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7.10 07:30
[땅집고] 인천 영종 미단시티에 위치한 한 아파트. 아파트 정문엔 번듯한 대형 문주가 세워졌지만 단지를 오가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아파트를 들어가는 길은 모두 막혀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준공한 이 단지는 ‘영종 베네스트 위홈 골든마레’입니다. 준공은 했지만 입주민이 없는 상황입니다.
아파트와 단지 옆 공원 주변엔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끊긴 듯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 있습니다. 편의시설은 식당 2곳과 부동산 3~4곳, 프랜차이즈 편의점 한 곳이 전부입니다. 영종역을 오가는 시내버스는 30 분 마다 한 대 꼴로 다닙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도 1시간 동안 한 명도 못 봤습니다.
■송영길 전 인천시장의 ‘누구나집’, 준공 후 공매行
이 아파트는 송영긴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인천시장 시절 추진한 ‘누구나집’ 프로젝트입니다.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입니다. 10% 지분 만으로 10년 동안 저렴한 임대료로 살다가 ‘최초의 확정분양가’로 매입할 수 있는 주택입니다. 9개동 총 1096가구로 전용 84㎡ 단일 평형입니다. 최초 분양가는 3억5000만원입니다.
준공 후 6개월이 지난 4월 아파트는 공매 시장에 넘어갔습니다. 고금리로 인해 PF 이자가 급증하면서 계획이 틀어진 겁니다. 시행사가 지난해 11월 만기된 PF 대출금 2800억원을 6차례 만기 연장했으나, 100억대 이자를 갚지 못하면서 아파트 통 공매 위기에 처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대주단이 시행사와 입주 예정자들로 이뤄진 협동조합에 중재안을 제시하면서 공매 절차가 잠시 중단됐지만, 여전히 입주 시점은 불투명합니다.
인천 영종도 미단시티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미단시티는 계약할 때 10%를 내고 10년을 거주한 뒤, 입주 당시 금액에 분양받는 조건이라서 화제가 됐다”면서도 “준공 시점에 아파트 입주를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논란인 상황”고 했다.
■ 임대주택 임차인, 대주단에 ‘100억’ 지급한 이유 “공매 중단”
950여 명의 아파트 임차인으로 구성된 협동조합은 시행사가 2800억원 PF를 받으면서 담보로 제공했던 주식 대금과 이자를 대주단에 지급하고 공매를 중단시켰습니다. 협동조합은 시행사 자격을 얻는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아파트 입주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누토피아(임대주택협동조합) 관계자는 “대주단, 시행사가 모이는 자리에서 ‘시행사가 불성실하면 차라리 주식을 팔자’는 이야기를 들은 뒤 바로 모금을 시작했다”며 “가격은 매도자와 매수자의 상황에 따라 정해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주단이 주식 매도를 안했다면 아파트가 공매에 넘어가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주식 매수로 인해 한 달 전부터 비대위를 결성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입주 지연 가능성이 다시 제기됐습니다. 비대위 측은 협동조합이 시행사 주식을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매수한 점과 아파트 계약이 승계 방식이 아닌 점 등을 근거로 조합이 불법 행위를 조장한다고 우려하고 있는데요.
‘누구나집’ 비대위를 이끄는 박정기씨는 “조합 임원들이 ‘우리가 시행사를 사야 된다’는 말로 조합원들의 추가 부담을 유도해서 4500만원을 걷어갔다”고 했다. “그런데 5000원짜리 주식 20만주를 사 11억원인데, 왜 104억원에 산다고 계약서를 썼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입주 전부터 시끄러운 영종도 누구나집은 입주하더라도 문제가 산적합니다. 이 아파트를 짓는 동안 카지노를 품은 복합리조트 사업은 사실상 무산됐고, PF 시장 위기로 다른 부지 사업도 줄줄이 미뤄졌습니다. 미단시티 사업의 하이라이트인 카지노는 그간 9000억원이 투입됐으나, 2020년 공사 중단 이후 4년간 방치돼 있습니다.
인프라도 열악합니다. 누구나집이 있는 미단시티와 12만명이 사는 하늘도시에서 공항철도를 이용하려면 모두 버스를 타고 영종역에 가야 합니다. 송도나 청라, 검단 같은 다른 신도시에 비해 인프라가 열악한 편입니다. 학교와 병원 등 필수 시설조차 없습니다. 이로 인해 영종도 신축아파트 가격은 영종대교 건너편에 있는 청라신도시 신축 아파트 가격보다 낮습니다.
첫 입주 아파트인 누구나집이 입주하지 못한 상황에서 인천도시공사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이 무산된 만큼, 미단시티 일대를 국제학교를 갖춘 주거단지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현재로선 아파트 미분양 가능성이 높아서 건설사들의 참여 저조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건설 자재비가 올라서 아파트를 저렴하게 공급하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미단시티는 영종하늘도시보다 인프라도 적습니다. 누구나집 입주를 비롯해 미단시티 정상화를 이루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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