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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대 부모에 70대 딸,사위까지…2대 모여 사는 실버타운 만든 비결

    입력 : 2024.04.26 07:30

    [시니어하우징 멘토를 만나다 -이기동 '더 시그넘하우스' 청라점 대표(상)]

    실버타운 강남점 성공 이어 2호점 청라 개점
    연 수익 2~3억 수준, 마진 적은 이유
    식사 끼니당 1만 1천원, 재료비 60%
    본업은 제조업 기반 회사…사회 공헌 목적 운영

    [땅집고] “시그넘하우스는 강남 유명 실버타운으로 불리지만, 영업이익이 2~3억원에 불과합니다. 만약 수익 창출만 노렸다면 분양형 실버타운을 지어서 다 팔았을 텐데, 우린 균일하고 고급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처음부터 임대형을 택했습니다.” (이기동 시그넘하우스 청라점 대표)

    [땅집고] 인천시 서구 청라신도시에 문을 연 '더 시그넘하우스 청라점' 로비. /김서경 기자

    서울 강남 유명 실버타운 ‘더 시그넘하우스’가 최근 인천 서구 청라신도시에 지하 3층~지상 9층, 총 139가구 규모 ‘더 시그넘하우스 청라점’을 선보였다. 2017년 개관 이후 우수한 커뮤니티 시설로 화제가 됐던 강남점보다 최신식 시설이 인천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통상 1호점에 이어 2호점을 내는 것은 ‘사업을 확장한다’는 의미다. 시그넘하우스 역시 브랜드를 키우고자 새 지점을 냈다. 다만, 이들의 목표는 수익 창출이 아니다. 최근 땅집고와 만난 이 대표는 “시그넘하우스는 제조업 기반 회사가 우연한 기회에 만든 사회적 환원 시설”이라며 “청라점 역시 강남점처럼 입주자들이 낸 관리비보다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버타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실버타운에 합류한 배경 역시 ‘서비스’다. 그는 신한은행을 퇴직한 금융인 출신으로, 2017년 시그넘하우스 강남점이 문을 열 당시 전무로 합류했다. 이 대표는 “시그넘하우스만큼,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하는 실버타운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땅집고] 인천시 서구 청라신도시 '더 시그넘하우스 청라점'의 이기동 대표. /강태민 기자

    - 시그넘하우스의 차별화된 서비스는 어떤 게 있나.

    “시그넘하우스 강남점 안에는 요양원 형태의 ‘너싱 홈(nursing home)’이 있다. 건강한 어르신이 가는 실버타운과 달리 치매나 중풍처럼 질환을 앓는 어르신을 모시는 곳이다. 다른 실버타운에는 이러한 시설이 없는 것으로 안다.

    대부분 요양원은 정부 지원을 받아서 서비스와 인력, 금액을 모두 정부 기준에 맞춰야 하는데, 시그넘하우스 너싱홈은 지원을 전혀 받지 않아서 정부 기준에 맞출 필요가 없다. 일반 요양원보다 요양보호사나 사회복지사가 많은 편이다. 이로 인해 비용이 많이 들지만, 비용만큼 서비스의 질이 높다. 실버타운과 마찬가지로 마진이 없다.”

    - 시그넘하우스 1인당 월 관리비는 최소 200만원 정도다. 정말 마진이 없나.

    “시그넘하우스 강남점을 기준으로 연간 이익이 2억-3억원에 불과하니, 최소한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마진이 적은 이유를 식사로 설명해 보겠다. 시그넘하우스의 식비는 끼니 당 1만1000원인데, 재료비가 60%를 차지한다. 남은 40%는 인건비다.

    재료비가 많이 드는 편인데, 신경을 많이 써서 그렇다. 쌀은 이천에서 나는 최고 등급으로, 과일은 가락시장에서 납품받는다. 갈치 같은 해산물은 제주나 남해 같은 바닷가에서 산지 직송한 것만 쓴다. 그래야만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식사는 실버타운 입소를 결정하는 가장 큰 부분이다. 어르신 10명 중 9명이 ‘밥 차리기 힘들어서 왔다’고 할 정도다.”

    [땅집고] 인천시 서구 청라신도시 신상 실버타운 '더 시그넘하우스 청라점' 식당 내부. /김서경 기자

    - 사실상 ‘노마진’ 상태에서 어떻게 운영이 가능한가. 굳이 하는 이유가 있나.

    “시그넘하우스를 운영하는 ‘도타이’가 제조업에 기반을 둔 회사라서 가능한 일이다. 도타이’의 모회사 LTS는 1980년대부터 에어컨 핵심부품인 열교환기를 만들어왔다. LG전자의 오랜 계열사다. 본업인 제조업으로 돈을 충분히 벌고 있다. 시그넘하우스는 LTS가 사회 공헌 차원에서 만든 복지시설인 셈이다.

    지금도 운영사 임원진들은 시그넘하우스 결산 내역을 보고 ‘마진을 남기지 말라’고 한다. 애초에 어르신을 위해 조성한 시설인 만큼, 남김없이 쓰라는 것이다. 실버타운이 어르신들이 여생을 편하게 보낼 수 있게 보조하는 시설이라고 항상 강조한다.”

    [땅집고] 인천시 서구 청라신도시 신상 실버타운 '더 시그넘하우스 청라점' 16평 방 내부. 현관에 들어서면 주방과 거실이 나온다. 방과 화장실 각 1개를 갖췄다. /김서경 기자

    - 제조회사가 갑자기 실버타운을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시그넘하우스는 정말 우연한 기회로 시작하게 됐다. 원불교와 인연이 깊은 박세훈 LTS 회장이 2015년 이전에 원불교 한 재단에 노인복지시설 부지 계약금을 빌려줬다가 이 부지를 떠안게 되면서 실버타운을 만들었다.

    시그넘하우스는 분양형 실버타운이 폐지되기 전에 노인복지주택 사업 인가를 받아서 분양형 시설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분양형 실버타운을 만들었다간 자칫 시설이 악용될 수 있다고 봤다. 분양업자가 어르신에게 집을 팔아버리면 끝이지 않나. 입주자들이 서비스를 제공받으려면 실버타운 운영사는 책임지고 식당과 커뮤니티 시설을 운영해야 한다.”

    [땅집고] 인천시 서구 심곡동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강태민 기자

    - 실버타운의 사회적 역할이 있다고 보나. 그렇다면 어떤 역할일까.

    “사람이 건강하면 병원비가 덜 들지 않나.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국가가 부담해야 할 의료비가 대폭 늘었는데, 실버타운은 이러한 의료 수요를 줄일 수 있다.

    실버타운에 들어온 어르신들은 규칙적으로 생활한다.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고 남은 시간엔 운동하거나 친구들을 만나면서 즐겁게 보낸다. 아무래도 집에 혼자 있을 때보다 우울증도 덜 걸린다. 어르신만 몸과 마음이 편한 게 아니다. 입소한 어르신들의 자녀들의 만족도도 높다.

    강남점에는 2대가 함께 들어온 경우도 있다. 90대 노부부에 이어 70대 딸과 사위가 모두 같은 공간에서 지내고 있다. 매일 얼굴을 보지만, 서로 부양 걱정이 없다. 실버타운의 순기능을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 운영 전문가 과정>


    땅집고는 최근 늘어나는 시니어 부동산 개발 니즈에 맞춰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과 운영 전문가 과정(2기)’을 오는 5월 8일 개강한다. 지난 2월 개강한 1기 과정은 조기 마감했다. 이번 과정은 시행사나 건설사, 자산운용사, 건축설계회사, 투자회사, 감정평가회사, 공기업, 공공기관 등 기업 회원이 대상이다.

    강의는 현장 스터디 3회를 포함해 총 18회로 진행한다. 금융권 최초 요양사업 전문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의 이상욱 본부장은 ‘시니어 시설과 요양시설 수익화를 위한 사업성 검토 및 개발’이라는 주제로 시설 관련 제도와 관련 법규, 입지 선정 전략 등을 공유한다
    황문영 종근당산업 벨포레스트 사무국장은 시니어주거와 요양시설의 차이점과 운영 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한다. 전국 실버타운을 직접 방문해 생생한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공빠TV’의 문성택씨는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기존 실버타운 개발 사례를 집중 소개한다.

    강의는 매주 수요일 오후 4시~6시30분이며, 수강료는 290만원이다. 땅집고M 홈페이지(zipgobiz.com ▶바로가기)에서 신청하면 된다. (02)6949-6190.

    ▶ 2050년엔 노인 인구가 40%? 초고령화로 실버 주거시설이 뜬다!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 ☞ 땅집고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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