이치 브랜드 적용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지역별로 대장주가 될 만한 곳에도 디에이치를 붙인다고 해요. 방배동에서는 약 3000가구에 달하는 ‘디이에치 방배’가 이 일대 정비사업 구역들과 비교하면 훨씬 규모가 크기 때문에 디에이치 브랜드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이런 ‘디에이치 방배’가 들어서면 그동안 서초구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방배동 일대, 이수·사당역 일대에 대한 체감상 이미지나 입지가 확 치고 올라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디에이치 방배’ 소식은 구체적인 입주자모집공고 나오면 다시 한번 자세히 소개해드릴게요.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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