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4.02 17:05 | 수정 : 2024.04.02 17:49
지방도 '국평 5억' 시대…분양가 30% 급등에 청약 포기 속출
[땅집고] 요즘 서울 아파트 분양가 비싸다고 말들이 많죠. 그런데 지방 분양가까지 이렇게나 폭등할 줄은 몰랐습니다. 얼마나 비싸냐면요, 34평 아파트 기준으로 5억원 이하에 분양하는 단지를 눈 씻고 찾아봐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야말로 ‘지방 분양가 5억 이하 소멸 시대’가 된 겁니다.
땅집고가 올해 지방에 분양한 34평 아파트 분양가를 최고가 기준으로 한번 정리해봤는데요. 경북 포항에선 ‘힐스테이트 더샵 상생공원 2단지’가 5억6390만원, 전북에선 전주에 ‘서신 더샵 비발디’가 5억670만원에 분양했습니다. 한 2020~2021년까지만해도 천안과 전주는 34평이면 3억원대로 분양하는게 ‘국룰’이었거든요? 그런데 한 2~3년 지났다고 분양가가 5억원대로 훌쩍 뛰었어요.
이 밖에 강원도 강릉에 ‘유블레스 리센트’가 5억1600만원, 경북 울진 ‘울진후포 오션더캐슬’ 4억9300만원 등, 인구 밀도가 별로 높지 않은 지역 조차도 분양가가 기본 5억원은 하는 추세입니다.
몇년 전 전국적인 부동산 상승기때 집값이 폭등해서 지방이 5억원대에 거래된 게 단지마다 최고가 수준인 가격이었어요. 그때도 다들 ‘미쳤다, 여기가 무슨 5억이냐’ 했었죠. 이제는 기본 분양가가 5억원이라니까 진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습니다.
실제로 통계도 나왔더라고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34평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5억7600만원. 5년 전(4억4300만원)하고 비교하면 30% 뛰었고요. 서울은 11억2256만원, 지방은 5억400만원이었다고 합니다.
그럼 도대체 지방마저 분양가가 왜이렇게 비싸진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공사비 상승입니다. 각 아파트 입주자모집공고 보시면 분양가를 구성하는 항목이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데요. 땅값(택지비)과 건축비(공사비) 이렇게 기재가 돼있어요.
그동안은 땅값이 많이 올라서 분양가가 덩달아 오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지방보다는 땅값 상승폭이 더 큰 서울이나 수도권이 분양가가 비싸지는 속도가 더 빨랐는데요. 요즘은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전국 모든 지역에서 원자재값 인건비를 포함한 공사비가 천장을 뚫고 오르는 바람에 지방 분양가도 엄청나게 비싸지고 있는 거에요.
예를 들어서 시멘트 가격만해도 2021년 1톤당 7만8800원이었거든요. 그런데 지난해에는 12만원까지 40% 넘게 올랐습니다.
이렇게 원자재값과 인건비가 오르다보니까 정부가 비교적 분양가를 저렴하게 책정해주는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조차도 점점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분양가 구성 항목을 보면 역시 택지비와 건축비를 더하고 있는데요. 이 중 건축비는 ‘기본형 건축비’를 기준으로 합니다. 16∼25층 이하, 전용 60∼85㎡ 지상층 아파트를 지을 때 드는 표준 공사비를 정부가 제시한 금액이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원래는 기본형 건축비는 매년 3월이랑 9월, 두 번만 정기적으로 고시하는데 2022년과 지난해 2년 연속으로는 물가를 반영하면서 세 차례나 인상이 됐습니다. 올해 3월에도 고시가 됐는데 3.1% 상승하면서 역대 최초로 ㎡당 200만원대를 돌파했더라고요. 정부 고시에서 기본형 건축비 상승률이 3%를 넘어선 것은 이번까지 합해서 모두 4번에 불과할 정도로 드문 일이라고 하니까, 지금 건축비 상승폭이 얼마나 거센지 이해가 좀 되시죠.
분양가가 오를 수 밖에 없는 원인이 또 있습니다. 정부가 올해부터는 30가구 이상 아파트는 단열 기능을 높인 고효율 제품을 사용하고, 또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기기를 시공하는 ‘제로에너지 건축물’로 지으라고 의무화한건데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제로에너지 건축물을 지으려면 일반 건물보다 평균 30% 공사비가 더 든다고 합니다.
또 층간 소음이 하도 문제가 되니까 정부가 지난해에 소음 기준인 49dB을 못 맞추면 아파트 준공허가를 안내주겠다고 초강수를 뒀거든요. 지금 아파트마다 슬라브, 즉 콘크리트로 만든 천장이랑 바닥이 평균 210mm 두께인데, 이걸 콘크리트를 더 써서 두껍게 만들거나 소음을 줄이는 신기술을 적용하면 공사비가 또 오를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어요.
이런 저런 이유로 전국 분양가가 폭등하면서 이번 생에는 내 집 마련 힘들다는 얘기를 집값 비싼 서울 뿐 아니라 지방에도 슬슬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젊은층한테는 아무리 특별공급 기회를 줘도 분양가가 너무 비싸서 자금 감당이 안되다보니까 청약 자체를 포기해 미달이 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거든요.
실제로 올해 2월에 대전에서 ‘대전 성남 우미린 뉴시티’가 분양했는데요. 분양가 5억7980만원인 84㎡ B타입도 14가구 공급에 2명만 신청해서 미달났고요. 광주에 ‘위파크 일곡공원’도 분양가가 5억6000만원대인 84㎡를 신혼부부 물량으로 B타입 57가구, C타입 14가구를 배정했는데, 각각 5명, 0명이 청약하면서 전부 미달을 겪었습니다.
지방 분양가 기본 5억원 시대. 물가도 오르고 분양가도 오르고, 내 월급 빼고 그냥 다 비싸지는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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