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6.14 09:23 | 수정 : 2024.06.14 11:01
[땅집고] “장녀 김위례, 맨날 구박받음. 시집가면 ‘위례신사선’ 금팔찌 해준다고 약속해놓고 환갑되면 금틀니로 해준다고 말 바꿈.”
이달 11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GS건설 컨소시엄 측이 공사비 문제로 위례신사선 건설 사업을 포기했다고 공식 발언하면서 이 노선 개통만 손꼽아 기다리던 위례신도시가 발칵 뒤집혔다.
위례신사선이 현재 교통 불모지로 평가받는 위례와 서울 강남권을 연결하는 핵심 노선이 될 것이란 주민들 기대감이 컸는데, 사실상 사업이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더군다나 이 노선이 등장한 지 올해로 16년째지만 첫 삽조차 파지 못한 상황이라 앞으로 개통까지 최소 10년 이상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전망에 주민들 원성이 자자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위례신도시 주민이 분노해서 만든 ‘엄마가 사랑하는 신도시 가계도’가 화제이다.
정부·지자체를 엄마, 수도권 신도시인 판교·분당·광교·동탄·위례를 자식들로 의인화해서 만든 가계도다. 신도시 지역별로 입지나 교통 호재 등 격차가 제법 심한 점이 기재돼 있어 네티즌들의 공감을 받고 있다.
먼저 김판교(판교신도시)가 장남이다. ‘모든 사랑을 독차지하며 유산 상속까지 약속받음, 엄마가 각종 교통·철도·기업 선물을 보따리 철철 넘치게 줌, 비만이 걱정됨’이라고 묘사됐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신도시가 IT기업이 몰려있는 판교테크노밸리를 끼고 있어 일자리를 갖춘 데다, 서울과 직결하는 신분당선까지 개통, 주거 선호도가 높고 수도권 신도시 중 집값이 가장 비싸다는 것에 착안해 사랑받는 장남으로 빗댄 것이다.
이어 김분당(분당신도시)이 둘째 아들로 꼽혔다. ‘얼굴은 노안이나 공부를 잘해서 엄마가 교통·학교·기업 선물 많이 줌. 떼 쓰면 엄마가 금방 또 들어줌‘이라는 문구가 달렸다. 분당신도시는 1990년대 입주한 1기신도시라 아파트 대부분이 노후화했다.
하지만 도시가 이미 정착해 학군 등이 자리잡은 상황이고, 현재 분당 일대를 지나는 지하철 노선만 신분당선, 수인분당선, 경강선 등 3개나 될 정도로 인프라가 좋은 편이다. 더불어 분당신도시 주민들이 재건축 사업을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지원하겠다며 규제 완화 혜택을 주기로 했다.
셋째아들은 김광교(광교신도시)다. ‘얼굴이 잘생겨서 사랑받음. 엄마가 럭셔리한 신분당선, 도청, 호수 장난감 선물 해줌’이라고 적혔다.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가 65만평 규모로 국내 최대의 호수공원인 광교호수공원을 끼고 있어 아파트마다 ‘뷰’가 좋고, 서울 강남권으로 이어지는 신분당선을 비롯해 경기도청까지 갖춘 점을 설명하는 것이다.
넷째아들 김동탄(동탄신도시)은 ‘덩치 크고 믿음직하다고 삼성 삼촌이 좋아함. 밥 잘먹는다고 엄마가 GTX라는 비싼 장난감도 사줌’이라고 묘사됐다.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가 수도권에서 가장 큰 신도시인 점, 삼성전자 동탄사업장이 있어 일자리를 갖춘 점, 현재 SRT 노선이 지나는 동탄역에 정부가 서울 도심 및 강남권으로 직결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을 추가로 개통해주는 점을 빗댔다.
위 4개 신도시들은 사랑받는 아들이었던 반면, 김위례(위례신도시)는 고생하는 장녀로 묘사됐다. ‘예쁘고 착하나 딸이라는 이유로 맨날 구박받음. 서울 근처 직장 다니며 10년 넘게 번 돈 엄마가 전부 가져감. 맨날 뭐뭐 사준다고 말만하면서 시집가면 위례신사선 금팔찌 해준다고 약속해놓고 환갑되면 금틀니로 바뀐다고 또 말 바꿈’이라고 적혔다. 이번에 지역 숙원 사업이었던 위례신사선 사업자 선정이 무산된 데 대한 주민들의 억울한 심정이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위례신도시 주민들 여론이 악화할 것으로 고려해 서울시는 올해 하반기 중 위례신사선 민간투자사업을 재추진하기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모집 공고를 다시 마련하겠다고 해명했다. 만약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민간사업자가 없다면 시 예산을 들이는 재정투자사업으로 전환할 계획인데, 이 경우 민간투자사업보다 약 3년 정도 착공이 늦어질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다.
하지만 건설 업계에선 하지만 이미 대형 건설사인 GS건설 컨소시엄이 공사비가 모자라다는 이유로 위례신사선 건설을 포기한 데다, 현재 건설 경기가 악화한 점을 감안하면 위례신사선 사업자를 새로 뽑는 데만 최소 수 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결국 개통까지 적어도 10년은 기다려야 할 것이란 예측이 우세해, 가계도에서 묘사된 것처럼 위례신도시 주민들이 노선 개통만 하염없이 기다리다 ‘틀니’를 낀 노인이 되어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 소리가 나온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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