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4.05 10:49 | 수정 : 2024.04.07 16:14
[봉다방] ‘베이비부머 은퇴 부동산 폭락론’ 과연 사실일까?
[땅집고] “700만명으로 추산되는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은퇴가 거의 마무리되면서 집값을 끌어내리는 '베이비부머 쇼크'가 현실화되는 신호로 보고 있다.”(A 언론사)
"베이비붐 세대 은퇴, 해결 없으면 한국 사회는 곧 붕괴된다"(B언론사)
“베이비부머 은퇴 늘어도 주택시장 타격 크지 않다”(C언론사)
베이비부머 은퇴로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는 전문가들이 많다. 최근 저출산 고령화론과 함께 집값 폭락론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이론이다. 이 주장은 근거가 있을까?. 일문일답식으로 살펴본다.
-요즘 베이비부머 은퇴로 집값이 폭락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는 유튜버들도 많다.
“한 해에 태어나는 출생아가 20만 명대이다. 그런데 전후 베이비 부머 (1955~1963년) 세대는 한 해 태어난 출생아가 100만 명이 넘는다. 연간 100만 명이 집사던 세대들이 줄줄이 은퇴하면 주택 수요가 확 줄고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저출산 고령화와 함께 집값 폭락론을 뒷받침하는 이론이 베이비부머 은퇴가 주택수요를 축소시킨다는 이론이다.”
-이런 주장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솔직히 종교적 종말론과 같은 유사 신앙에 가깝다. 집값 하락기에 주기적으로 이런 주장들이 힘을 얻어 공포를 극대화시킨다. 공포마케팅으로 세상의 관심을 끌고 이를 이용해 책을 팔거나 유튜브 클릭을 늘린다. 2010년에 삼성경제연구원에서 ‘베이비붐 세대 은퇴의 파급 효과와 대응 방안’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결론은 당장은 아니지만 주택가격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에는 기업의 정년이 55세였는데, 베이비 부머세대의 시작인 1955년생들이 55세가 되던 해가 2010년이다. 베이비 부머 은퇴가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주택가격을 하락시킬 수 있다는 논리를 담고 있다. 2010년은 리먼쇼크라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집값이 하락하던 시점이라 설득력 있어 보였다. 집값 하락기 베이비부머 은퇴가 겹치면서 집값 폭락 공포감을 조장했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
-당시에 집값이 하락하다가 2015년 정도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것 아닌가.
“베이비부머 세대가 줄줄이 은퇴하면서 집값이 하락해야 했지만, 2015~2016년부터 이른바 대세 상승장이 시작됐다. 집값은 인구 수만 가지고 결정되지는 않는다. 소득, 경제, 금리, 공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된다. 가령 1955년에 연간 100만 명씩 태어났는데 그 다음 갑자기 20만명대로 줄어든게 아니다. 90만명 등 순차적으로 출생아수가 감소한다. 출생아수가 줄어드는 효과와 소득이 늘거나 금리가 떨어지면서 주택 수요가 늘어나는 효과를 비교해야 한다. ”
-외국에도 이런 주장이 있나.
“종말론이 한국에서만 유행할 이유는 없다. 경제학 교과서로 유명한 미국 하버드대학의 맨큐 교수가 1989년에 ‘The baby boom, the baby bust, and the housing market’이라는 논문을 냈다. 미국의 베이비 부머들은 전쟁이 끝난 1945년부터인데, 연간 450만명 정도가 태어났다.
베이비부머이후 세대는 연간 출생자가 350만명대로 줄어 들었다. 미국은 30~40대가 주로 내집을 마련하는데, 1990년부터 베이비 부머의 내집마련이 대체로 끝나기 때문에 주택수요가 급격히 줄고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20년 주택수요가 줄어서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예측과는 정반대로 집값이 상승과 하락이라는 사이클을 그렸다. 주택수요를 결정하는 것은 인구만이 아니라 경제, 소득, 금융, 이민 등 복합적이다.”
-베이비부머 은퇴로 자산시장이 붕괴한다는 책도 한국에서 유행했다.
“세계적인 경제 예측 전문가라고 하는 해리 덴트라는 사람이 있다. 2014년에 펴낸 ‘인구 절벽’(Demographic Cliff)이란 책에서 미국의 왕성한 소비를 주도해 온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빚을 갚고 소비를 줄이면서 자산 가격의 대폭락 시대가 온다는 주장을 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은 40~60%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집값 폭락론을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공포를 극대화시키면서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됐다.
해리 덴트는 1980년대 후반 다우지수가 3000포인트를 밑돌 때 2000년대 초에 1만 포인트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측해 엄청난 전문가로 한국에 소개됐다. 덴트는 한국도 베이비 부머 은퇴로 집값이 하방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을 했고 여러 언론에 소개됐다. 물론 빗나갔지만, 여전히 해리 덴트의 주장을 집값 폭락의 근거로 삼는 전문가들도 많다.”
-베이비 부머들이 은퇴하면 전원주택 등으로 이주해서 도심의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30년전부터 ‘은퇴하면 어디서 살고 싶은가’라고 설문조사하면 절반 정도는 전원주택이라고 답한다. 그래서 당시에도 전원주택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고 실제 사업에 뛰어든 사람도 많았다.
전원주택 수요가 있지만, 생각만큼 늘지 않아서 전원주택은 시세 상승이 쉽지 않다는 것이 부동산 시장의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중산층은 대부분 아파트 생활을 한다. 아파트에 대한 비판론도 많지만, 직주근접형 생활공간으로 편리성이 극대화된 주거공간이다. 편리한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이 은퇴했다고 전원주택으로 이주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외국의 경우,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으로 중소도시의 집값이 많이 올랐다. 실제로 대도시에서 중소도시의 전원주택으로 이주한 젊은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도시 대탈출’이 화제가 됐다. 한국은 코로나에도 대도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나라이다.”
-은퇴하면 결국 집을 팔아서 노후 자금을 마련하는 것 아닌가?
“그런 측면이 있다. 다만 아파트를 팔지 않고 주택연금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또 아파트 시장도 월세화가 진전되면서 반전세로 집을 줄이고 월세를 받아서 생활하는 방법도 있다. 서울 아파트 팔고 귀촌했던 분들이 땅을 치고 후회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서울 집값은 폭등하는데 지방 집값은 오르지 않아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다. 은퇴후 주택을 줄이거나 지방으로 이전하는 수요가 많지만, 과거보다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는 여건이다.” .
-그럼 무조건 집값이 오른다는 것이냐? 당신은 부동산은 불패론자인가?
“그렇지 않다. 경제성장, 금리, 주택공급에 따라 집값이 사이클을 그린다. 어떤 이유로든 지나치게 오른 집값은 주택공급이 크게 늘어나거나 경기가 침체되면 폭락현상도 발생한다.
일본처럼 경제가 장기간 뒷걸음질 치면 집값도 당연히 폭락한다. 인구보다 더 중요하고 강력한 집값 결정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베이비 부머은퇴,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집값이 무조건 폭락한다는 것은 집값이 무조건 오른다는 주장만큼이나 황당하고 현실을 무시한 주장이다. 사이비 신앙이다. 시장은 우리의 믿음이 원하는 방향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차학봉 땅집고기자 hbcha@chosun.com
<’시니어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과 운영 전문가 과정’ 2기 모집 >
땅집고는 최근 늘어나는 시니어 부동산 개발 니즈에 맞춰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과 운영 전문가 과정(2기)’을 오는 5월 8일 개강한다. 지난 2월 개강한 1기 과정은 조기 마감했다. 이번 과정은 시행사나 건설사, 자산운용사, 건축설계회사, 투자회사, 감정평가회사, 공기업, 공공기관 등 기업과 실버산업에 관심이 많은 의사 및 병원 경영자 등이 대상이다.
강의는 현장 스터디 3회를 포함해 총 18회로 진행한다. 금융권 최초 요양사업 전문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의 이상욱 본부장은 ‘시니어 시설과 요양시설 수익화를 위한 사업성 검토 및 개발’이라는 주제로 시설 관련 제도와 관련 법규, 입지 선정 전략 등을 공유한다
김이진 전 시니어스타워 재무운영본부장은 ‘시니어주거 개발수지와 운영수지’ 구조와 분석하는 법을 알려준다. 황문영 종근당산업 벨포레스트 사무국장은 시니어주거와 요양시설의 차이점과 운영 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한다. 전국 실버타운을 직접 방문해 생생한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공빠TV’의 문성택씨는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기존 실버타운 개발 사례를 집중 소개한다.
강의는 매주 수요일 오후 4시~6시30분이며, 수강료는 290만원이다. 땅집고M 홈페이지(zipgobiz.com ▶바로가기)에서 신청하면 된다. (02)6949-6190.
/차학봉 땅집고 기자 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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