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5.17 14:04
[땅집고] 상권 1번지 ‘명동’이 과거 화려했던 명성을 되찾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상권이 침체하고 공실까지 크게 늘었는데요. 최근에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과거 로드샵 화장품과 스파 브랜드를 내세워 외국인 관광객의 성지로 꼽히던 명동 상권이 국내외 손님을 아우르는 K패션 성지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 명동 큰 손 ‘유커’·내국인 MZ 흡수하는 명동
명동거리는 평일 대낮에도 캐리어를 끄는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들로 붐볐습니다. 명동 골목에는 최근에 새 단장을 마친 점포도 제법 보였는데요. 정통 스포츠 브랜드가 빠진 자리에는 프랑스 패션 브랜드 매장이 새로 들어섰습니다. 무신사는 을지로입구역 대표 오피스빌딩 중 하나인 명동N빌딩 1~3층에 매장을 냈고, ‘운동복계의 샤넬’로도 불리는 룰루레몬은 명동거리 초입에 복층 매장을 열었습니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국내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패션 잡화 브랜드가 대폭 생기면서 K패션 성지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디자이너 패션 잡화 브랜드 ‘이미스(emis)’도 명동 한가운데 나타났습니다.
기존 브랜드도 새 단장에 나섰습니다. 글로벌 스파 브랜드 H&M은 5월 매장을 열기 위해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 중입니다. 올리브영도 6월 재개점을 목표로 내부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불황에 허덕이던 명동 상권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 겁니다. 메인 상권에선 권리금이 형성되고 있고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석주 명동일번가부동산중개사무소 대표는 “코로나19 직후에는 관망하는 이들이 많았으나, 관광객이 유입되면서 공실이 다 채워졌고 지금은 권리금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미스 같은 패션 브랜드가 하나 둘 들어오고, 메이저 화장품 브랜드 문의도 온다”고 덧붙였습니다.
■ “망했다더니 무슨 일?”…명동 공실률 42%→1%
강남, 이태원 등과 함께 서울 6대 상권으로 꼽히는 명동은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젊은 층이 몰리는 번화가 중 하나였는데1990년대 후반 ‘유커’라고 불리는 중국 단체 관광객 방문이 늘면서 관광 명소로 완전히 탈바꿈했습니다. 이들은 특정 화장품 브랜드 제품을 싹 쓸어 갈 정도로 남다른 구매력을 자랑해 로드샵 화장품을 단숨에 명동 대표 업종으로 만들어놨습니다. 명동은 전 세계적으로 불었던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한국 대표 번화가가 됐습니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공실률이 절반에 달하는 암흑기를 거쳤습니다.
그러나 최근엔 코로나 이전의 모습을 완전히 되찾았습니다. 통계상으로도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명동 거리 유동 인구는 지난해 4분기 하루 평균 8만3394명을 기록했습니다. 2019년 4분기까지만해도 일 평균 9만5000명을 웃돌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급감했다가 다시 8만명을 넘겼습니다.
한때 서울 최고 수준이던 명동 상권 공실률은 현재 사실상 바닥을 찍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명동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022년 1분기 코로나19 여파로 42.1%에 달하다가, 지난해 말 19.7%로 내려온 뒤 올 1분기에는 외국인 관광객과 나들이객 수요에 힘입어 1.8%까지 떨어졌습니다. 명동과 붙어 있는 남대문 상권이 같은 기간 6.9%(2022년1분기)에서 9.6%(2024년1분기 )으로 늘어난 것과 대조됩니다. 서울 평균은 6.2%에서 5.7%로 소폭 줄었습니다.
임대료도 오르고 있습니다. 명동 중소형 상가 1㎡ 당 임대료는 2년 만에 13만7900원에서 올1분기 14만1600원으로 올랐습니다. 중대형 상가 임대료 상승폭은 이보다 더 컸습니다. 올 1분기 1㎡ 당 임대료는 19만5900원으로 2년 전 18만1900원과 비교해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60㎡ 매장을 임차할 경우 내야 하는 월세는 1091만4000원에서 1175만4000원으로 뛰었습니다. 강남대로(107x60=642만원), 광화문(86.7x60=520만원) 보다 배로 비쌉니다. 명동예술극장 옆의 한 상가 매물은 1, 2층 임대료는 보증금 30억, 월세 1억2000만원입니다.
■ 전문가 “강북 상권, 명동 빼면 다 침체”
전문가들은 신생 패션 잡화 브랜드들이 명동에 하나 둘 모이는 이유로 유동인구와 상권 규모를 꼽았습니다. 패션 브랜드의 경우 이미지 제고 등 브랜드 체험을 위해선 매장이 필요한데 강북권 상권에서 제법 규모 있는 매장을 구하기 어렵고, 상가가 많은 홍대나 이태원 등 대부분 상권의 경우 명동보다 유동인구가 적습니다. 게다가 명동의 경우 이미 다양한 스파 브랜드가 있어서 집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김영갑 KYG상권분석연구원 교수는 “강북에서 살아남은 상권의 경우 음식만 내세울 수 있고, 패션 브랜드가 들어갈 규모의 매장이 없다”며 “사실상 강남을 빼면 패션 기업들이 갈 데가 없어서 명동에 모이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신촌이나 이대는 상권이 많이 침체됐고, 그나마 있던 홍대 상권도 연남동 등 주변으로 분산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약 20년간 관광객의 성지가 되면서 국내 상권 임대료 1위 자리를 지켜왔던 명동. 코로나를 거치면서 망한 상권의 대표주자가 됐지만, 다시 임대료 1위의 위엄을 톡톡히 세우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으로 악명이 자자한 곳이라서 임대료가 조금만 올라도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자칫 겨우 살아난 명동 상권이 다시 꺼질 지 모른다는 우려의 시각도 나옵니다.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격변했던 명동 상권이 패션 브랜드를 흡수하고 부활 신호탄을 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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