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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냈는데, 조합원 땅이 없다고?" 김포 재개발지 6만평 주인의 정체

    입력 : 2024.06.18 07:39

    [공매로 넘겨진 전국 최대 지역주택조합 ②] 김포 '통합사우스카이타운' 6만평 땅 주인 조합 아니라니…대행사 땅이었다

    [땅집고] 경기도 김포시 사우동 '통합사우스카이타운' 지역주택조합 사업 예정지. /강태민 기자

    [땅집고] 전국 최대 규모의 지역주택조합 사업으로 알려진 경기 김포시 ‘통합사우스카이타운’ 아파트 부지가 공매로 나왔습니다. 조합원과 업무대행사 간 토지소유권 관련 분쟁 등으로 갈등이 이어지다가 금융대주단이 만기 연장에 반대한 것입니다.

    최저입찰가는 9136억원입니다. 유찰이 거듭돼 마지막 회차까지 이르게 되면 최저 입찰가는 4233억원까지 떨어집니다. 사업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2500여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 6만평 땅 주인 ‘조합’ 아니라니…조합원 뒤늦은 충격

    이곳은 전국 최대 규모의 지역주택조합 사업으로 알려진 경기 김포시 ‘통합사우스카이타운’ 아파트 사업지입니다. 사우도시개발구역 안에서 2902가구 규모의 '통합사우스카이타운' 아파트를 짓기로 했습니다. 총 면적만 19만 4807(5만8929평)㎡에 달합니다.

    땅 주인은 2015년부터 사업 대행을 맡은 청일건설입니다. 이 회사는 그간 사업지 내 땅을 꾸준히 사들였습니다.

    사우도시개발5A구역 282개 필지 중 아파트 사업을 위해 확보해야 하는 땅은 총 148개. 이중 대다수는 청일건설과 청일건설 관계회사 관계자들 명의로 돼 있습니다. 그 사이 청일건설 재고 자산은 5000억원대까지 늘었습니다.

    [땅집고] 청일건설 재고자산(건설용지 등) 현황.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조합이 아닌 업무 대행 회사가 사업지 일부를 매입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처럼 전체 땅이 건설사 명의로 되는 사례는 좀처럼 보기 어렵습니다. 대행 회사가 땅을 매입했다가 추후 조합에 넘겨주면 모든 땅에 대한 취득세를 다시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가가 상승할 경우 내야 하는 취득세 역시 두 배로 늘어납니다.

    [땅집고] 김포 사우5A 도시개발사업부지 내 한 필지 등기부등본. 소유권은 청일건설에 있다. /김서경 기자

    일부 조합원들은 ‘사업 대행을 맡은 건설사는 처음부터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 없었고, 지난 9년간 조합원들의 돈과 땅을 빼돌렸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해당 건설사 대표와 사건을 주도한 한 주민은 나란히 사기·배임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김포사우스카이타운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282개 필지 중 조합원 돈으로 매입한 땅이 약 160개인데, 모두 청일건설 소유로 돼 있다”며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단 한 번도 땅 소유주에 대해 안내한 적이 없었고, 2021년 6월 시공사 변경 총회를 여는 시점에 이 사실을 알았다”고 했습니다.

    [땅집고] 청일건설과 통합사우스카이타운지역주택조합의 자금 마련 방안, /사우스카이타운지역주택조합 비상대책위원회

    ■ 청일건설 “아파트 부지 96% 확보, 마지막 절차서 중단”

    청일건설 측은 2015년 계약 당시부터 조합 대신 건설사가 땅을 매입한다는 규약이 있었다며, 이는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한 절차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들은 지주택 사업 지연으로 발생하는 조합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사우5A도시개발사업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돈 대신 대출금으로 땅을 샀기 때문에 최초 규약 단계부터 모든 땅은 청일건설이 사는 것으로 했다”며 “아파트 부지의 96% 가량을 확보한 상태”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2021년 4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를 위한 사실상 마지막 절차(사업승인)를 김포시청에 접수했으나, 비대위로 인해 중단했다”며 “사실상 땅의 소유권만 지주택 조합으로 넘기면 되는 상태에서 멈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땅집고] 김포시 사우동 331-2 일원에 19만5천㎡ 규모로 조성되는 사우5A 도시개발사업 관련 사무실에 걸린 홍보문구. /김서경 기자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이 사업지를 매입하면서 조합원을 모집해 아파트를 올리는 사업입니다. 토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한 뒤 아파트를 짓는 게 아니라서 변수가 많고 이로 인해 ‘원수에게 권하는 사업’이라고 불립니다.

    조합 설립 해산 후 조합 명의 토지를 매각해 매각 대금을 분배하면 조합원들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이 현장은 조합 명의 땅이 없어 이 방법도 불가능합니다.

    토지를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전국 최대 지주택 사업이 최악의 지주택 사업으로 남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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