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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업계 "시행사 다 말려죽이나"…금융당국 "시간끌기 없다"

    입력 : 2024.05.20 14:36 | 수정 : 2024.05.20 14:46

    [땅집고] 서울에서 주택 사업을 하는 A시행사는 지난 몇 년간 부동산 시장 경기 침체로 직격탄을 맞았다. 금융 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심사를 강화하면서 2022년 하반기부터 브릿지론 만기가 짧아지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한 번만 연장해도 충분했던 대출 기간이 점점 단축되면서 3회에 걸쳐 연장해야 했다.

    [땅집고] 지방의 한 아파트 사업장이 공사를 멈춘 채 방치됐다. /조선DB

    그런데 A시행사는 오는 6월부터 금융당국이 시행하는 PF 사업장 구조조정 평가에서 ‘부실 우려’ 등급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브릿지론 연장 횟수가 3회를 넘겼기 때문이다. A시행사 관계자는 “대외환경의 변화와 금융권의 요구로 연장 횟수가 증가한 것을 ‘연장 3회 이상’으로 일률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며 시장과 현장을 모르는 금융권 관점에서만의 정책”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부터 전국 5000여곳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이 같은 새 사업성 평가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다. 최초 평가에서 ‘부실 우려’ 등급을 받는 사업장이 대거 쏟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시행사 말려죽이는 정책…기간 고려 없이 대출연장 횟수만 적용, 부당해

    지난 13일 금융당국은 PF사업장이 부실한지 양호한지는 평가를 통해 분류하는 평가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정부는 PF 사업장의 사업성 평가 등급분류를 현행 3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했다. 또 기존에는 PF대출(본PF·브릿지론)만 평가했다면, 이 외에 유사한 방식의 대출인 토지담보대출과 채무보증 약정까지 포함하기로 했다.

    [땅집고] 부동산PF 사업장 평가기준 개선 전후 비교. /금융위원회

    시행 및 개발업계에서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새로운 평가 방식으로 그나마 잘 버티고 있는 사업장마저도 정리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땅집고][땅집고] 16일 오후 한국부동산개발협회가 정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대책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한국부동산개발협회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오피스텔을 짓는 한 B사업 시행사는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구로 계획보다 공사 기간이 늦어졌고, 사업비 증가로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이 기간 동안 시장의 수요도 사라지면서 분양 이후 18개월이 넘도록 분양률이 60% 미만으로 저조한 상황이다.

    B 사업장은 강화한 새 평가기준을 적용하면 본 PF 단계에서 경공매에 넘겨질 우려가 있다. 준공 예정일이후 18개월이 지난 상태에서 분양률이 미진한 사업장은 경공매를 통한 매각을 추진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C시행사는 수도권에서 물류시설을 짓는 사업을 운영 중이다. 사업을 관할하는 지자체가 인허가를 미루면서 최초 대출 만기 시기가 다가온 지 6개월이 지났다. 금융권의 연장 조건은 화주를 100% 들이는 것인데, 경기가 침체해 화주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C시행사 관계자는 “지자체별 인허가 조건이 다르고 아파트와 달리 물류·공장 시설은 분양 환경이 다른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비주거시설 사업 시행사 관계자는 “비주거 등 도시 인프라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사업장을 말려 죽이는 정책”이라며 “이들 사업은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이 많으며 지연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은 “한 개의 사업장 정리는 단순히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정상적인 타 사업장들까지도 연쇄적으로 쓰러질 수 있음을 간과했다”며 “부동산 PF의 핵심은 사업성이고 결국 분양성인데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다주택자 세제 완화 등 시장 회복 정책은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일단 공급자부터 정리하겠다는 것이 과연 시장경제 논리상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부실 사업장의 여신을 보유한 제2금융권도 대규모 손실 인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공매로 퇴출되는 ‘부실우려’ 등급 사업장에 대해선 당국의 지도에 따라 금융사가 최대 75%까지 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저축은행, 캐피털, 증권 등 2금융권에 속하는 3개 업종이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부동산 PF 충당금 규모가 최소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최초 평가 대상은 ‘연체’ 혹은 ‘3회 이상 만기를 연장한 사업장’으로, 전체 PF 사업장의 약 30%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 금융당국 “시간 끌 생각 없다”…내달 5000곳 구조조정 본격화

    하지만 이러한 반발에도 금융당국은 지체 없이 구조조정에 돌입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일 부동산 PF 시장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앞서 지난주 발표한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 관련해 “금융사와 건설사가 감내하는 범위 안에서 PF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 뉴욕 투자설명회(IR)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해관계자들의 경제적 이익을 만족시키기 위해 (구조조정의) 시간을 더 끌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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