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4.07 07:30
[분양 청문회] '40평 26억대' 배짱 분양했던 아파트 근황…"2년 만에 6억 할인 분양"
[땅집고] 이번주 분양시장에 굉장히 파격적인 사례가 나왔습니다. 서울 잠실 아파트가 무려 7억원이나 할인 분양에 나선 겁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 더샵 루벤’인데요. 대체 얼마였길래 7억원을 할인하나 봤더니, 40평 아파트를 26억원대에 분양했다가 2년만인 올해, 분양가를 19억원대로 낮춰서 다시 내놨습니다.
이런 파격 할인을 하는 단지가 한 곳 더 있는데요. 같은 송파구에 ‘더샵 송파 루미스타’도 이번주 최대 4억원 정도 몸값을 낮춰서 재분양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기 좋은 강남권 아파트들마저 이렇게 줄줄이 수억원씩 할인해준다고 하니까 ‘원래 강남 아파트는 분양했다하면 다 완판되는거 아니었나?’, ‘부동산 시장이 대체 얼마나 안좋아진거냐, 강남마저 이러면 이제 전국 새아파트 다 할인 나서는 것 아니냐’,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번에 수억원 파격 할인에 나선 강남 아파트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과거에 분양가를 시세보다 너무 비싸게 매기는 ‘배짱분양’ 전략에 나섰다가 실패했단 겁니다. 대체 분양가가 얼마나 비쌌길래!
먼저 ‘잠실 더샵 루벤’은요 서울 송파구 송파동에 있던 성지아파트를 리모델링해서 327가구로 새로 지은 단지입니다. 리모델링해서 늘어난 29가구는 모두 2022년 3월 처음으로 일반분양했고요. 이 시기면 집값이 아직 한창 오를때죠.
단지명에 잠실이라고 써있지만 무슨 여기가 잠실이냐고 해서 ‘잠실 호소인’이란 평가가 있었어요. 보통 잠실아파트라고 하면 2호선 잠실역 역세권이거나 롯데월드타워, 석촌호수 끼고 있다고 생각하실텐데 이 단지는 잠실역까지 걸어서 40분 걸릴정도로 멀거든요. 대신 8호선 송파역이 가깝고 어쨌든 강남3구인 송파구 입지니까 청약하는 사람은 꽤 많았습니다. 경쟁률이 252대 1, 총 7310명 정도가 청약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계약까지 진행한 결과는? 완전히 분양 참패나 다름없었습니다. 이 아파트 산 사람이 딱 6명밖에 없었던 거에요. 그 때 당시에 강남 집값이 정말 폭등 수준으로 올라서 강남아파트는 청약불패라는 말이 돌았을 때였는데도 불구하고 분양가가 너무 비싼 탓에 계약까지 나서는 사람이 없었던겁니다.
얼마나 비쌌냐면요 평당 6500만원으로 40평이 최고 26억4700만원! 당시 우리나라에서 분양가가 평당 6000만원 이상인 아파트가 이 곳이 처음이었다고 하고요, 그 전까지 서울에서 가장 비싸게 분양했다는 ‘래미안 원베일리’(평당 5272만원)보다 23%나 비쌌습니다.
‘2022년이면 한창 정부가 부동산 시장 잡을 때라 분양가상한제같은 규제 때문에 분양가를 맘대로 못 올렸을텐데?’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그 비결은 ‘일반분양 29가구’에 있었습니다. 현행 주택법상 일반분양 물량이 29가구 미만인 아파트라면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있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이나 구청의 분양승인 허락을 안받아도 되거든요. 그러니까 조합이나 시행사가 분양가를 내맘대로 높게 책정할수있다는 얘기입니다.
그치만 그건 아파트 짓는사람 마음이고, 시장에서 수요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을 제시했어야겠죠. 결국 2년동안 29가구 중에 딱 6가구만 팔리고, 도저히 안팔렸던 나머지 23가구는 이번달에 눈물의 할인분양 열차를 타게됐습니다. 원래 26억원이 넘던 아파트를 최고 19억4600만원으로, 무려 6~7억원이나 깎아준다고 합니다. 결과 보니까 630명이 청약해서 경쟁률이 27대 1로 높긴 하네요.
그런데 취득세같은 세금 등 부대비용 고려하면 사실상 분양가가 20억원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이 돈 주고 소규모 단지인 ‘잠실더샵루벤’을 사는 것보다 바로 옆에 상품성이 훨씬 좋은 매머드급 아파트인 ‘헬리오시티’ 34평을 사는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실제 계약까지 얼마나 이어질지는 좀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서울 송파구 ‘더샵송파루미스타’도 똑같은 상황으로 할인분양에 나선 케이스입니다. 가락현대5차를 재건축해서 2022년에 처음으로 분양했는데 일반분양 물량이 딱 29가구였습니다. 조합이 분양가를 비싸게 매겨서 이 중 9가구가 2년 넘도록 안팔렸고요. 2022년에 34평 기준 최고 22억4000만원이었는데 올해에는 18억원대로 최대 4억원 정도를 깎아준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2년 전에 할인 안된 분양가로 비싸게 분양받은 최초 수분양자분들만 가장 억울하게 됐는데요. 과연 이번에는 다 팔릴 수 있을까요?
이번 파격 세일에 나선 두개 아파트 모두 ‘일반분양 29가구 룰’에 해당하는 다소 특수한 케이스라 강남권 전체 분양시장으로 이 할인분양 현상을 확대하기는 무리가 있겠습니다만, 시장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법칙! 아무리 강남이 입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수요자들이 받아들일수있을 만한 가격으로 공급해야 분양 결과도 선방한다는 결론을 다시 확인하는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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