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6.21 16:50
[땅집고] “지하철역 이름이 이렇게 길면 어떻게 기억해요, 전광판에도 다 안들어가는데… ”
올해 12월 개통을 앞둔 대구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선. 현재 종점역인 안심역에서 대구시와 맞붙은 경북 경산시 하양읍까지 8.89km를 연장하는 노선이다. 새로 짓는 전철역은 3곳이다. 경산시 일대에 경일대·대구가톨릭대·대구대·호산대 등 대학이 밀집해있고 진량공단 등 산업단지가 밀집해 있는 만큼, 이 노선이 운행하면 대구와 경산을 오가는 시민들의 이동 편의성이 확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그런데 하양 연장선이 본격 개통도 전에 논란을 빚고 있다. 신설역 3개 중 2곳 역명이 너무 길어 부르기 힘들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는 것. ‘부호경일대호산대역’과 ‘하양대구가톨릭역’이다. 특히 부호경일대호산대역의 경우 9글자로 길이가 제법 길 뿐만 아니라 직접 소리내 발음하기도 다소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이런 역명을 정한 주체는 경산시다. 지역 상생 차원에서 역이 들어서는 지역명과 인근 학교명을 섞어서 짓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많았던 가운데, 대구시가 역명을 8글자 이내로 해달라고 요청해 이런 명칭이 탄생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부호경일대호산대역’은 역이 경산시 하양읍 ‘부호리’에 있고, 인근에 ‘경일대’와 ‘호산대’가 있다. 마찬가지로 ‘하양대구가톨릭역’도 ‘하양읍’에 들어서면서 ‘대구가톨릭대’를 끼고 있는 입지다.
경산시의 작명 원리는 이해가지만 이런 역명이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복잡한 역명 때문에 중장년층 승객들의 불편이 예상되는 데다, 현재 전동차에 설치된 안내판에 한 번에 노출되는 글자 수 한도가 7자인 만큼 승객들이 역명을 한 화면으로 확인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전철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대처가 지연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역명 길이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자 열차 운행을 담당하는 대구교통공사 측은 경산시 측에 “신설역 명칭을 변경해달라,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한 조치를 당부드린다”며 제지에 나섰다.
홍준표 대구시장 역시 지난 7일 열린 산하기관장 회의에서 “대구도시철도 1호선 안심~경산 하양 연장 구간에 신설된 역명이 너무 길어 혼란이 많다”며 “시민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경산시와 긴밀히 협의해 역명을 단순화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경산시는 이제 와서 역명을 줄이기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역명에 마을·학교·기업·관공서 등 명칭이 들어가면 인지도가 크게 높아지는 만큼, 명칭에 포함되기를 바랬던 관련 주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것.
예를 들어 ‘부호경일대호산대역’에서 동네 이름인 ‘부호’를 빼자니, 부호리 일대 주민들이 “마을 안에 학교가 있는 것인데 이게 왜 빠져야 하느냐”란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대로 대학교인 ‘경일대’나 ‘호산대’를 제외하자니 최근 지방 소멸로 전국 곳곳 대학이 사라지고 있어 인지도 개선에 목숨을 걸고 있는 만큼 학교 측 반대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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