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6.16 07:30
[땅집고] 부동산 폭등기 시절 ‘아파트 대체재’였던 생숙의 주거 사용이 사실상 금지되면서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는 수분양자들이 공급주체를 상대로 ‘사기 분양’을 주장하고 나섰다. 시공사와 시행사, 분양대행사 등은 약관을 내세워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나, 법적 다툼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 강서 마곡·경남 창원 등 전국 생숙 ‘줄소송’
지난 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마곡동 ‘롯데캐슬 르웨스트’ 수분양자 416명은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시공사와 분양대행사, 시행사 등을 상대로 '사기 분양 계약의 취소를 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단지 수분양자인 송민경 한국레지던스연합 회장은 “신축 아파트 청약은 가점이 낮아 당첨이 어려웠고, 기존 아파트 가격은 너무 많이 올랐던 상황”이라며 “당시 전입신고가 가능하다고 해서 생숙에 실거주하기 위해 분양받았다”고 했다.
두 달 뒤 완공인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지하 6층~최고 15층, 총 876호실 규모 생숙이다. 정부가 이행강제금 카드를 꺼낸 이른바 ‘생숙 규제’ 등장 이후인 2021년 8월 분양했으나, 최고 네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였다. 분양 직후 최고 2억원 프리미엄(P)이 붙었다.
그러나 정부가 주거 사용을 금지하면서 시세는 수직하락했다. 금융권 역시 생숙을 위험상품으로 보고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 계약 취소 소송 기조는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2024년 10월 준공인 경남 창원 ‘힐스테이트 창원 센트럴’ 수분양자 중 일부는 분양 당시 실거주와 전입신고가 된다는 안내를 받았다며 올해 1월 시행사 대표와 분양대행업체 대표를 경찰에 고발했다. 충남 아산 ‘한화포레나천안아산역’ 등 수분양자들 역시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법조계 “생숙, 소송만이 답이긴 한데…제재 어렵다”
업계에선 이런 줄소송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분양자들이 피해가 예상되나, 시행사나 분양대행사 측에 책임을 요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정세의 최진환 변호사는 “깨알 같은 숙박시설 약관을 내세워 면책을 주장하는 기업에 책임있는 모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법원을 통해서라도 강제리콜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분양자가 경제적 손해를 떠안는 불공정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했다.
‘생숙 사태’가 수년 전 발생한 분양형 호텔 논란과 유사하다는 의견도 있다. 분양형 호텔은 분양자들이 객실별로 소유권을 갖고 호텔 위탁운영사가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다. 생숙 역시 숙박업으로 쓰려면 30호실 이상 모아 법인을 설립하거나 개별 호실을 위탁사에 맡겨야 한다.
분양형 호텔은 수익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수분양자들이 호텔 운영사를 고소·고발하면서 장기간 법적 분쟁에 휩싸였다. 재판부는 대개 수분양자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은 2018년 분양형 호텔 약정 수익금 미지급을 이유로 분양계약의 해제를 인정했다.
다만, 이를 따르지 않아도 제재가 없어 진통이 남아있다. 2021년 부산 해운대 A분양형 호텔 운영사는 법원으로부터 ‘투자자들과 약속했던 수익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으나, 잠적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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