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4.30 10:02 | 수정 : 2024.04.30 11:55
[땅집고] “빌라나 다세대 같은 비아파트 시장은 역전세난 때문에 죽어납니다. 정부가 아파트 공시가만 신경 써서 전체 공시가를 낮춰버렸는데, 빌라 공시가는 현실을 너무 반영 못하고 있어요. 새로 세입자를 받아도 공시가가 낮아져서 기존 보증금에 웃돈을 얹어야만 보증금을 빼 줄 수 있어요.”(서울에서 임대사업을 하는 김모씨)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평균 1.52% 상승했다. 국토교통부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30일 확정 공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1월 1일 기준으로 조사·산정된 1523만 가구에 대한 결과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산정 기준이다. 높아질수록 과세 금액도 늘어나므로, 올라가길 바라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최근 공시가격 발표 이후 빌라 소유주 일부는 ‘공시 가격 상향’을 촉구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 빌라 소유주 ‘낮은 공시가격’에 뿔난 이유는
30일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격에 대한 이의 신청 건수는 작년 대비 22% 감소한 6368건이다. 2018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며, 2021년과 비교하면 8분의 1로 줄었다.
이의 신청 중 81%인 5163건은 공시가격 상향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특히 다세대주택 소유주가 69%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공시가격 하향을 요구한 건수는 1205건이었으며, 이 중 88%는 아파트였다.
이는 최근 전세 보증보험 가입 요건이 강화된 데 따른 것이다. 국토부는 전세금이 보증보험을 발급하던 기준을 공시가격의 150%에서 공시가격의 140%, 전세가율 90%(=공시가격의 126%)로 바꿨다.
■ “임대사업 다 죽는다” 성토하는 빌라 소유주들
이에 따라 빌라 집주인들은 전세금을 낮춰야 신규 세입자를 구하거나 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예컨대 2022년 공시가가 2억2500만원이었던 강서구 등촌동의 한 빌라는 당시 최대 3억3750만원까지 전세를 받으면 보증보험에 들 수 있었다.
그러나2023년 공시가격이 2억1600만원으로 하락하면서 보증보험에 들 수 있는 전셋값이 2억7216만원으로 내려갔다. 집주인은 기존 보증금을 6000만원을 낮춰야만 보증에 가입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서울에서 빌라 임대업을 하는 A씨는 세입자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주택담보대출과 2금융권 대출로 1억을 마련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줬다.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파산 위기에 놓인 임대사업자가 늘면서 이른바 ‘126%’를 폐지하자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임대인 50여명은 지난해 9월 중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진행했다. 일부 임대인은 집단 소송을 위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임대인연합회가 전국오피스텔협의회, 전국레지던스연합회와 함께 비아파트총연맹을 결성해 제안한 국민청원은 지난해 12월 공개 15일 만에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및 임대보증금 반환보증의 가입 산정 기준 현실화’ 등을 요구했다.
■ 국토부, 공시가격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선 방안 내놓는다
국토부는 전체 의견의 19.1%인 1217건이 반영돼 공시가격이 조정됐다면서도, 의견 접수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과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공시가격 확인은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 홈페이지나 공동주택이 위치한 시·군·구청 민원실에서 가능하다.
이의가 있는 경우 다음 달 29일까지 이의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다. 이의 신청된 내용은 재조사 후 6월 27일까지 결과를 통보한다./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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