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4.12 07:30
[땅집고] 지난 3일 점심 시간 전 땅집고가 홍대를 찾았습니다. 홍대 정문에서 홍대입구 방면으로 향하는 길은 학기 중 대학생을 비롯해 MZ세대 유동인구로 붐비는 곳입니다. 하지만 최근엔 사람이 없습니다. 아직 이른 시간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하철 홍대입구역과 가까운 걷고 싶은 거리나 KT&G 상상마당 앞 축제거리에 유동인구가 몰려 있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이 일대 상가 건물 곳곳에는 임대 문의 안내 현수막이 나붙어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문을 닫고 나서 2년이 넘는 동안 공실이 지속하는 상가도 여럿입니다. 골목으로 들어가면 비어 있는 점포는 더욱 많습니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홍대 앞 정문 내리막길에 있는 상가 중 60% 정도가 공실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상권이 몰락했다는 건 통계로도 확인됩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홍대 및 합정 일대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9.8%입니다. 서울 평균 상가 공실률이 8.4%인데 이보다도 높습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인근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 일대 주변 1층 상가 공실이 50개는 된다”면서 “코로나 팬데믹 기간부터 수년째 공실을 유지하는 상가가 널렸다”면서 공실 현황에 대해 전하기도 했습니다.
임대료도 정점을 찍었습니다. 홍대 정문 인근 10평 기준 중대형 상가 임대료는 1층 기준 약 350만원에서 400만원 선입니다. 상가 매출이 급감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역세권 등 유동인구가 많은 쪽으로 가까워지면 임대료는 최대 1000만원에서 1500만원대까지도 뜁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버텨냈던 상인마저도 폐업이 코앞에 닥친 상황입니다. 홍대 상권은 인근 합정, 상수, 연남, 망원이나 타 오피스 상권으로 분산되고 있습니다.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더 저렴한 지역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이전하는 겁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C카페 점주는 “오후 2시 정도까지는 손님이 오다가 그 이후는 거의 없는 편”이라면서 “학생들이 많이 오는데 한 4~5명 와도 한 두잔 시키거나 그런 경우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예전엔) 입시학원들이 많아서 소비가 많았지만 그때보다 커피를 안 들고 다닌다”면서 “다른 곳으로 가게를 옮겨볼까 생각도 한다”고 최근 상권 분위기에 대해 전했습니다.
홍대 상권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이유로는 ‘정체성 상실’과 더불어 ‘새벽 상권의 몰락’이 꼽힙니다. 기존 인디 문화나 소규모 식당 등으로 특색이 있었던 홍대 상권에 프랜차이즈 가게나 무인 사진관, 소품샵들만 즐비해 소비자들이 즐길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겁니다. 어디서나 볼 법한 콘텐츠만 가득 차면서 경쟁력을 잃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이 겹치면서 밤샘 음주 문화가 사라진 탓에 새벽 손님 발길이 줄었고 극심한 상권 침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 서울 내 새벽 상권 매출도 급감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통계에 따르면 작년 서울 8대 먹자골목 새벽 시간 결제 건수는 2020년 대비 최대 45%까지 줄었습니다. 젊은 인구로 가득했던 홍대 거리에는 관광을 위해 방문한 외국인 방문객들이 자리를 채웠고, 일찌감치 문을 닫는 상점들도 크게 늘었습니다. 홍대 상권 상인들과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른바 ‘막차 타는 문화’가 사라지면서 새병상권의 몰락이 가속화됐다고 설명합니다.
이들은 홍대 상권 회복 가능성에 대해서도 비관적으로 전망합니다. 공실 상태가 이어진지 오래돼 이미 죽은 상권이나 다름없고, 높은 임대료를 감당해 가면서 드물게 새 가게가 들어서더라도 고물가를 감당해 낼 소비층이 없다고 설명합니다.
치솟은 임대료가 다시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1년 기준으로 임대료를 5% 이상 올릴 수 없는데, 이 상황에서 한 번 임대료를 내리면 다시 큰 폭으로 올릴 수 없습니다. 임대료를 내리느니 차라리 공실로 두는 선택을 지속할 것이란 겁니다. 종로·가로수길과 같은 양상을 띨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홍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변화하는 소비 경향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합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예전엔 사람들이 손에 쇼핑백과 먹을 거리를 들고 밀려가는 상황이었지만 최근 소비 인구들을 보면 손에 아무것도 쥔 것 없이 멍하니 다닌다”면서 “(홍대 상권은) 사실상 끝났다”고 말합니다.
전문가는 특색있는 콘텐츠를 갖추지 못하면 향후 홍대 상권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홍대라는 이름값에 임대료는 오를 대로 올랐지만, 수요층은 조금씩 잃고 있습니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홍대 상권은 공연장이나 클럽이나 편집샵이나 이런 화방, 갤러리 등이 들어서 있는 게 특색이었는데 현재는 음식점만 꽉꽉 들어선 상황”이라면서 “다이닝 트렌드가 상당히 강한 지역임에도 전체적으로 이 기조가 약해지면서 결국 신촌처럼 먹자 골목으로 전락하게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홍대 상권은 대형 브랜드, 프랜차이즈 업종이 주를 이루면서 기존의 한류·관광·클럽 등 트렌디한 컨셉을 잃어버렸습니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지속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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