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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비싸더라니" 가구업체 31곳, 아파트 빌트인 가구 10년간 담합

    입력 : 2024.04.07 16:09 | 수정 : 2024.04.07 16:15

    [땅집고]황원철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지난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31개 가구 제조·판매업체들의 담합 행위에 대한 조사 결과를 말하고 있다. /뉴시스

    [땅집고] 국내 주요 가구업체 수십 곳이 신축 아파트에 설치하는 ‘붙박이(빌트인) 가구’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혐의가 드러났다.

    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리바트, 한샘, 에넥스 등 국내 31개 가구 제조ㆍ판매업체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931억원(잠정)을 부과했다. 이들 업체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24개 건설사가 발주한 738건의 빌트인 가구 입찰에서 낙찰자를 미리 정해놓거나 입찰가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벌였다.

    공정위에 따르면 가구업체 직원들은 제비뽑기 등으로 낙찰받을 순번을 정하고, 낙찰 예정 업체가 뽑힐 수 있도록 나머지 업체들은 더 높은 가격으로 입찰해 줬다. 이 과정에서 가구 업체들은 전화, 이메일, 메신저 등으로 입찰 가격과 견적서를 공유했다.

    국내 건설사들은 아파트ㆍ오피스텔 등 대규모 공동주택을 지을 때 보통 최저가 입찰을 통해 빌트인 가구를 설치한다. 붙박이 가구는 싱크대, 상부장, 하부장, 신발장 등이 있다.

    공정위는 작년 4월 검찰 요청에 따라 31개 업체 중 한샘, 에넥스 등 8개 업체를 먼저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8개 업체와 전·현직 임직원 12명을 불구속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 조사 결과, 단체 채팅방에서 한 가구업체 관계자가 ‘저번에 제비뽑기 한 대로 이번 현장은 저희 차례다. 42억5000만원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그러자 다른 업체 관계자들이 ‘우리는43억원을 쓰겠다’ ‘우리는 43억8000만원 쓰겠다’라는 식으로 담합이 이뤄졌다.

    공정위는 가구업체들의 오랜 담합으로 관련 매출액이 1조9457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담합이 이뤄진 입찰 계약금액 기준이다. 빌트인 담합으로 인해 아파트 분양 원가도 올라갔다. 황원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가구업체들은 자유경쟁으로 낙찰했을 때보다 5% 정도 높은 금액에 합의했다”며 “전용면적 84㎡(약 34평)인 아파트는 500만원 정도가 빌트인 원가인데, 이 경우 입주 예정자는 25만원(500만원X0.05) 정도 돈을 더 낸 셈”이라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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