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6.02 07:30
[땅집고] “GTX-C 호재는 거의 없는데, ‘평누도’ 논란으로 불안감이 크다.”
30일 지하철 1호선 지행역에서 도보로 약 10분을 걸으면 동두천 송내주공 1단지에 도착했다. 지난 1년간 수도권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동두천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내주공 1단지 84㎡(이하 전용면적)은 지난 4월 1억9900만원에 거래됐다. 2022년 1월 3억7900만원 최고가와 비교해 1억8000만원이 하락했다.
이 단지뿐 아니라 ‘반값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2022년 1월 4억1000만원이었던 동원베네스트 84㎡은 이달 초 2억4900만원에 팔렸고, 에코휴먼빌2차 같은 주택형도 2억6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 4억2000만원(2021년 7월)에 비해 1억6000만원이 떨어졌다.
동두천의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최근 이 근처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고점의 40~60% 수준까지 떨어졌다. GTX-C 노선 연장 호재는 거의 없고, 경기북도 분리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큰 상황이다”고 말했다.
■ GTX-C 동두천 연장 호재도 역부족 “동두천 떠나는 주민들 늘었다”
집값 급락은 마땅한 산업이 없고, 교육 인프라도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교통 여건이 개선된다면 베드타운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GTX-C 노선 연장 효과가 언제, 어떻게 실현이 될지 확신이 없다. A중개업소 관계자는 “GTX-C 노선이 연장되는 것이 확정됐지만, 동두천까지 운행이 얼마나 많이 될 지는 미지수”라며 “직장인들은 직장과 더 가까운 지역으로, 학부모들은 학군이 더 좋은 곳으로 떠나려고 부동산에 아파트를 내놓겠다는 전화가 많다”고 설명했다.
동두천은 서울 출퇴근이 불편하다. 서울 노원구까지 약 50분, 업무지구인 중구, 여의도까지는 1시간 30분 가량 소요된다. 이 때문에 동두천시가 2020년 양주시 덕정역까지 예정된 GTX-C 노선이 동두천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할 때 이 지역 집값이 상승했다. GTX-C 노선은 올해 1월 착공, 2028년 12월 개통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2024년 1월 GTX-C 노선의 동두천 연장이 확정된 후에는 전혀 호재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 금리 인상 등의 이유로 부동산 시장 전체가 침체기에 빠진 것이 동두천에 직격탄이 됐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중심지와 거리가 멀기 때문에 장기적인 교통 호재가 있어도 강한 하락세를 이겨내지 못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동두천시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23년 5월 86.3에서 2024년 5월 79.8까지 떨어졌다. 수도권에서 동두천 아파트 가격 하락률이 가장 크다. A중개업소 관계자는 “팔려는 사람은 많은데 사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호가를 낮춰도 매수하려는 사람이 없다. 송내주공1단지의 경우 20년 전 분양 당시 가격까지 내려갔다”고 밝혔다.
서울 집값이 회복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동두천은 전혀 딴판이다. 집값 상승기 때는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구) 등 서울 동북부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매매가가 저렴한 동두천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노도강도 집값이 하락하고, 서울과 접근성이 더 좋은 인근 양주에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오히려 인구 유출되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동두천시 현재 인구는 8만7700명이며 2022~2023년을 거치며 9만명 밑으로 떨어지는 등 감소세가 강해졌다.
■ ‘평누도’ 논란에 불안감만 가중
설상가상으로 최근 경기북도 분도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안 그래도 없던 매수세를 죽였다는 평가도 있다. 경기도가 실시한 경기북도 명칭 공모전에서 ‘평화누리’가 대상을 수상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평화누리특별자치도’가 정식 명칭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경기도청 민원 홈페이지에는 “’평누도’ 논란은 경기북부를 저렴한 동네로 낙인 찍은 것”이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평누도’ 논란 자체가 당장은 집값에 큰 영향을 주진 않지만, 결국은 악재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큰 상황이다.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경기 북부가 따로 떨어지는 것에 불안감이 크다. 산업단지가 대부분 경기 남부 쪽에 몰려있다보니 경기 북북는 재정자립도가 굉장히 낮은데, 도가 나눠지면 동두천 부동산 상황이 더 안 좋아질 것이다”고 예상했다.
군부대가 많은 것도 도시 발전 측면에서 동두천의 약점이다. 오랜 기간 주한미군의 거점 역할을 했던 동두천은 군사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시역의 50% 가량이 군사 시설 부지이기 때문에 그간 발전이 더뎠다. 대부분의 미8군 부대가 평택 캠프험프리스로 이주하며 일부 기지가 반환되긴 했지만, 동두천의 택지 개발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평가다. 지행동에서 동두천 원도심으로 향하는 길에는 군사도시로서 희생한 것에 대한 정부의 보상을 요구하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보산동 캠프 케이시 인근 주민은 “미군 부대 근처는 상권이 어느 정도 발달했지만, 이제 주한미군이 많이 이주하면서 예전 같지는 않다”며 “이제 군 부대 부지를 개발하면 좋겠지만, 빠른 시일 내에 기대하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우 땅집고 기자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