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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초고층 집착증'에 20년 공터 DMC랜드마크, GBC는 또 무산?

    입력 : 2024.07.16 09:20 | 수정 : 2024.07.16 11:30

    [땅집고]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 55층 2개 동 설계를 두고 서울시가 105층 원안 변경 시 사전협상을 취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결국 현대차그룹이 백기를 들었다. 현대차그룹은 55층 설계안을 철회하고 공공기여 요건과 디자인을 보강해 연내 새 설계안을 내놓겠단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설계 변경으로 2014년 부지 매입 후 10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던 사업이 본격화하는 듯했으나 서울시의 강경책이 또 한 번 발목을 잡게 됐다.

    지난 8일 서울시와 현대차 등에 따르면 양측은 GBC 설계 변경안에 대한 추가 협상을 올해 안에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현대차그룹은 기존에 제출한 ‘55층 설계변경안’ 철회 공문을 시에 접수하고 상징성과 공공성을 강화한 설계안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땅집고]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GBC(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 55층 설계 조감도. /현대차그룹

    ■ 미국, 유럽, 중국도 손 뗐는데…초고층 집착하는 서울시

    현대차그룹이 새 설계안을 제시하겠다고 발표한 까닭은 서울시가 GBC를 55층으로 변경하는 것에 대해 “열려 있다”면서도 재협상은 필수라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기존 계약 조건이 바뀐 만큼 용적률 등 인센티브와 공공기여 금액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서울시의 방향을 따르는 것 외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다. 공사비를 줄일 목적으로 초고층 대신 55층 설계 변경을 추진했지만 공공기여금액이 늘면 비용 절약분이 상쇄될 수밖에 없어서다.

    최악의 경우 서울시와의 사전 협상이 취소돼 GBC 개발 계획이 원점으로 돌아가면 발생하는 경제적 손해 또한 막심하다. 공공기여금액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이미 10년 넘게 미뤄온 사업 완공 시기가 무기한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사전 협상이 취소된다면 1조7000억원 규모의 공공기여금액이 3조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이 더는 초고층 건축 경쟁에 뛰어들지 않는 상황에 이 같은 서울시의 정책 방향은 세계적 추세에서 한참 벗어난 모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초고층의 위엄이 국가 경쟁력을 과시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음에도 초고층 건축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중동에서 시작된 초고층 빌딩 건축 경쟁은 중국으로 옮겨갔지만, 중국도 포기한 상태이다. 세계 100대 초고층 건물 중 46개가 있는 중국은 텅 빈 마천루가 늘자 2021년부터 높이 500m 이상 빌딩 신축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경영활동을 통해 창출한 경제기여액은 연간 100조원이 넘는다. 초고층 건축에 투입하는 막대한 공사비를 가지고 신사업 투자에 전력을 쏟을 수 있도록 해도 모자란 상황에 서울시가 공공기여액 재협의와 105층 설계를 고집하면서 되레 기업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땅집고] 서울시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 지으려던 100층 높이 랜드마크 빌딩 조감도. /서울시

    ■‘초고층’ 사랑에 멈추고 무산되는 사업

    GBC 사업 외에도 서울시가 추진하는 초고층 사업은 곳곳에서 멈추거나 무산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 시티에 100층 초고층 빌딩을 짓는 ‘상암 DMC 랜드마크’ 사업은 네 번째 유찰 끝에 사업자를 찾지 못해 좌초됐다. 사업을 시작한 지 22년째가 됐지만 3만7262㎡(약 1만1000평) 부지에 삽조차 뜨지 못했다. 새 개발계획을 세우더라도 부지 용도를 변경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등 여러 절차가 따라 사업 기간은 또 무기한 늘어나게 된다.

    서울시가 100층짜리 초고층 랜드마크를 세우기로 한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위해 공공이 14조3000억원, 민간이 36조8000억원가량을 투자해야 하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기 때문이다.

    국공유지인 땅값(8조9000억원)을 제외하고 공공에서 기반시설 조성을 위해 마련해야 할 자금만 5조4000억원에 달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로 서울, 수도권 인기 지역 개발 사업마저도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초고층을 고집하다 용산 개발 사업 역시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GBC 초고층 건축에 서울시가 보이는 행보를 두고 사기업에 대한 과도한 간섭이 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부동산 업계 한 전문가는 “롯데타워는 결국 초고층으로 완공하긴 했지만, 건물 짓는데 몰두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 다각화 골든타임을 놓쳐버리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면서 “한국이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오른 지 오랜데 서울시만 유독 후진국형 초고층 콤플렉스에 빠져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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