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7.26 07:30
[시니어 트렌드 읽기] 정인환 새턴바스 대표 “나이들수록 욕조가 중요한 이유는…”
[땅집고] “전 세계 할머니, 할아버지가 ‘내 집에서 나이들기(AIP·Aging In Place)’를 원하면서 건축가는 고령자를 위한 집을 지으려고 합니다. 욕실의 핵심인 욕조도 이 추세를 따라가야 해요. 특히 욕조는 초고령화 시대에 더욱 중요해질 겁니다. 근력이 없는 고령자는 운동 대신 반신욕을 통해 노폐물을 배출할 수 있어요.”
한샘·리바트·아메리칸스탠다드 등 욕실 자재 기업이 만들지 못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욕조다. 올해 창립 35년을 맞은 새턴바스는 국내 1위 욕조 제조 기업이다. 이 회사 욕조는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나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안다즈 서울 강남’처럼 고급 호텔이나 신축 아파트에서 볼 수 있다.
새턴바스가 최근 선보인 고령친화형 욕실 ‘케어링 컬렉션(Caring Collection)’이 주목받고 있다. 욕조부터 세면대, 수건장, 거울 등 욕실 전반에 고령자를 배려한 설계를 적용한 것. 욕조에 손잡이와 입구가 있고, 내부는 계단처럼 단차를 뒀다. 기존 욕조의 경우 들어가려면 다리를 50㎝ 올려야 했다면 이 욕조는 30㎝만 올려도 된다.
케어링 컬렉션은 올 3월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독일의 ‘IF 디자인 어워드 2024’에서 본상을 받았다.
정인환 새턴바스 대표는 한국 욕실 문화를 발전시키고 싶은 갈망이 컸다고 했다. 그는 “1980년대만 하더라도 화장실은 집 밖에 있었지만, 1990년대 아파트가 보급되면서 집 안으로 들어오는 혁명이 일어났다”며 “하지만 화장실 면적과 배치 방법은 30년 넘도록 그대로이고, 타일이나 수전처럼 인테리어 자재 디자인만 달라졌다”고 했다.
정체된 욕실 문화가 아쉬운 이유는 또 있다. 욕실은 의식주에 꼭 필요한 곳이면서 어르신 낙상이 많이 일어나는 곳 중 하나다. 누구에게나 안전한 욕실을 만들고 싶은 정 대표를 만나 시니어 주거와 욕실에 대해 들어봤다.
-초고령화 시대에 욕실이 더 필요한 이유는.
“욕실과 화장실을 분리해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번째는 낙상 방지다. 노인들은 자다가 화장실에 자주 가는데 이 때 넘어지는 사고가 많다. 침대에서 화장실이 바로 눈에 띄거나 가깝게 해 이동 거리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게다가 욕실은 대개 물을 쓰는 곳이다. 노인은 소량의 물기에도 미끄러지기 쉽다.
인지능력이 저하하거나 근육량이 감소한 노인이라면 격한 운동으로 땀을 흘리기가 어렵다. 요양보호사가 매일 몸을 닦아주더라도, 노폐물 배출로 이어지진 않는다. 반신욕을 하면 크게 힘들이지 않고, 몸에 쌓인 독소를 뺄 수 있다. 욕실이 필요한 두번째 이유다.
여기서 더 노화가 진행되면 혼자 몸을 씻는 것도 힘들다. 쇠약한 어르신을 샤워부스에 세워놓고 씻길 수도 없지 않나. 아이를 씻기듯 욕조를 이용해야 한다.”
-고령친화형 욕실 특징은.
“손잡이가 있는 욕조와 세면대까지 이동하면서 잡을 수 있는 안전 손잡이, 높낮이 조절 세면대, 기울임 거울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바닥에는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깐다.
욕조 손잡이 옆에는 턱을 낮춘 입구가 있고, 욕조 바닥은 계단처럼 내려가는 모양이라서 사용자는 일반 욕조보다 다리를 덜 들어도 된다.
높낮이 조절 세면대는 수돗물에서 나오는 압력을 통해 움직여 콘센트가 필요없다. 수압 관련 특허를 가진 기술자가 만든 작품이다.”
-가격은 어느 정도인가.
“판매가격은 300만원을 넘는다. 고령친화형 욕조 원가는 일반 아파트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욕조보다 배 이상 비싸다. 흔히 ‘인조 대리석’이라고 부르는 고품질 천연합성 소재를 틀에 넣고 찍어내는 방법으로 제조한다.
이 소재는 대부분 가정에서 쓰는 아크릴 욕조보다 질감이 부드럽고 세균 번식 억제 효과가 있다. 친환경적이고, 보온성이 향상된 소재라는 것도 장점이다. 주로 아가페(Agape) 등 유럽 명품 욕조에서 쓴다.”
-고령자를 위한 욕실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가격보다 면적 확보가 중요하다. 현재 화장실 면적에서 가로, 세로 각각 1m만 더 늘리면 충분히 쾌적한 욕실을 만들 수 있다. 이른바 호캉스를 집에서도 누리는 것이다.
욕실 면적이 지금보다 넓어지면 전 생애 대응 욕실을 만들 수 있다. 나이가 들면 당연히 인지 능력이나 신체 능력이 떨어지지만, 노인들이 스스로 용변을 보고 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돌봄 지원을 덜 받는다.
제대로 된 욕실만 있어도 시니어타운이나 요양원보다 더 좋은 어르신 친화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살던 집에서 노인들이 머물 수 있도록 집을 개조해야 한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 운영 전문가 과정]
땅집고는 최근 늘어나는 시니어 부동산 개발 니즈에 맞춰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과 운영 전문가 과정(3기)’을 오는 8월 28일 개강한다. 올해 2월, 5월 순차적으로 개강한 1기, 2기는 조기 마감했다. 이번 과정은 시행사나 건설사, 자산운용사, 건축설계회사, 투자회사, 감정평가회사, 공기업, 공공기관 등 기업 회원이 대상이다.
강의는 현장 스터디 3회를 포함해 총 18회로 진행한다. 김이진 전 시니어스타워 재무운영본부장은 시니어타운 개발과 운영 수지 분석 방법을 알려준다. 서울시 초대 유니버셜디자인센터장을 지낸 최령 컨설팅랩이엘 대표는 어르신의 사용성을 극대화한 인테리어에 대해 설명한다.
황문영 종근당산업 벨포레스트 사무국장은 시니어주거와 요양시설의 차이점과 운영 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한다. 전국 실버타운을 직접 방문해 생생한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공빠TV’의 문성택씨는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기존 실버타운 개발 사례를 집중 소개한다.
강의는 매주 수요일 오후 4시~6시30분이며, 수강료는 290만원이다. 땅집고M 홈페이지(zipgobiz.com ▶바로가기)에서 신청하면 된다. (02)6949-6190.
▶월세 300만원인데 대기만 300명?! 초고령화 사회 한국, 시니어 주거 시설은 턱 없이 부족, 블루오션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 ☞ 땅집고M
▶독보적인 실전형 부동산 정보, 국내 1위 부동산 미디어 땅집고 앱에서 쉽게 보기 ☞클릭!
▶꼬마 빌딩, 토지 매물을 거래하는 새로운 방법 ‘땅집고 옥션’ ☞이번달 옥션 매물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