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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가 공사비 평당 1300만원…나 홀로 재건축 신반포 22차

    입력 : 2024.04.26 10:36

    [땅집고]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2차 주택 재건축사업' 공사장 입구. /강태민 기자

    [땅집고] 지하철 3호선 잠원역 3번 출구에서 약 350m 떨어진 곳. 구축 아파트와 신축 아파트 사이에 위치한 신반포 22차 재건축 사업 현장입니다. 펜스가 높게 쳐져 있습니다. 2022년 이주를 마친 지 2년이 다 돼가지만, 시공사와 조합의 공사비 협상이 이어지면서 건물 철거 이후 별다른 진척이 없습니다.

    [땅집고] 서울 서초구 '지하철3호선' 잠원역 3번 출구. /김서경 기자

    ■3.3㎡당 공사비, 7년 만에 569만원→1300만원 껑충

    최근 시공사가 요청한 공사비 인상분을 조합이 받아들이면서 본격적인 착공에 돌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공사비가 충격적입니다. 역대 최고가인 3.3㎡당 무려 1300만원으로 책정됐기 때문입니다. 7년 전 책정한 공사비 569만원에서 2배 이상 올랐습니다.

    7년 전보다 금액이 오를 순 있지만, 평당 1300만원이라는 숫자는 강남권 재건축 현장에서도 보기 힘든 금액입니다. 역대 최고가로 알려진 서초구 방배삼호 12·13동 가로주택정비사업 공사비(3.3㎡당 1153만원)보다 10% 이상 높은 가격입니다.

    신반포22차 조합원 김모씨는 이자 부담이 상당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올 6월이면 이주한 지 2년이 되는데, 철거한 후 진척이 없다”며 “전세금이 싼 곳에 들어갔어도 8~9억원 가량 대출을 받아서 4년이면 2억 가까운 이자를 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땅집고]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2차 주택 재건축사업' 공사장 전경. 건물이 모두 철거된 상태다. /강태민 기자

    ■ 1개 동 ‘나 홀로 아파트’ 비쌀 수밖에 없다

    신반포22차 재건축 사업은 1개동을 허물고, 지하 3층~지상 최고 35층, 2개 동을 짓는 사업입니다. 가구수는 132가구에서 160가구로 늘어납니다. 이 단지는 마주 보는 320가구 규모 신반포 7차(3개동) 와 통합 재건축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는 과도한 부담금을 내야 하는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1개동만 재건축하는 이른바 ‘나 홀로 재건축’ 사업을 택했습니다.

    아파트 공사비가 역대급으로 뛴 가장 큰 이유는 소규모 단지라는 점입니다. 통상 소규모 고층 아파트를 지을 때는 대단지보다 공사비가 1.5배 정도 더 드는 편입니다. 가구 수가 많거나 부지가 넓으면 대량 구매를 통해 면적당 공사비를 줄일 수 있지만, 소규모에선 이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렵습니다. 단지가 작을수록 공사비 인상 압박을 강하게 받는 이유입니다. 이곳의 경우 사업 속도를 당기기 위해 택했던 단독 재건축 방안이 오히려 화근이 됐습니다.

    게다가 신반포22차는 힐스테이트가 아닌 현대엔지니어링의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적용합니다. 통상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면 공사비가 더 올라갑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주변 수준에 맞춰 하이엔드급으로 올리다보니 자재비가 높게 책정됐고, 단지 규모가 작고 고층이라는 점도 공사비 상승 요인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땅집고]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2차 주택 재건축사업' 완공 후 예상 모습. /신반포22구역 조합, 서울시 정비사업정보몽땅

    ■잠원동, 3.3㎡ 당 분양가 1억 시대 열린다

    이렇게 부쩍 오른 공사비는 추후 비싼 일반분양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반분양대금을 높게 받아야만 조합원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단지는 강남 분양 단지지만, 일반분양 물량이 30가구 미만인 28가구여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습니다.

    현재 조합과 시공사가 생각하는 3.3㎡(1평)당 분양가는 약 8500만원으로 알려졌습니다. 일각에선 이 아파트 3.3㎡(1평)당 분양가가 최대 1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의 강남 최고 분양가 3.3㎡당 6705만원 기록도 깨질 것으로 보입니다.

    서초구 잠원동 A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아파트 분양가가 비싸다는 말은 2008년 반포자이 분양 당시에도 나왔다”며 “인건비나 자재비가 점점 올라가기 때문에 아파트 분양가는 입지가 좋든, 나쁘든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는 강남을 중심으로 정비사업에서 이러한 공사비 인상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정비사업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자재비 상승에서 촉발된 공사비 인상을 피할 길이 없다는 겁니다. 이미 사업이 제법 진행된 현장의 경우 조합이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 요구에 응하지 않을수록 손해가 더욱 커지는 형국입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현재 정비사업 시장에선 시공사가 ‘갑(甲)’의 위치에 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송 대표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조합이 시공사 간판을 내세워 정비사업을 하는 것”이라며 “시공사가 제안하는 공사비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안 될 것”이고 했습니다. 이어 “시공사를 바꾸더라도 기존 시공사가 냈던 자금을 토해내야 한다”며 “결국 지금보다 환경이 더 좋아진다고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인건비와 자재 가격 자체가 상승한 만큼 공사비가 추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에 급등한 만큼 한동안 현재 수준과 비슷한 수준으로 공사비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데요. 문제는 조합이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 요구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공사비가 늘어나는 만큼, 갈등이 장기화돼봤자 조합 입장에선 얻을 게 없다는 겁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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