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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장관의 치명적 오판…정부만 눈 감은 집값 상승 6대 근거

    입력 : 2024.07.17 10:54 | 수정 : 2024.07.17 11:34

    전세계적 집값 상승추세, 박상우 국토부 장관만 부인하나
    금리인하, 경기회복, 공급부족, 외국인 특수 등 상승 근거 많아
    시장 상황 솔직하게 인정후 대책 세워야 문재인정부 실패 방지

    [땅집고] “집값, 추세적 상승 아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의 최근 발언은 정말 불필요했다. 장관은 물론 대통령의 발언이 집값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은 문재인-노무현 정부에서 수도 없이 검증됐다.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장관과 대통령이 직접 집값이 ‘오른다’, ‘내린다’를 언급하지 않는다. 오랜 정책 경험을 통해 집값 전망을 하는 것은 스스로 바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최근의 집값 과열에 대해 추세적 상승이 아니라고 주장했다./조선DB

    집값을 결정하는 변수는 금리, 유동성, 수출, 심리, 주택 공급 등 너무나 다양하다. 집값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다. 그래서 책임있는 장관이나 대통령이 예측을 하지 않는다. 틀릴 경우, 개망신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의 신뢰성’도 함께 날아간다. 어쩌면 전세계적인 불문율이다. 그런 불문율이 있는지 없는 지도 모르는 나라가 바로 한국과 중국이다.

    향후 집값을 단정할 수 없지만, 장관의 단언과는 달리 추세적 상승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는 수도 없이 많다. 이미 세계적으로 금리인하 움직임, 공급부족 등으로 집값이 바닥을 치고 강세장으로 전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부동산 컨설팅회사인 나이트프랭크(KnightFrank)가 최근 발표한 1분기 글로벌 주택 가격 지수에 따르면 56개국의 평균 연간 가격 상승률이 3.6%에 달했다. 나이트프랭크는 “2022년 초부터 전세계적으로 급격히 상승한 이자율의 영향으로 침체기를 겪던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별로 불가리아(16%), 폴란드(13%), 콜롬비아(12%), 대만(10.5%), 그리스(10.4%) 등이 연간 기준으로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런 세계적 추세에 한국 국토부 장관만 눈을 감고 집값은 안정될 것이라고 외친다면 문재인 정부의 김현미 장관과 뭐가 다른가

    세계적인 경제위기, 초인플레이션의 재연으로 인한 고금리 전환 등의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집값이 상당기간 상승랠리를 지속할 수 있다, 이에 대비해야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볼 수 있다. 전세계적인 시장상황을 나 몰라라 하고 모래에 얼굴을 처박고 집값 안정만 외친다면 문재인정부 시절의 절망적 상황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현재의 주택시장은 과거의 전통적인 시각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일종의 주택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처해 있다. 집값은 오르는데 공급은 감소하는 특수상황이라는 점을 정부는 인정해야 한다.

    다음은 집값이 상승 추세로 들어서고 있다는 6대 근거이다.

    ① 금융장세의 본격화

    부동산은 금리에 민감한 상품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코로나 집값 대폭등은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와 유동성 살포가 유력한 원인이었다. 당시 한국에서는 집값 폭등을 높고 ‘투기꾼 책임론’과 ‘규제로 인한 공급 부족론’ 논쟁이 벌어졌다. 그러나 알만한 학자들은 금리인하가 집값을 밀어올렸다는 데 큰 의의가 없었다.

    코로나 종식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한 금리인하로 집값 조정기가 본격화됐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다. 미국이 9월 기준금리 인하가 유력해지면서 세계 각국의 시장 금리가 낮아지고 있다. 한국의 최근 집값 상승세도 시장금리의 인하 영향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 부동산 시장에서 일종의 금융장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② 주택 스태그플레이션과 공급 감소효과

    문재인 정부의 공급부족을 비판하며 집권한 윤정부에서 사상 최악의 공급절벽에 부딪혔다. 한국 정부의 정책무능 탓만은 아니다. 코로나 기간에 풀린 과잉 유동성,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으로 인한 초인플레이션과 이를 잡기 위한 고금리 정책으로 주택건설 자체가 힘들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등 주요국가에서 공통으로 공급감소가 발생했다.

    보통 집값이 폭등하면, 주택 공급이 획기적으로 늘어나 과잉공급 상태가 돼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사이클을 그린다. 그래서 코로나 집값 폭등이후 고금리로 인해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집값 폭락이 아니라 조정정도에 그쳤다. 미국은 모기지 금리가 2%에서 7%대로 치솟았는데도 집값이 거의 하락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공급감소 효과가 집값 폭락을 막은 유력한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주택시장은 과거의 전통적인 시각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일종의 주택 스테크플레이션 상황에 처해 있다. 효과적인 정책을 펴기 어렵다.

    ③ 반도체 특수 등 경기회복의 본격화

    한국 경제를 좌우하는 것은 반도체이다. AI 특수로 SK하이닉스, 삼성전자가 특수를 누리기 시작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올해 수출은 2022년의 6836억달러를 넘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초인플레이션 등이 마무리 되는 것은 경제에 호재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 AI특수를 통해 다시 한번 도약의 기회를 잡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집값은 결코 경기와 무관하지 않다. 전세계 집값이 강하게 반등했지만, 독일, 홍콩 등은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침체 탓이다. 홍콩은 경제 성장 둔화로 인해 지난 12개월 동안 11.6%의 가격 하락을 기록했다. 경기회복에 의한 집값 급등은 자연스러운 경제현상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공급 확대를 통해 늘어난 주택수요를 뒷받침해서 상승폭을 낮추는 것이다.

    ④ 외국인 수요의 본격적 유입

    요즘 주택 가격에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된 것이 이민특수이다. 호주의 집값이 강세를 보이는 것도 미국의 집값이 폭락하지 않는 것도 코로나로 중단된 이민의 회복이다. K 팝과 K드라마 덕분에 한국에는 외국인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더군다나 외국인 관광객들의 본격적인 유입도 집값에 큰 영향을 준다. 버블 붕괴이후 집값 장기침체를 겪었던 일본이 외국 관광객 특수로 도쿄뿐만 아니라 지방도시까지 집값이 급등했다.

    [땅집고] 지난 2년간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주요 주택 공급 계획 /김리영 기자

    ⑤ 주택 정책 신뢰성의 붕괴

    문재인 정부 시절 정부와 거꾸로 하면 된다는 말이 부동산 시장에서 상식으로 통했다. 문재인 정부만큼이나 윤정부의 주택정책 신뢰성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역대 정부 최고라는 270만가구 공급계획을 발표하면 큰소리를 쳤지만, 결과는 거의 사상 최악의 공급 절벽이다. 국민들에게 주택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특수 상황으로, 공급이 어렵다는 점을 솔직하게 발표했다면 신뢰 자체는 붕괴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마치 주택공급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통계가 공급축소를 매일 매일 보여주는데 국민들에게 그런 사탕발림 거짓말이 통하겠는가. 거기다가 사전청약아파트의 갑작스러운 취소, 빌라 전세시장의 붕괴 등 정책적 파탄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3기 신도시 공급 일정의 지연도 마찬가지이다.

    ⑥ 골든타임 놓친 규제완화

    현정부 이후 과표 조정 등을 통해 종부세 부담을 크게 낮췄다. 올들어 정부가 종부세폐지론을 들고 나오고 야당인 민주당이 이에 화답하면서 고가 주택수요가 되살아나고 있다. 종부세완화 등 규제완화는 집값 하락기에 일사천리로 풀어야 부작용 없이 효과가 높다. 그런데 규제완화 속도가 너무 늦어지면서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집값 상승기로 접어들면서 재건축 규제완화, 종부세 완화 등은 불 붙은 집값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수 있다.
    주택 공급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집값 상승기에 공급정책은 정부가 주택 부족을 시인하는 것으로 시장은 받아들이고 집값 상승에 방아쇠를 당길 뿐이다.
    /차학봉 땅집고 기자 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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