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5.23 17:10 | 수정 : 2024.05.23 18:12
[땅집고] 불황으로 주택 인허가가 사상 최악 수준으로 추락하고 공사비가 폭등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건설사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달 중으로 최장 2개월간 쓸 수 있는 유급 휴직 제도를 실시한다. 포스코이앤씨와 한화 건설부문은 임원 급여를 각각 10%, 20% 수준을 삭감한다.
건설업계에서는 재무구조가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DL이앤씨도 주택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구조조정을 위한 면담대상자로 통보를 받은 인력은 20명 가량으로, 최종적으로는 50~70명 수준으로 대상을 늘릴 전망이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구조조정 통보는 개별 전화 등을 통해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건축분야에서만 총 10여 명, 총 20명 가량을 본사로 불러들인 상태다. 대상자는 연차가 높은 현장 소장이나 평가가 좋지 않은 저연차 직원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조정 대상자들이 “명퇴금 없으면 안 나갈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측은 “실제 주택 부분 저성과자들을 대상으로 면담을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는 저성장ㆍ경기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고려하고는 있으나, 구조조정이나 유급휴가 등 방식은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장인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의 DL이앤씨 라운지도 현재 구조조정ㆍ희망퇴직 얘기로 뜨겁다. 본사 1800명 중 수백명을 구조조정하고, 이미 담당 임원들이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앞서 DL이앤씨는 올 초에도 이미 한 차례 대규모 임원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당시 마창민 전 대표를 포함해 주택ㆍ토목ㆍ플랜트 사업 부문 임원 18명을 계약 해지 통보했다.
현재 DL이앤씨는 선별 수주를 명목으로 신규 주택 수주를 대폭 줄였다. 지방이나 수도권 수주는 완전히 접었으며, 최근에는 서울 송파구 ‘삼환가락’, 용산구 한강 변의 ‘용산산호’, 강남구 ‘도곡개포한신’ 입찰을 줄줄이 포기했다. ‘탈(脫) 주택’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DL이앤씨 행보에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최근 영업이익이 줄어들긴 했으나, 주택 사업을 축소해가면서 인건비를 줄일 정도로 사정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DL이앤씨는 건설업계에서 현금 보유고가 가장 많아 재무구조가 탄탄하기로 유명한 건설사다.
실제로 DL이앤씨는 건설업이 침체하는 가운데에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DL이앤씨의 영업이익은 1264억원으로 나타났다. 시공능력 평가 10위권 내에서 HDC현대산업개발(1979억원) 다음으로 흑자 폭이 크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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