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6.14 17:50 | 수정 : 2024.06.17 07:47
[무용론 나오는 청약저축 통장 ①] 청약 당첨확률 그대로인데…기금 부족 메우려 납입 인정액 올렸다는 비판
[땅집고] 1983년 이후 41년 만에 처음으로 월 납입인정액을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확대하기로 발표했다. 그간의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고, 통장 가입자에게 300만원 한도로 제공되는 소득공제 혜택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뜻에서다. 공공주택 청약 당첨 기준인 청약통장의 저축총액을 빠른 기간 안에 채울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청약통장을 활용할 공공분양 주택 공급이 뚝 끊긴 상황이어서 ‘빛 좋은 개살구’ 정책에 불과하단 이야기도 나온다. 당첨 확률은 그대로인데, 청약저축액 상한선만 높아져 자금력이 없는 서민은 청약경쟁에 불리해진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사실상 현재 청약저축액을 재원으로 쓰는 주택도시기금이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바닥난 상황이어서 기금을 보충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같은 정책을 내놨단 의혹이 제기됐다.
[땅집고] 1983년 이후 41년 만에 처음으로 월 납입인정액을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확대하기로 발표했다. 그간의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고, 통장 가입자에게 300만원 한도로 제공되는 소득공제 혜택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뜻에서다. 공공주택 청약 당첨 기준인 청약통장의 저축총액을 빠른 기간 안에 채울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청약통장을 활용할 공공분양 주택 공급이 뚝 끊긴 상황이어서 ‘빛 좋은 개살구’ 정책에 불과하단 이야기도 나온다. 당첨 확률은 그대로인데, 청약저축액 상한선만 높아져 자금력이 없는 서민은 청약경쟁에 불리해진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사실상 현재 청약저축액을 재원으로 쓰는 주택도시기금이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바닥난 상황이어서 기금을 보충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같은 정책을 내놨단 의혹이 제기됐다.
■ ‘월 10만→25만원’, 청약저축도 빠듯해진다…당첨확률은 그대로
역대 공공분양 경쟁률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동작구 수방사 부지의 경우 일반공급 청약저축 총액 당첨선이 2550만원 수준이었다. 청약통장에 매달 10만원씩 21년 납부해야 당첨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공공분양주택 청약 시 청약통장 납입금 당첨선은 보통 1200만~1500만원 수준이다. 지금까지는 월 10만원만 인정됐기 때문에 10~15년이 걸렸다. 납입인정액이 월 25만원으로 오르면 이 기간이 최소 4년에서 5년 정도로, 절반 이상 단축될 수 있다.
다만, 모두 동일하게 기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당첨선 액수만 수천만원 높아지고, 경쟁률은 비슷할 것이란 전망이다. 무엇보다 월 25만원씩 청약통장에 저축할 자금력이 있는 사람이 보다 빠르게 저축액을 채울 수 있어 경제력에 따라 청약 경쟁 당첨 확률이 갈라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매달 10만원씩 저축하는 것도 사회 초년생에게 빠듯한데, 돈 있는 사람만 청약하란 이야기”, “분양에 당첨되어야만 의미있게 자금을 사용할 수 있는데, 저축액 상한을 높이는 것이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청약통장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낮은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정부가 작년에 청약통장 금리를 인상해 2.8% 수준까지 올렸으나 여전히 시중 은행 금리에 비해 낮은 편이다. 단, 무주택 가구주로 총급여가 7000만원 이하라면 연간 300만원 한도로 청약통장 연간 납입액의 40%(최대 120만원)를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해주는 혜택은 있다.
■ “펑크 난 주택도시기금 무주택 서민 돈으로 메우나” 비판도
업계에서는 청약통장 납입액을 높인 것이 청약자보다는 주택도시기금을 위한 조치란 분석도 나왔다. 서민들의 주택구입·전세자금 대출과 임대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주택도시기금의 주요 재원은 청약통장 저축액이다. 납입 인정액을 높이면 청약통장 저축액이 늘어나면서 주택도시기금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청약저축 가입자가 감소하면서 주택도시기금의 여유자금은 올해 3월 말 기준 13조9000억원으로 2년 3개월 새 35조1000억원 급감했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안정화 지원, 신생아 특례대출 등 기금 투입처가 급증해 기금의 있던 돈이 빠르게 소진됐다. 남아있는 청약자의 월 납입 인정액이 늘어나면 저축액도 증가해 기금의 자금을 보충할 수 있다.
■ 공공분양 6만 가구 목표의 5%만 분양
기금을 채우는 목적이라도, 서민들이 공공분양에 지원할 기회가 있어야 하는데 최근 공공분양 물량은 기약없이 착공이 밀리면서 청약통장을 활용할 기회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정부는 지난 문재인 정부의 공공분양 물량 실적 14만7000가구보다 더 많은 50만가구를 공공주택 공급 목표치로 잡았지만, 실적은 저조하다. ‘공공분양’의 경우 2023년 공급 목표는 6만가구였으나, 실제 공급은 3185가구로 목표 대비 5.3%만 공급됐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일부 인기있는 지역들의 청약경쟁률은 더 높아질 수 있지만, 입지나 고분양가로 관심이 떨어지는 지역·단지까지 온기가 닿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약납입한도 월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의 상향은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방향”이라며 “다만 납입 한도가 바뀌어도 당첨 확률이 높아지거나, 청약경쟁률이 유의미하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며, 인기 청약 단지는 예전처럼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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