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7.11 08:01 | 수정 : 2024.07.11 13:43
[마법의 조명] 입원실 침대로 쏟아지는 눈부신 조명은 환자 회복에 치명적
몇 년 전 서울에 있는 여성병원의 조명 환경 분석을 의뢰받은 적이 있다. 한 낮의 태양처럼 강한 빛을 뿜어대는 눈부신 다운라이트 아래에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들이 입을 오물거리며 눈도 못 뜬 채 온종일 누워있었다.
다른 치료실과 입원실의 조명도 문에서 병실 구석까지 같은 밝기로 눈부신 상태였다. VIP 입원실과 산모 휴게실은 인테리어 잡지에 등장할 만한 간접조명탓에 환자의 베개 위로 강한 빛을 퍼붓고 있었다. 사진을 찍어 보여주기에는 그럴듯해 보이는 병실이지만 이용자 측면에서는 불쾌하기만한 조명이었다.
병원용 조명은 일반 사무실과는 달라야 한다. 병원을 처음 기획하고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전문 건축조명설계사의 자문을 받아 체계적인 조명을 조성해야 한다. 이미 개원하여 운영 중인 병원이라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차선책으로 해볼 수 있는 방법은 침대에 누웠을 때 환자의 머리 바로 위에 설치된 직부등, 즉 다운라이트와 같은 천장 조명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장기간 입원, 치료받아야 한다면 눈부심이 강한 빛으로 수면장애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불쾌한 눈부심이 없는 조명으로 전문 배광설계된 다운라이트를 최소한의 수량으로 설치하기를 추천한다. ‘배광’ 이란 조명기구에서 나오는 빛의 덩어리가 갖는 모양새로, 전문조명기구에서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점차 개선되고 있는 듯 하지만 아직도 국내 병원의 조명환경은 문제가 많다. 순백의 육면체 실내공간에 창백하도록 시퍼런 느낌의 눈부신 조명과 번쩍이는 타일로 도배를 한 병원들이 많다. 대기실과 진료실 할 것 없이 피로하고 긴장되는 공간이 된 것은 병원 측의 낡은 고정관념 탓이다. 이에 비해 눈높이가 높어진 고객의 시선에서는 현재 의료시설 전반의 조명에 대한 불만이 높다.
호텔보다 더 건강하고 쾌적한 조명환경에서 최신 의료서비스와 좋은 공간 경험을 대접받는 의료시설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조명은 사람을 위한 빛의 공간이다. /차인호 차인호 공간조명연구소장(www.inholight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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