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4.17 07:30
[땅집고] 대내외 악재로 지난 16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을 넘어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사그라든 가운데, 중동 정세 불안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것은 2022년 11월 7일 이후 약 1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과거 1997~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등 굵직한 악재가 터졌던 시기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업계에선 이처럼 미국 달러 가치가 치솟으면 현재 침체 상태인 국내 부동산 시장이 다시 한번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환율이 집값과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없지만, 간접적으로 매우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환율이 오를 경우 철근 등 수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건설 경기에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더불어 소비자물가 역시 뛰어 실질적인 가계 소득이 감소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영향도 있다.
이 때부터 악순환이 시작된다. 부동산 자산 가치와 주가가 떨어지면서 내수경기가 침체에 빠지고, 주가 하락으로 국내 기업 가치가 덩달아 떨어지면 채산성이 악화해 자금난이 벌어지면서 금융권 부실로 시장금리가 상승한다. 결국 고금리로 부동산 가격이 추가 하락하는 쳇바퀴가 계속되면서 거시경제 전반이 악화하는 원리다.
실제로 과거 미국 달러 가치가 상승한 뒤 주택 가격이 폭락한 사례가 이어졌다.
우리나라에선 1997년 IMF 당시 환율이 1962원까지 치솟자, 물가가 급등하면서 가계 실질소득 감소와 대출이자 증가 영향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한 바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환율이 1570원을 찍으면서 전국 아파트값이 하락 압력을 거세게 받았다.
1990년대 중반 일본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졌다. 부동산 가격이 20~25% 이상 하락하는 순간 엔/달러 환율이 달러 당 80엔대에서 1년 만에 30%까지 급등했다. 당시 환율상승이 일본 부동산 가격을 큰 폭으로 낮추는 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중동발 전쟁 리스크가 조기에 해소돼 원화 가치 하락이 일시적 현상에 그친다면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다.
한편 원화 가치가 급락할 기미를 보이자 지난 17일 외환당국은 "환율 움직임과 외환수급에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식 구두개입에 나섰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 역시 오전에 ‘관계부처 합동 비상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시장이 과도한 변동성을 보이는 경우에는 즉각적이고 과감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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