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4.01 17:57 | 수정 : 2024.04.01 19:21
[땅집고] 지난해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새아파트 분양 성적이 역대급으로 저조했던 가운데, 국내 5대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연봉이 공개됐다. 회사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 수준인데도 수억원대 연봉을 받아간 CEO가 적지 않다.
다만 건설사마다 실적을 반영해 성과급을 크게 줄인 점이 눈길을 끈다. 극단적으로는 성과급이 ‘0원’인 CEO도 등장했다.
땅집고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국내 ‘빅 5 건설사’(삼성물산·현대건설·GS건설·DL이앤씨·대우건설)의 2023년 사업보고서 중 임원 보수 항목을 집계했다. CEO 연봉은 급여와 성과급(상여), 기타 근로소득 등의 총합으로 구성한다.
■ 삼성 ‘60세 룰’ 깬 오세철 대표, 성과급 파티로 연봉 50% 올라
5대 건설사 중 지난해 가장 높은 연봉을 기록한 인물은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다. 지난해 삼성그룹 내 공공연했던 ‘60세 룰’(세대 교체를 위해 60세 이상 임원은 2선으로 물러난다는 뜻)을 깨고 연임에 성공한 오 대표의 급여는 총 19억7600만원으로, 전년(13억2600만원) 대비 6억5000만원이나 올랐다. 연봉 상승률을 계산하면 무려 50%에 달한다.
비결은 성과급이다. 기본 급여는 2022년 5억6600만원에서 2023년 6억5200만원으로 8600만원 오르는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성과급은 6억8900만원에서 12억100만원으로 5억1200만원 상승한 것.
오 대표가 ‘성과급 파티’를 누릴 수 있는 건 지난해 대부분 건설사가 주택 경기 불황으로 보릿고개를 겪었은 반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영업이익으로 1조340억원을 벌어들였던 덕분이다. 해외 수주 덕을 톡톡히 봤다. 카타르 태양광,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터널 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 매출이 본격화하면서 회사 곳간을 두둑히 채울 수 있었다.
삼성물산이 2015년 이재용 회장 승계 과정을 거치며 일찌감치 주택사업에서 손을 뗐던 것도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기준 건설계약 수주현황에 따르면 총 88조4686억원 중 주택 부문 수주가 9조6178억원으로 10%대에 불과하다. 소비자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래미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데도 서울 강남권 등 알짜 사업지 위주로만 진출해, 다른 건설사와 달리 아파트 미분양으로 시름하는 일이 없었다.
■주택 실적 부진에 상여 졸라맨다…DL이앤씨는 오너가·CEO 성과급 모두 ‘제로’
연봉 2위 자리는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차지했다. 지난해 16억6100만원을 받아가 연봉 자체는 높았지만, 전년 대비해서는 1억3000만원 줄었다. 2년 연속 급여는 비슷했지만 성과급이 1억2000만원 깎인 영향이다. 주택 실적 부진으로 CEO 성과급 허리띠를 졸라맨 것. 현대건설은 이에 대한 돌파구로 국내 대형 원전을 수주해내며 지난해 영업이익이 7854억원으로 2022년보다 36%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말 CEO로 취임한 재벌 4세 허윤홍 GS건설 대표가 지난해 연봉 14억7400만원을 가져가면서 3위 자리에 올랐다. 급여가 9억4400만원으로 전년 대비 5% 정도 올랐으며, 같은 기간 성과급은 5억3000만원으로 10% 낮아졌다.
한편 GS건설은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를 짓다 붕괴 사고를 낸 뒤 전면 재시공을 결정하면서 3879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지난해 10월 건설업계 역대 최장수 CEO 자리에서 물러났던 임병용 부회장의 연봉은 15억700만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상여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임 부회장의 2022년 연봉은 성과급 18억4500만원을 포함해 총 32억7800만원으로, 건설사 전문경영인 중 가장 높았던 바 있다.
4위는 7억7300만원을 받아간 마창민 DL이앤씨 대표다. 전년 대비 연봉 감소폭이 27%(2억9000만원)로 5대 건설사 중 가장 컸다. 마 대표에게 돌아간 성과급이 ‘0원’인 점이 연봉 추락의 원인이다. 주택 사업에 집중하던 DL이앤씨 영업이익이 2021년 9573억원에서 2022년 4970억원으로 반토막 난 데 이어, 지난해 3307억원으로 전년 대비 33.5% 급감한 탓에 CEO마저 성과급을 한 푼도 못 받은 것. 마 대표는 최근 사직서를 제출하고 3년 만에 CEO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림가(家) 오너 3세인 이해욱 회장의 경우 지난해 급여가 6억원으로, 전년(12억원) 대비 절반에 그친다. 회사 경영이 악화해 이 회장이 받은 성과급 역시 0원으로 책정된 영향이다. 반면 이 회장과 마 대표를 제치고 사내 ‘연봉킹’ 자리에 오른 인물이 나와 주목된다. 플랜트사업본부의 유재호 본부장(10억8100만원)과 서영훈 모스크바지사장(9억6600만원)이다. DL이앤씨 주택 부문 실적이 저조했던 반면, 해외 실적은 선방하고 있어 두 인물 성과급이 각각 3억6000만원, 2억800만원으로 높았다.
연봉 5위는 6억7600만원을 가져간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다. 전년(5억800만원) 대비 연봉이 1억6800만원 올랐다. 지난해 성과급이 2억5300만원으로 2022년과 비교하면 1억원 넘게 상승했다. 백 대표는 물론이고 정원주 회장과 김보현 부사장 등 고위직 연봉에도 일제히 상여가 포함됐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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