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5.05 07:30
서울 아파트값 주간동향 조사 결과 엇갈려…한국부동산원 “6주째 상승” vs. KB부동산 “23주 연속 하락”
[땅집고] “이렇게 차이날 수 있는가. 둘 중 하나는 엉터리 통계임이 틀림없다.”
최근 정부 공식 통계인 한국부동산원과 민간 대표 통계인 KB부동산의 집값 조사 결과가 계속해서 정반대로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공식 통계를 발표하는 한국부동산원은 4월 다섯째 주(지난달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03% 올라 6주 연속 상승했다고 7일 밝혔다. 상승 폭은 전주와 동일했다.
그러나 민간 대표 주택가격 통계인 KB부동산은 지난 2일 발표한 월간 주택가격 통계를 통해 올 2월 -0.12%. 3월 -0.15%, 4월 -0.17%로 오히려 하락세가 커지고 있다는 결과를 내놨다. 주간(週間) 단위 조사에서도 서울 아파트 가격은 작년 11월 13일(-0.01%)이후 23주째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통계 작성 방법에 따라 상승률에 차이가 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정책에 참조하기 위한 통계로 시장의 변화를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통계 기법을 활용했다는 평가이다. 반면 KB부동산 통계는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을 때 활용하는 만큼, 보수적으로 통계를 잡는다는 평가다.
문제는 둘 다 실거래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라는 것. 한국부동산원은 전문 조사원이 호가(呼價), 실거래가 등을 조사해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적정 가격’을 정한다. 반면 KB부동산은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가 시세를 입력하고 추가 검증하는 방식이다. 부동산 중개업소의 입김에 따라 가격이 좌우되는 통계이다. KB부동산은 표본주택이 거래된 경우엔 실거래가격을, 거래되지 않은 경우엔 매매사례비교법에 따른 조사 가격을 넣는다. 양측 모두 주요 아파트 표본을 정해 시세를 산출하는데, 표본 주택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로 뒤바뀔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국민은 이런 통계의 특성을 알지 못한다. 더군다나 한국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은 마치 자신들의 통계가 정확한 것처럼 자랑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가 나서 주간 단위로 집값 조사를 벌이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한국이 유일하다. 통계 전문가들은 “국가가 주식도 아닌 주택 가격을 주간 단위로 조사해 발표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비판한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실거래가 통계, 매물 통계 등으로 정확하게 구분해서 통계를 발표한다. 실거래가는 신고 등의 절차를 감안하면 집계가 두 달 정도 늦어진다. 반면 매물 호가 기반의 통계는 AI(인공지능) 등을 활용해서 거의 실시간으로 집계가 가능하다.
한국부동산원과 국토교통부는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 상승률을 실제보다 낮게 통계를 조작해 수사를 받았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국토부는 최근 주택 인허가를 과소 집계했다고 실토하는 등 통계의 기본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민섭 호서대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는 “보통 정부 통계가 민간보다 집값 상승률이 보수적으로 잡히는데, 지금은 정부 통계가 오히려 민간보다 과장됐다는 느낌을 준다”면서 “주택가격 통계의 전면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차학봉 땅집고 기자 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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