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5.09 07:30
[땅집고] 1년 전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아파트 공사에 철근을 빼먹어 붕괴 사고를 냈던 GS건설. 이번엔 KS마크가 붙은 짝퉁 중국산 유리를 사용했다가 적발됐다. GS건설이 유리 난간을 교체하겠다고 밝히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3년 전 중국산 짝퉁 유리 사용과 관련해 고발된 건으로 GS건설 담당자가 참고인 조사가 받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GS건설이 KS마크 위조를 알고 있었음에도 2년 넘게 방관했다”고 주장한다.
KS마크는 산업표준화법에 의거한 국산 표준 마크다. GS건설은 2021년 7월 준공한 서울 서초구 방배그랑자이에 한국표준 KS마크를 위조한 중국산 유리를 수천장 시공했다.
KS마크는 산업표준화법에 의거한 국산 표준 마크다. GS건설은 2021년 7월 준공한 서울 서초구 방배그랑자이에 한국표준 KS마크를 위조한 중국산 유리를 수천장 시공했다.
방배그랑자이 아파트 가격은 전용 84㎡, 33평 기준으로 약 25억원이다. 시장에 나온 매물 호가는 30억원이다. 중국산 유리는 이 단지의 개방형 발코니 세대 난간과 스카이라운지, 연회장 등에 2500장 이상 설치됐다. 중국산 유리 2500장을 수입한 뒤 국내에서 KS마크를 위조해 부착했다. 이후 위조 유리를 정품 유리 1500장과 섞어서 납품했다.
난간 등에는 일정한 하중과 충격을 견딜 수 있는 강화유리가 사용되어야 하는데, 성능이 확인되지 않은 중국산 제품이 시공된 것이다. 일정한 하중을 견딜 수 있는지 제대로 검증조차 되지 않았다. 해당 아파트는 유리 추락 사고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위조 유리가 시공된 장소에 주민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정품과 가품 유리를 구별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사진으로 비교해보면 업체명과 숫자 등 글자 폰트와 간격이 다른 걸 알 수 있다. 가품은 정품보다 자간이 넓고 글자는 더 컸다.
방배그랑자이 유리 납품 과정을 살펴보면 GS건설 그리고 유리 관련 하청업체인 D사가 있다. D사는 T유리를 통해 납품을 받기로 했는데 T유리가 중국산 유리 2500장을 H사를 통해 수입한 뒤 국내에서 KS마크를 위조 부착한 것으로 드러났다. T유리는 이렇게 위조한 제품을 정품 유리 1500장과 섞어 납품했다.
이러한 사실은 GS 내부감사가 아닌 다른 유리 경쟁업체 제보를 통해 전말이 드러났다. 유리 입찰에서 탈락한 업체가 낙찰된 경쟁업체를 추적해 증거를 확보한 뒤, 2021년 9월 수사 당국에 고발했다.
GS건설 측은 하청업체가 중국산 유리를 정품과 섞어 납품해서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고 해명했는데 결국 관리부실 책임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부실시공이 또 다시 불거지면서 기업 신뢰도와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GS건설이 이 사실을 언제 인지했느냐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GS건설이 3년 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고 주장한다. 유리 입찰 탈락 업체가 고발해 수사에 돌입한 시점은 2021년 9월이다. 김형섭 방배그랑자이 입대의 회장은 “GS건설도 중국산 유리 도용 피해자인데 조합이나 입주민에게 유리 교체에 관해 알리지 않았다”며 “GS건설은 당시 수사에 협조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입주민들이 중국산 유리 문제를 인지한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2개월 전이다. 입주 후 3년 가까이 몰랐던 것이다. GS건설은 지난 3월 뒤늦게 이 사태를 파악한 입대의 측에서 세대 난간 유리 전면교체 공사를 요구하자, 발주처 및 감리단의 승인을 받아 시공을 했기 때문에 교체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 언론 보도가 나간 이후 10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정품으로 전면 재시공하겠다고 밝혔다. GS건설은 발주처로부터 4월 말에야 사건 진위를 파악했고, 엉터리 공사를 한 하청업체를 고발하고 구상권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유리업체들은 GS건설을 비롯한 건설업계의 최저가 고집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 가격이 워낙 저렴하기 때문이다. 중국산 유리 가격은 국산보다 20~30% 저렴하다. 유리업계는 중국산 짝퉁 유리 납품 논란을 오래 전부터 문제 삼아 왔고, 유리업계가 중국산 짝퉁 유리 판매 유리업체를 직접 고발하기도 했다.
게다가 방배그랑자이 품질시험계획서 상에는 유리가 주요 구조물 자재가 아니라서 유리와 관련한 품질 검사 항목이 아예 없는 것으로 확인이 됐다. 자재승인서 역시 서류와 실제 납품 자재를 일일이 대조하여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유리업계에서는 수입 유리의 불법 유통 사례가 늘고 있으나 KS인증 마크나 인증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이 부실하다고 지적한다. 소비자 안전과 직결된 만큼 주요 자재를 비롯해 유리까지 철저한 감리가 요구된다.
한국판유리창호협회 관계자는 “중국산 유리를 원산지 표시 없이 국산처럼 물타기 식으로 섞어 시공하는 사례가 과거부터 있어 왔고, 시공을 하고 나면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번 경우처럼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발견된 것으로 보아 이미 시공된 대형 현장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워낙 은밀하게 움직여서 현장 발견이 쉽지 않고, 수입 정보도 파악하기가 어려워 대대적인 단속 활동에 임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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