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6.13 13:59 | 수정 : 2024.06.13 14:15
[미친 집값의 시대 다시 오나]① 여기저기서 집값 반등 시그널…”개별 양극화 심화”
미분양 급증, PF 위기, 높은 금리에도 서울 신고가 행진
분양가 폭등, 공급대란 우려로 ‘패닉 바잉’ 부활 조짐
서울 외지인 투자 비율 급증, 되살아난 ‘똘똘한 한채 쇼핑’
미분양 급증, PF 위기, 높은 금리에도 서울 신고가 행진
분양가 폭등, 공급대란 우려로 ‘패닉 바잉’ 부활 조짐
서울 외지인 투자 비율 급증, 되살아난 ‘똘똘한 한채 쇼핑’
[땅집고] 소비 심리와 건설 경기 지표가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서울 중심으로 집값이 재반등하는 ‘부동산 이상징후’를 보이고 있다. 최근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반등하고 두 달 연속 거래량이 4000건을 넘어섰다. 주택 매매거래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 규모가 5조 4000억원이나 늘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저금리와 과잉유동성으로 ‘집값이 미쳤다’고 할 정도로 폭등했던 문재인 정부 시절로 속속 회귀하고 있다. 비교적 금리가 높은 가운데 사상 최악의 주택공급대란, 원자재가격과 분양가 폭등,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규제 완화가 맞물리면서 다시 ‘미친 집값의 시대’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서울 거래량 세 달 연속 4000건 상회…문 정부 시절로 회귀
13일 기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5월 서울아파트 거래량은 4024건으로 집계됐다. 3월 4222건, 4월 4366건에 이어 세 달 연속 4000건을 넘은 것이다. 거래량이 세 달 연속 4000건을 상회한 건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었던 2021년 8월(4059건)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최근 1~2년간 1000건도 채 되지 않았던 흐름과 비교하면 거래량 증가가 뚜렷하다.
매수세는 서울을 넘어서 전국으로 퍼지는 모습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전국 주택 거래량은 지난해 12월 3만 8000가구, 올 1월 4만3000가구에서 4월 5만8000가구로 대폭 늘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5월 금융권 가계대출은 5조 4000억원 증가했다. 대출항목별로는 주택담보대출이 5조 6000억원 증가했다.
당분간 주택 매수 심리는 살아난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에 따르면 6월 전국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82.7로 나타났다. 전월(74.1)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 불확실성에 따라 2.0 포인트(p)하락했으나, 8.6 p 반등한 것이다.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발표한 지수다. 기준선은 100으로, 이를 넘으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내다보는 주택사업 관련 업체의 비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래량 증가는 다중 요소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때 6~7%까지 치솟았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저 연 3%대로 낮아졌고,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나온다. 서울 전셋값은 55주 연속 상승했다. 공사비와 분양가 상승세가 지속되며 구축 아파트 매수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내세우는 1주택자 종부세 폐지론 등 감세 움직임도 매수 심리를 자극한다.
■ 양극화 심화…“한 지역 내서도 ‘똘똘한 한 채’ 선별 기조 강해질 것”
서울 새아파트를 중심으로 신고점을 갱신하고 있지만, 전국 미분양이 7만 가구를 돌파하고 부도를 내는 부동산 PF가 급증하고 있다. 일부 지역은 부동산 시장이 펄펄 끓고 있지만, 상당수 지역은 얼어붙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는 1만2968가구로 전월 대비 6.3% 증가했다. 준공 후 미분양은 다 지은 후에도 팔리지 않은 주택으로,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린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악성 미분양이 장기할될 경우 재무 부담이 커진다.
부동산 시장 과열조짐의 진원지는 서울 새 아파트다. 외지인들의 서울 아파트 등 ‘똘똘한 한 채 쇼핑’이 다시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월별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 매매 현황에 따르면 4월 서울 아파트 매입자 4840명 중 1061명은 서울 외 거주자였다. 지난해 6월 1180명을 기록한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인구 감소 등 지방소멸 우려가 나오면서 지방의 집을 팔고 서울의 똘똘한 한 채를 사려는 수요가 다시 되살안 난 것이다.
특히 서울 강북지역에서 처음으로 일반 분양가가 3.3㎡당 5000만원이 넘을 기세를 보이면서 구축 아파트로 쏠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GS건설과 현대건설이 공덕1구역을 재건축한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의 경우 일반 분양가가 3.3㎡당 5300만원 수준이 된다는 가능성이 나온다. 강북권 처음으로 5000만원을 넘기는 것이다. 행당동의 행당7구역 재개발 사업 조합은 ‘라체르보푸르지오써밋’ 분양가를 3.3㎡당 5200만원으로 검토 중이다.
강남이 아닌데도 1억원을 넘기는 경우도 벌써 생기고 있다. 광진구에 들어서는 ‘포제스 한강’은 3.3㎡당 1억 1500만원에 분양해 국내 최고 분양가를 찍었다. 그런데160억원에 달하는 펜트하우스 타입이 4월 완판되면서 또다시 화제를 일으켰다.
향후 서울 등 수도권 쏠림이나 지방 기피 현상은 더 심화할 전망이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현재 집값 오르는 것만 부각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같은 지역 내에서도 상승과 하락이 혼재해 있다”고 말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갈수록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고 있다”며 “결점 하나만 있어도 안 팔리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이 기조가 갈수록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청약전문가인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전국적인 부동산 폭등기였던 2020년에는 시세 추종형 가격 상승이 많았는데, 지금은 지역의 개별성이 더욱 강해졌다”며 “같은 지역 내에서도 오르는 곳은 오르고, 떨어지는 곳은 떨어지면서 양극화가 구체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찬가지로 과거 수준까진 아니지만, 폭등기에 올라타지 못 한 1주택자와 무주택자들을 중심으로 한 패닉바잉 수요가 일부 붙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집값이 떨어진다고 보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하반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공급뿐 아니라 수요 시장이 위축한다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올해 1~4월 0.5%, 하반기에는 1.3% 내려 연간 1.8% 하락한다고 전망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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