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4.20 07:20
11만 팔로워 '성수바이블' 제레박 인터뷰
5년 넘게 매일 SNS에 성수동 콘텐츠 게시
"성수만의 로컬리즘…지역 소상공인과 시너지"
[땅집고] 한 주에 열리는 팝업스토어만 무려 50곳. MZ 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최고 핫플로 거듭난 성수동은 최근 ‘팝업스토의 성지’로도 불린다. 임대료도 천정 부지로 치솟았다. 성수동 팝업스토어 하루 임대료만 수천만원에 달한다. 비싼 곳은 하루 임대료만 5000만원이다.
돈과 사람이 몰리는 성수동은 SNS 키워드에서도 늘 최상위권을 차지한다. 기업 홍보팀 직원부터 크리에이터, 2030 MZ 세대 등은 팝업스토어나 데이트 코스로 성수동을 1순위로 꼽는다. 그런데 이들이 성수동을 찾기 전 꼭 들리는 ‘성지’가 있다. 오프라인 공간이 아닌 바로 온라인 SNS 채널 ‘성수바이블’이다.
5년 넘게 매일 SNS에 성수동 콘텐츠 게시
"성수만의 로컬리즘…지역 소상공인과 시너지"
[땅집고] 한 주에 열리는 팝업스토어만 무려 50곳. MZ 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최고 핫플로 거듭난 성수동은 최근 ‘팝업스토의 성지’로도 불린다. 임대료도 천정 부지로 치솟았다. 성수동 팝업스토어 하루 임대료만 수천만원에 달한다. 비싼 곳은 하루 임대료만 5000만원이다.
돈과 사람이 몰리는 성수동은 SNS 키워드에서도 늘 최상위권을 차지한다. 기업 홍보팀 직원부터 크리에이터, 2030 MZ 세대 등은 팝업스토어나 데이트 코스로 성수동을 1순위로 꼽는다. 그런데 이들이 성수동을 찾기 전 꼭 들리는 ‘성지’가 있다. 오프라인 공간이 아닌 바로 온라인 SNS 채널 ‘성수바이블’이다.
성수바이블 채널을 운영하는 박진우 대표를 만났다. 그는 ‘로컬 큐레이터’다. 그가 하루에 성수동 관련 업로드하는 게시물 수는 평균 5개 안팎이다. 5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식당, 카페 등 가리지 않는다. 맛집이나 옷 가게 뿐만 아니다. 성수와 관련한 동네 콘텐츠와 최근엔 주간 팝업 스토어 리스트 게시글도 업로드한다. 성수바이블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만 11만명에 달한다. 로컬 큐레이터 중 팔로워 수가 가장 많다.
그는 광고대행사의 카피라이터로 시작해서 나이키, CJ, 아모레 등의 글로벌 브랜드를 맡은 디지털 광고 대행사를 거쳤다. 약 14년의 마케팅 커리어를 쌓았다. 지난해 12월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면서 전업 로컬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성수동’ 로컬 큐레이터가 SNS를 주 무대 삼아 맹활약할 수 있는 비결을 들어봤다.
-어떻게 하다가 로컬 큐레이터를 하게 됐나. 계기가 궁금하다.
“2018년 성수동에 신혼집을 구하면서 평일, 주말마다 동네 맛집을 찾아다니는게 취미였다. ‘단순히 소비로 휘발되지 않고 SNS에 제대로 아카이빙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가볍게 시작했다. 본업인 마케터 스킬을 SNS에 발빠르게 적용해서 운영하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성수동에 들어선 업종도 각양각색이다. 큐레이터로서 선별 기준이 있나?
“업종은 보통 음식점이나 카페 등 F&B 매장 위주로 선정한다. 개성 있는 F&B 매장이 동네의 분위기를 바꾸고, 뜨는 상권은 무조건 F&B가 만든다. F&B 매장의 선별 기준은 딱 하나다. 매장에 ‘영혼이 있는가’다. 매장을 운영하는 사장님의 철학이나 컨셉이 매장을 방문하는 소비자들에게 온전히 브랜드 경험으로 잘 전달되는 매장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편이다.
■식음료 매장 광고비 제로, 기업에서도 문의 쏟아져
-광고비를 받고 홍보하는 것 아닌가.
“이건 단언컨대 성수교과서에 식음료 매장을 소개할 때는 광고비를 1원도 받지 않는다. 심지어 사장님 몰래 배달을 시켜먹고 리뷰하거나, 사장님 몰래 매장에 방문해서 음식을 먹고 후기를 올려서 나중에 감사하다는 DM(SNS 메시지)을 받을 때도 많다.
-팝업 게시글에는 ‘광고’라는 해쉬태그가 달려있던데.
“단, 팝업 광고만 홍보비를 받고 있다. 기업과 건축주를 중심으로 팝업 문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그러다보니 최근엔 대관부터 행사 기획까지 ‘1인 행사 대행사’ 역할을 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행사 기획은 어떤 게 있나?
“신라면세점에서 외국인 카드 지출이 높은 성수동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기획하는 단계였다. 성수동 자영업자들과 협업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다, 공동기획을 추진하게 됐다. 장충동 면세점에서 일정 금액 이상 결제를 하면 성수동에서 사용 가능한 바우처를 제공했다. 200달러 이상 쓰면, 2만원, 300달러 이상 쓰면 3만원을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바우처다. 이동할 수 있는 교통 택시비도 별도로 지급했다. 평소 친분이 있었던 성수동 F&B 매장 점주를 포함해 60여개 업체가 참여했다.”
-자영업자와 함께 시너지를 낸 사례도 있나.
“지역 소상공인들과 연합한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모션은 항상 기획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엔 핫소스를 파는 타바스코와 함께 ‘피자 페스타 성수’를 개최했다. 성수동 일대 8곳의 피자집을 섭외했다. 콜라보 메뉴를 개발하고 타바스코 굿즈 등을 판매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팝업스토어 대관 비용을 아끼고 자영업자들은 SNS에 점포가 자연스럽게 홍보가 돼 1석2조 효과를 누렸다.”
■연무장길 임대료 급증은 우려, 다만 상권 규모는 더 확장
-경리단길, 가로수길 등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상권이 많이 침체됐다. 성수동에 대한 우려도 크다.
“실제로도 성수동에서 가장 비싼 상권인 연무장길의 부동산들은 팝업 공간으로 운영하는게 대세가 되면서 손바뀜도 늘고 있고, 공실도 빠르게 늘었다. 메인 상권은 이미 젠트리피케이션이 시작됐다. 하지만 성수동이라는 상권이 워낙 넓고 평지로 이뤄져있어서 임대료가 저렴한 상권이 점점 더 발전할 걸로 보고, 홍대가 다양한 상권으로 발달한 것처럼 성수동도 이와 유사하게 위성상권이 발달할 것으로 보여진다.”
-성수동이 오피스 개발 붐도 불었다. 상권 특성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성수동에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있는 지식산업센터로 인한 풍부한 오피스 수요, 패션·IT 회사를 중심으로 한 상권 변화가 예상된다. 구로·가산디지털단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그곳과는 다른 성수동 만의 오피스 상권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성수전략정비구역 1~4지구가 계획대로 재개발이 진행될 경우 새로운 부촌이 형성되면서 고급 주거와 오피스가 공존하는 상권으로 바뀔 것이다. 따라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오더라도 오피스와 주거가 받쳐주기 때문에 현재 과열된 연무장길 제외한 다른 상권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여전히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맛집 리뷰, 팝업스토어 소개 등 각양각색
-로컬 큐레이터 역할은?
“전통 미디어 시장만 봐도 해외에선 지역 기반 신문·방송 역할이 크다. 한국은 서울·중앙 중심의 매체 영향력에 비해 미미하다. 하지만 로컬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의 수많은 공간 중에서 본인 만의 시선으로 대중에 소개할만한 공간을 잘 전달하는 것, 나아가 로컬 상권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게 로컬 큐레이터의 역할이다.”
-요즘 왜 로컬리즘이 뜨는 걸까.
“코로나를 겪으며 원마일웨어(집 근처 1마일 반경 내 입을 수 있는 옷), 슬세권 등 작은 단위의 로컬이 점점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자리잡고 있다. 성수동의 경우에는 서울, 한국 등 국가나 상위 도시와 상관 없이 성수동이라는 작은 로컬로 글로벌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한국, 서울보다 가장 방문하고 싶은 동네로도 각광 받는다. 이러한 작은 단위의 로컬이 돋보이고 각광 받으면서 로컬리즘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다른 채널, 인플루어선와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
“처음엔 성수동 로컬 맛집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보통 음식 인플루언서는 서울 혹은 전국, 나아가서 세계의 맛집을 알리는데 집중한다. 하지만 내가 사는 동네의 맛집을 알려주는 컨셉으로 시작해서 차별점을 줬다. 최근엔 맛집 외에도 팝업, 부동산 등 성수동의 정보, 뉴스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벚꽂이 핀 영상이 굉장히 화제더라
“그 게시물이 대표적이다. 조회수만 180만뷰를 넘었다. 좋아요도 1만개를 돌파했다. 서울숲 일대 벚꽃이 피기 전부터 만개하는 날까지 매일 성수동 벚꽂을 실황 라이브로 공유했다. 다른 유명한 인플루어선들이 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동네에 살고 있기 때문에 성수동 소식을 온라인에서 가장 빠르게 알릴 수 있었다.”
-성수바이블 구독자가 11명을 돌파했다. 로컬 큐레이터 팬덤을 만들기 위해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내가 보여주고 싶은 컨텐츠보다 사람들이 보고 싶은 컨텐츠를 올리는게 가장 중요하다. 끊임없는 모니터링으로 로컬에서 요즘 가장 뜨는 컨텐츠가 뭔지 빠르게 파악하고, 단톡방, 오프라인 커뮤니티 등 다양한 채널에서 로컬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걸 원하는지 들을 수 있는 커뮤니티를 직접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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