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7.17 14:07 | 수정 : 2024.07.17 14:43
정부의 102만가구 공급 계획, LH 상반기 실적 14.4%
국토부, 전세사기 등 LH에 떠넘기면서 업무 마비
LH 인력 10% 감소, 3년간 900명 휴·퇴직
국토부, 전세사기 등 LH에 떠넘기면서 업무 마비
LH 인력 10% 감소, 3년간 900명 휴·퇴직
[땅집고] “정부가 LH에 주문하는 수십만가구 주택 공급,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LH 임직원 업무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더 이상의 주택 공급 확대 발표는 허수에 불과하고, 결국 부동산 정책 실패만 불러올 겁니다.”(장효수 LH 노동조합위원장)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1억7000여만원까지 오르면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집값 뿐 아니라 전세가격까지 동반 상승하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핵심 지역 위주로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이에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하라고 주문했다. 아직 건설부동산 경기가 침체돼있어 민간 건설사가 아파트 건설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공공인 LH가 주택 공급을 보완해야만 집값이 안정된다는 논리다. 이런 정부 방침에 이한준 LH 사장은 올해부터 2년 동안 공공주택을 총 11만가구 착공하고, 같은 기간 매입임대주택도 12만가구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LH 조직 내부에선 이런 추가 주택 공급 업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장효수 LH 노동조합위원장은 “당초 LH가 윤석열 정부 임기 동안 공공부문에서 102만가구를 공급하기로 했으나 인력 부족 등 문제로 올해 상반기까지 실적이 14.4%에 그칠 정도로 저조하다”며 “당초 계획했던 물량도 달성하기 어려운데 정부가 맡기는 사업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업무 과중이 극에 달한 상태다”라고 호소했다.
땅집고가 장 위원장에게 현재 LH 조직 내부 사정에 대해 들어봤다.
-이번 정부 들어 LH의 주택 공급 실적은.
“2022년 6월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내 주택 27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 중 38%인 120만 가구를 LH가 담당하기로 계획돼있다.
그런데 취임 후 지난 2년 동안 LH 주택 공급 실적이 형편없다. 올해 상반기까지 달성률이 14.4%(14만8000여가구)에 불과할 정도다. 과거 2017~2020년에는 LH가 매년 평균 6만7000여가구 사업승인하고, 7만1000가구 착공했는데 실적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친 것이다. 특히 올해 들어 7월 중순까지 실적은 분양·임대주택 사업승인 및 착공 실적이 모두 목표치의 1%에도 못미치고 있다.”
-공급 실적이 가라앉은 이유는.
“인력 부족 문제가 가장 크다. 2021년 임직원 신도시 땅 투기 사태 이후 지난 3년간 정부가 LH 혁신안을 세 차례나 발표하면서 인력·조직이 크게 축소됐다. 연간 900명 정도가 휴·퇴직하고 있을 정도다. 2020년까지만 해도 9683명에 달하던 직원 수가 올해 1분기 기준 8769명으로, 3년여 만에 10%가량 감소했다.
그런데도 정부가 LH에 요구하는 업무는 폭증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벌어지는 각종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LH에게 마련하라고 주문하면서다. 주택 공급 뿐 아니라 부동산PF 부실 사업장 매입, 전세사기 지원, 대구 신공항 SPC 등 굵직한 현안이 온통 LH로 집중되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시조성과 주거복지 등 주요 사업비가 2018년 16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28조3000억원으로 1.7배 증가했다.
도시개발·정비사업 측면에서 보면 과거 대비 업무가 매우 복잡해졌다는 문제도 있다. 예전에는 대규모 택지개발 위주로 진행했는데 최근에는 도심복합사업, 공공재개발·재건축, 소규모 정비사업 등 사업 방식과 사업장 수가 다양해지면서 총 공급 물량은 같아도 사업을 추진하는 데 더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해졌다.”
-윤석열 정부가 임기 내 약속했던 주택 공급을 달성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가 LH를 중심으로 주택 공급을 확대해 시장을 안정시킨다는데, 서류상 일단 착공 처리할 순 있어도 실제로 공사에 들어간 물량은 매우 적다. 마치 실패한 정책인 ‘사전청약’(아파트를 공사하기 전 청약자부터 미리 모집해두는 방식)과 같은 개념으로 주택을 공급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현재 LH 업무 과다로 주택 실착공을 앞당기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정부가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공급 정책을 연달아 내놓는다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추후 ‘대국민 사기’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우려된다. 또 이런 책임을 LH로 전가하면서 국민 신뢰를 잃는 일이 반복될까봐 걱정이다.”
-LH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점은.
“가장 먼저 인력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혁신안에 따라 감축된 정원을 즉시 회복해야 부동산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후 인력 이탈과 사기 저하를 개선하기 위해 징벌적 경영평가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LH 직원들이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빠른 조직 회복이 이뤄지기를 바란다.”/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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