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6.30 11:15
[땅집고] 경기 오산시 가장동 일대에 계획됐던 글로벌 반도체 연구개발(R&D)센터 건립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가 극적으로 재개됐다. 사업 대상지를 둘러싸고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그리고 오산시가 소통을 게을리한 탓에 초대형 개발 사업을 놓칠 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는 2022년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한국에 R&D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AMAT가 선택한 지역은 경기 오산시 가장동 일대 1만8000여㎡부지로, 지난해 8월 21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025년 완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앞으로 이 곳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가공하는 핵심 공정 관련 장비를 생산해낼 예정이었다. AMAT의 정확한 투자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업비만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선 세계적 반도체 장비 기업이 한국에 R&D 거점을 세우면 오산시 지역 경제가 살아날 뿐 아니라 한국 반도체 업계도 크게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완공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 AMAT의 협력이 강화되는 계기가 생겨낼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해 11월 15일 AMAT의 R&D센터 예정지가 정부가 조성하는 총 3만1000가구 규모 공공택지지구인 오산세교3지구에 포함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공공택지로 지정된 부지에서는 개발 행위가 금지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AMAT의 R&D센터 건립도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만약 AMAT가 토지 대금을 납한부 이후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상태라면 오산세교3지구에서 제척될 수 있었지만, 지구 발표 당시 등기를 마치지 않아 걸림돌이 됐다.
지역 정치권과 부동산 업계에선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오산시가 소통 엇박자를 내는 바람이 이런 문제가 터졌다고 해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오산세교3지구를 신규택지지구로 지정하기 전 협의하는 과정에서 오산시가 AMAT의 R&D센터 투자 계획을 알려주지 않았고, AMAT를 비롯해 반도체 산업 관련한 투자 유치를 총괄한 산업통상자원부도 국토교통부와 소통하지 않으면서 벌어진 불상사라는 것이다.
오산세교3지구를 공공택지로 선정한 뒤에야 문제 상황을 파악한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경기도, 오산시는 뒤늦게 대책을 마련했다.
먼저 오산시는 당초 서울대병원을 유치하기 위해 2010년 매입했다가 병원 유치에 실패하면서 빈 땅으로 남아있는 내삼미동 일대 부지를 AMAT 측에 대체 사업지로 제안했다. 하지만 최대한 낮은 금액에 땅을 매입하고자 하는 AMAT와, 감정평가액을 바탕으로 부지를 매각해야 하는 오산시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이 불발됐다.
결국 AMAT의 R&D센터 사업지를 오산세교3지구에서 제외하는 특단의 조치가 내려졌다. 이런 제척 방안은 다른 공공주택지구와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초대형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이런 부담을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이달 30일 국토교통부와 경기도, 오산시는 이달 5일부터 19일까지 '오산세교3 공공주택지구 지정에 관한 주민 동의 의견청취 재공고'를 진행했다. 이 공고는 오산세교3지구 후보지에서 AMAT가 매입한 부지를 제척해 면적을 기존 432만9552㎡에서 430만86000㎡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 오산세교3지구에 대해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이다. 이후 재해영향성평가,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심의를 거치면 지구 지정이 완료된다.
앞으로 경기도는 AMAT의 R&D센터 건립 사업이 더 이상 지연되지 않도록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산시 역시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등 지원책을 펼칠 방침이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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