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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에 밀리더니 이번엔 동탄?" GTX 호재에도 맥 못 추는 일산 대장주

    입력 : 2024.04.09 07:30

    [땅집고]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사거리 일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 공사 현장. /김혜주 기자

    [땅집고]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사거리. 8차선 도로 한복판에 회색 가림막이 길게 세워져 있고, 안에는 타워크레인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올 연말 개통 예정인 GTX-A킨텍스역입니다.

    킨텍스사거리 인근 초고층 단지들은 모두 2019년 이후 준공된 신축 단지입니다. 고양시 아파트 중 가장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어 ‘일산 대장 단지’로 불립니다. 30년 전 지어진 구축이 대부분인 일산 1기신도시에서 신축과 GTX 역세권이라는 장점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이 단지 기준으로 도보 5분 내에는 현대백화점과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편의시설이 몰려 있습니다.

    ■ 동탄 22억 신고가 나오는데, 일산은 ‘가격 뚝’

    GTX-A 동탄~수서 구간이 부분 개통하면서 GTX 동탄역 초역세권 단지가 22억 신고가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올 연말 개통을 앞둔 킨텍스역 인근 부동산은 조용하기만 합니다. 통상 지하철 개통이 가까워지면 역 인근 아파트를 사려는 투자자나 수요자 문의가 늘고,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는데, 킨텍스 일대 아파트에서는 이런 낌새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파트 가격은 직전거래보다 떨어졌는데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일산서구 장항동 킨텍스원시티 2블럭(959가구) 전용 84㎡는 2023년 11월 13억1000만원(30층)에 팔린 뒤 지난 2월 12억4000만원(42층)에 거래됐습니다. 더 높은 층 매물이 더 낮은 가격에 팔린 것입니다.

    이 단지와 킨텍스역을 기점으로 마주보고 있는 한화포레나킨텍스(1100가구) 전용 84㎡는 2023년 10월 10억5600만원(28층)에 팔린 후 매매 거래가 뚝 끊겼지만, 이 평형 현재 호가는 10억원에 나와있습니다. 실거래보다 저렴한 가격에 팔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땅집고]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 역세권 단지로 꼽히는 '포레나킨텍스' 아파트 정문. /김서경 기자

    고양 일산서구 대화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용 84 ㎡ 기준 9억 후반까지 내려오면 사겠다는 사람들이 있으나, 급매 같은 경우는 이미 다 소진된 상태”라며 “당분간 급매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매가를 지지해주는 전세 시세도 떨어졌습니다. 작년 10월 6억원(30층)까지 올랐던 이 단지 전용 84㎡ 전세 보증금은 현재 5억2000만원(저층)부터 나와있습니다. 30층 이상 매물도 5억5000만원선입니다.

    초고층 오피스텔 역시 가격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주거형 오피스텔 ‘힐스테이트일산’(1054가구) 84㎡는 올 1월 6억8000만원(28층)에 팔렸지만, 현재 호가는 이보다 1억원 가까이 하락한 5억9000만원(저층)입니다.

    [땅집고]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와 일산동구, 덕양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폭. /한국부동산원, 이해석 기자

    ■ 일산서구 아파트 가격, 일산동구·덕양구 배로 떨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킨텍스가 위치한 고양시 일산서구 매매가격지수는 지난 1년간 95.1(2023.3)에서 90(2024.2)로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일산동구는 98에서 95로, 덕양구는 91.7에서 90.7로 비교적 적게 떨어졌습니다.

    현지 부동산에서는 전반적으로 매수 문의가 줄었고, 일부 투자자들만 급매물을 사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고양 일산서구 대화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아직 실거래가 기록이 안 떴지만,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분들이 고층 급매물을 저렴하게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킨텍스 일대는 베드타운인 일산신도시에서도 가장 안쪽에 있어 대중교통을 타고 서울로 출퇴근하기가 어려웠던 곳입니다. GTX가 개통하면 킨텍스에서 서울역까지 이동시간은 기존 1시간에서 16분으로 줄어듭니다. 서울 접근성이 엄청나게 개선되는 겁니다. 이로 인해 킨텍스는 물론 고양시 일대에서는 수년간 GTX를 내세운 마케팅이 활발했습니다.

    [땅집고] 경기도 파주시 운정역부터 킨텍스를 지나 서울역까지 가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노선의 운정-서울역 구간은 올 하반기 개통한다. 이 노선을 이용하면 킨텍스부터 서울역까지 이동 시간은 기존 1시간에서 16분으로 줄어든다. /이해석 기자

    ■ 킨텍스→서울역 이동시간 ‘확’ 줄어도 아파트 거래 ‘실종’

    GTX개통이라는 호재를 두고도 킨텍스 아파트 가격이 반등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고금리와 경기 침체가 꼽힙니다. 유동성이 풍부하던 시기와 달리 고금리로 인해 대출이자가 늘면서 집을 사려는 사람이 줄었습니다.

    실제로 거래량도 줄었습니다. 2023년 1분기 일산서구 대화동 아파트 매매 거래는 52건이었는데, 올해 1분기엔 23건으로 줄었습니다.

    일자리가 없어 수요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동탄신도시는 일자리를 기반으로 꾸준히 인구가 늘면서 집값이 올라가는 상황인데요. 킨텍스의 경우 일산신도시 대장주지만 이곳으로 새롭게 이사온다는 사람을 찾기 어렵습니다.

    [땅집고]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 역세권 단지로 꼽히는 '포레나킨텍스' 아파트 전경. /김서경 기자

    ■ 전문가 “개통하면 전세가 반등으로 매매가 소폭 조정 전망”

    전문가들은 GTX 호재가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면서도 실제로 철도가 개통하면 초역세권 아파트 중심으로만 GTX를 이용하는 실수요자들이 모이면서 전세가가 오르고, 이로 인해 매매가가 소폭 반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표찬 싸부원 대표는 “GTX 수혜 지역 부동산의 경우 호재가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면서도 “개통 후에는 교통망을 이용하는 실수요자들이 늘면서 전세가가 올라갈 여지가 있고, 이로 인해 매매가 조정을 기대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TX 초역세권을 내세워 경기 북부에서 가장 비싼 집값을 기록했던 킨텍스 일대 단지들이 부동산 시장이 늪에 빠지면서 맥을 못추고 있습니다.올 연말 GTX-A가 개통하면 다시 가격이 상승하고, 일산신도시 부동산 시장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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