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6.25 07:30
[땅집고]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사업장이 공사 중단 위기에 놓였다.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이 불거지면서 2년 전 6개월 간 공사가 중단된 둔촌주공 사태가 재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청담삼익 아파트 재건축 사업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17일 청담삼익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 ‘공사 중지’를 예고하는 현수막을 걸었다. 현수막에는 롯데건설이 2021년 12월 착공 후 약 4855억원을 투입하고 있으나 조합은 도급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어 부득이 공사를 중단할 예정’이라고 적혀있다. 3개월 간 시공사와 조합 간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9월부터 공사는 중단된다.
청담 르엘은 청담삼익 아파트를 재건축해 지하 3층~지상 35층 9개동 1261가구 규모로 공사 중이다. 지하철 7호선 청담역 역세권이자 한강뷰 단지로 예비 청약자들의 관심이 크다. 2021년 12월에 착공해 2025년 하반기 입주 예정이다. 현재 공정률은 50%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조합이 시공사에 지급한 공사비는 도급액의 5.6%에 불과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5월쯤 일반 분양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공사비 증액 협의 후 이에 반대하는 새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분양 일정이 지금까지 밀렸다. 하반기도 장담할 수 없다.
공사비 증액분에 대한 조합과 시공사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롯데건설과 조합은 2017년 총 공사비 3726억원에 도급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5월엔 58% 가까이 인상된 5909억원으로 공사비를 협의했다. 그런데 조합 내홍이 이어지며 공사비 증액 협의를 이끌었던 전임 조합장이 지난해 7월 사퇴했다.
지난해 10월 선출된 새 집행부는 조합장 선거 당시 일부 마감재를 유상에서 무상으로 바꾸는 등 공사비를 낮추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전 집행부가 협의한 공사비 증액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합원 김모씨는 “일반분양을 진작에 했어야 하는데 계속 밀리면서 결국 이 사단이 났다”고 했다.
조합 측은 지난해 12월 한미글로벌을 건설사업관리(CM) 업체로 선정했다. 전문업체를 통해 공사비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다. 용역비 11억5000만원에는 '공사비 과다지출 여부 검토' 항목이 포함돼 있다.
롯데건설 측은 “일반분양이 무기한 미뤄지면서 공사비 수금은 5.6%에 그치고 있다”며 “공사비 증액 이후 조합이 추가로 요구한 마감재 및 설계 변경에 따른 공기 연장 및 공사비 증액 요구도 조합 측이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갈등이 깊어지면서 '청담르엘' 분양은 올해 하반기도 불투명해졌다.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해 공사가 중단하면 내년 8월 준공 시기가 다 돼서야 분양에 나서게 될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경우 사실상 ‘후분양’이 되는 셈이다.
정비업계에선 조합 측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려고 일반분양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면 일반 분양가가 낮게 책정되니 분양을 늦춰서 수익을 최대한 높이고, 공사비 상승분을 최대한 만회하려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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