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7.06 07:55
[땅집고] 경기 파주 운정지구의 한 주상복합 부지. 운정 3지구 B3·4블록으로 GTX-A 운정역에서 불과 200m 떨어진 초역세권 단지다. 2022년 6월 사전청약 당시 경쟁률이 46대1에 달했다.
민간 사전청약을 진행했던 이 사업이 최근 취소돼 논란이다. 시행사가 아파트를 지을 시공사를 구하지 못했다. 사전청약에 당첨됐던 약 400가구는 지난주 금요일 당첨 취소 문자를 받고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사전청약 당첨자 윤지성(36) 씨는 “사업이 취소됐다는 문자를 받고 처음에 스팸 문자인 줄 알았다”며 “본청약을 진행할 줄 알았는데 취소 문자가 날라와 허무하다”고 했다. 이 단지는 올해 1월에 본청약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지연됐다.
사전 청약에 당첨되면 사전청약 모집공고일로부터 본청약 입주자 모집공고일까지 무주택 자격 등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공공 사전청약과 달리 파주 운정지구와 같은 민간 분양 사전청약 단지는 당첨자 지위를 유지하면서 다른 청약 지원도 불가능하다.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본 청약만 기다리며 지난 2년간 다른 아파트 청약이나 매수 기회를 가질 수가 없다. 결국 모든 기회비용은 당첨자들이 떠안게 됐다. 기존 당첨자 400여명의 청약홈 계좌는 다음주 중 부활하지만, 이들은 청약 당첨 지위권이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 씨는 “금전적 보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청약 당첨에 대한 지위권을 유지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시행사인 DS네트웍스는 최근까지도 사업을 진행해왔다. 지난 4월 사업계획승인까지 받았다. 하지만 공사비가 상승해 사업 여건이 악화하면서 시공사를 구하지 못했다. 시행사는 LH에 토지비도 납부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시행사가 LH에 지급한 계약금 약 455억원은 그대로 LH에 귀속될 예정이다. DS네트웍스 관계자는 “현재 시장 상황으로 시공사 선정과 PF가 되지 않았다”며 “워낙 공사비가 올라 우리가 제시한 시공비로는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는지, 접촉했던 시공사들이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공공택지에 지어지는 이 단지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분양가를 올리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B3블록은 사전청약 당시 일반공급 248가구 모집에 1만1329건이 신청해 약 46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시 추정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6억5000만원이다.
LH는 새로운 시행사를 구할 예정이지만, 공사비가 최근 급등하면서 시공사 구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보다 땅값도 올라 계약했던 금액보다 더 올라간다는 점도 변수다. 새로운 시행사를 구해도 기존 당첨자들과는 무관하게 새로 청약을 진행한다.
사전청약 단지들의 사업 지연이 잇따르자 뒤늦게 정부는 지난 5월 민간분양 뿐 아니라 공공분양에서도 사전청약 제도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사전청약을 이미 진행한 사업장이다. 이같은 사전청약 취소 사태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아직 본청약을 진행하지 않은 사전청약 단지들이 많이 남아있다. 민간 사전청약도 총 45개 단지 중 절반 이상이 본청약으로 넘어가지 않아 운정지구와 유사한 과정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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