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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매 줄줄이 유찰되더니…강남권은 시세 비슷해도 응찰자 북적

    입력 : 2024.04.17 16:42 | 수정 : 2024.04.17 17:08

    [총선 후 부동산 대전망 ⑦] 강남권 경매시장, 감정가보다 높은 낙찰 속출

    강남3구 응찰자 몰려 고가낙찰 이어져
    “경매 시장은 매매 시장의 선행 지수”

    [땅집고]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서초스위트’ 95㎡(이하 전용면적) 아파트가 경매시장에 물건으로 나왔다. 당시는 감정가의 80% 수준인 18억3200만원에 입찰가가 형성됐지만, 주인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같은 가격으로 지난 1월 2차 경매가 진행됐는데 무려 30명이 몰려 입찰가보다 4%나 높은 23억8800만원에 낙찰됐다. 1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래미안서초스위트’ 95㎡는 지난해 11월 기준 25억원에 실거래됐다. 시세보다 약 1억원 밖에 차이나지 않는 금액에 경매가 이뤄진 셈이다.

    [땅집고] 서울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서초스위트' 아파트 단지 전경. /네이버지도

    지난해까지 꽁꽁 얼어붙었던 경매 시장에 최근 온기가 돌고 있다. 특히 강남권 아파트가 경매 시장에서 낙찰가율이 높아지면서 시세와 거의 근접한 수준에 낙찰되는 사례가 많다는 분석이다. 지난해까지 전국 경매시장은 찬바람이 불었고, 강남 아파트 조차도 줄줄이 유찰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수도권 집값 상승 기대감에 급매를 찾는 수요자들이 경매 시장까지 문을 두드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 작년까지 줄줄이 유찰되던 강남 아파트, 감정가보다 높게 낙찰…9억원 이하 매물도 인기

    지지옥션이 지난 8일에 발표한 2024년 3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2663건으로 전월(2422건) 대비 10%가 증가했다.

    [땅집고]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 낙찰률, 낙찰가율. /지지옥션

    낙찰가율은 전달(83.7%) 대비 1.4%포인트 상승한 85.1%를 기록하면서 2022년 8월(85.9%) 이후 1년 7개월 만에 85%선을 넘겨 최고치를 기록했다. 평균 응찰자 수는 전월(8.5명) 보다 1.1명이 증가한 9.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인기가 많은 곳은 당연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다.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상위 10건 중 9건이 강남3구 아파트에 집중했다.

    강남권은 2022말까지 고가 단지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에 84㎡ 경매에 응찰자가 ‘0’명인 사태까지 나오는 등 알짜 아파트들이 줄줄이 유찰됐었다.

    ☞ [관련기사]아리팍도 ‘응찰자 0명’ 굴욕…경매 쏟아지는데 살 사람이 없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서서히 낙찰가율이 높아지고, 참여자도 늘었다. 이달 서울 강남3구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은 95.8%로 전월(82.7%)보다 13.1% 포인트 급등했다. 2022년 8월(97.2%) 이후 17개월 이내 가장 높았다.

    이달 서울 송파구 ‘잠실엘스’ 59㎡(3층)은 18억3524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114.7%다. 13명이 몰려 최초 감정가 16억원보다 2억원 이상 높은 가격에 새로운 주인을 찾은 셈이다. 잠실엘스는 지난 1일 84.88㎡(25층)가 22억3999만원에 낙찰됐다. 59㎡ 시세는 19억1500만원, 84㎡는 23억원 수준이어서 시세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 경매가 이뤄진 셈이다.

    [땅집고] 3월 전국 응찰자수 상위 10위 아파트 단지. /지지옥션

    업계에 한 관계자는 “잠실동과 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경매를 통해 아파트를 매입하면 실거주의무를 부여받지 않고 곧장 세입자를 받을 수 있어서 더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수도권에서는 9억원 이하 아파트에 응찰자가 대거 몰리고 있다. 3월 전국 응찰자 수 상위 10개 단지 아파트 중 3곳을 제외한 8곳이 모두 감정가가 9억원 이하인 경기도 아파트였다. 응찰자가 66명 몰린 파주 야당동 한빛마을2단지는 감정가가 4억800만원이었는데, 낙찰가가 무려 4억2859만원으로 낙찰가율이 105%를 넘어섰다. 수원 권선구 ‘리버파크’ 아파트도 감정가는 3억8000만원이었지만, 64명의 응찰자가 몰리면서 낙찰가가 이보다 더 높은 3억9000만원대(낙찰가율 103%)를 기록했다.

    ■ “집값 상승 기대감 반영, 매매수요로 전환할 가능성 높다”

    수도권 아파트 경매가 활기를 띠는 이유는, 집값이 저점이라고 판단한 수요자가 늘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집값 선행지표로 불리는 경매 수요자들이 매매시장 대기수요로 전환하면 집값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단 최근 강남권 등 핵심지 부동산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저렴한 급매물은 금방 팔려나가는 추세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급매가 나오면 좋은 매물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팔려나간다”며 “본인 집만 팔리면 당장 이사온다는 대기수요가 많아져 작년보다 매수 문의가 늘었다”고 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응찰자 수가 많은 것은 수도권 9억원 이하 매물이고, 낙찰가율이 높은 것은 강남3구 아파트”라며 “이렇게 경매 시장이 회복세로 전환한 것은 올 초부터 벌어진 일로 얼마 안 됐다”고 했다. 이 전문위원은 “응찰자들이 많아진 9억원 이하 아파트의 경우 금리가 인하하고, 대출 받는 여건이 나아지면 언제든지 시장 매매수요로 전환할 수 있고, 강남 아파트는 이미 시장 가격이 상승한 것이 경매에도 반영되고 있는 추세여서 향후 수도권 집값이 소폭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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