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4.23 09:00
[분양 청문회] 삼성물산, 작년 역대 최고 실적 냈지만…반도체 사업 확장 기조에 건설업 축소?
[땅집고]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 다들 아시죠? 국내 1위 건설사인 삼성물산이 쓰는 브랜드입니다. 삼성물산은 2014년부터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1위를 차지한뒤 지금까지 10년 연속으로 1등 건설사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1등 건설사 치고는 래미안 아파트 분양이 너무 없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운영하는 청약홈 홈페이지에서 ‘래미안’으로 검색해봤습니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간 분양한 래미안 아파트, 딱 4곳 뿐입니다. 더군다나 집값 상승기라 청약 광풍이 불었던 2022년이랑 올해는 지금까지 분양이 ‘제로’입니다.
다른 대형 건설사들이랑 비교해보면 래미안 분양 소식이 얼마나 희귀한지 실감이 되는데요. 같은기간 현대건설 ‘힐스테이트’가 총 98곳, GS건설 ‘자이’가 총 114곳이나 분양했거든요.
래미안 아파트 분양한 지역을 보면 그마저도 대도시인 서울이랑 부산밖에 없습니다. 2020년 분양한 ‘래미안 엘리니티’, 서울 동대문구 아파트고요. 2021년 ‘래미안 원베일리’랑 2023년 ‘래미안 라그란데’도 서울. 그리고 부산에는 ‘래미안 포레스티지’ 딱 한 군데 있었습니다.
이렇다보니까 건설업계에서도 삼성물산이 래미안 아파트 사업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 적도 있었습니다. 전국 곳곳에 래미안 아파트 들어선다고 하면 1등 기업인 삼성이 짓는 만큼 다들 청약하고 싶어할텐데, 왜 이렇게 분양을 안하는걸까요.
이 내용을 알려면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합니다. 당시 이재용 회장 승계를 위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 절차를 밟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은 국내 아파트 사업에서 거의 철수하다시피 하고, 해외 건설사업 일부는 삼성엔지니어링에 넘겼습니다.
기업 합병의 기준이 되는 합병비율은 일정 기간동안 두 회사의 주가를 평균해서 계산합니다. 따라서 주가가 높은 기업에게 유리한 구조죠. 당시 이재용 회장이 제일모직 지분은 23.2%나 갖고 있었는데, 삼성물산 지분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삼성물산이 일부러 래미안 아파트 사업을 축소해서 삼성물산 가치를 제일모직보다 확 낮추고 이재용 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구조를 만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는 최근 선고 공판에서 “이 사건의 공소 사실은 모두 무죄”라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하면서 주가조작, 업무상 배임과 회계 부정 등을 저질렀다고 했지만 법원은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재판부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 이 회장의 승계를 유일한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오히려 여러 증거나 사실관계에 따르면 (합병에는) 삼성물산의 사업적 목적도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재용 회장의 반도체 중심 경영방침이 래미안 홀대에 영향을 미쳤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실제로 이재용 회장은 사석에서 "반도체 만드는 회사가 아파트까지 지어야 하느냐"는 말까지 했다고 해요.
이렇다보니까 삼성물산 건설부문에서 주택사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바닥 수준입니다. 올해 공시된 사업보고서를 봤더니 2023년 삼성물산이 수주한 건설계약이 약 88조 5000억원. 이 중 주택사업 도급액은 9조6000억원으로 10%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삼성물산이 수주 활동을 안해서 래미안 아파트 분양도 없다는 거겠죠.
이런 경영 방침이 래미안 아파트 분양 기다리시는 분들한테는 서운할수도 있겠지만, 삼성물산한테는 완전 이득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금 부동산 경기가 안좋아서 서울같은 인기지역이 아닌 이상 아파트 분양했다 하면 미분양이 터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건설사들마다 아파트가 안팔리니까 엄청 힘든 상황인데, 삼성물산은 래미안 짓는 대신 자체 반도체 공장이랑 해외 공사에 집중한 덕분에 지난해 건설부문 매출이 19조3100억원! 영업이익도 1조원을 돌파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올해에는 삼성물산이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조금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어요. 그런데 사업성을 고려해서 여전히 지역은 가립니다. 서울 여의도, 한남동, 압구정동처럼 공사비를 비싸게 받을 수 있으면서 상징성이 있는 곳에만 진출해서 수도권 웬만한 지역이나 지방에는 래미안 아파트가 새로 들어설 확률이 매우 낮고요.
또 수주 성공하더라도 사업장 규모에 따라서 분양까지 최소 3년에서 5년 이상 걸리니까요. 앞으로 몇 년간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분양 시장에서 래미안 아파트를 아주 간간히만 찾아볼 수 있을 전망입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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