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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에 임대주택 반대" 서울시에 취소소송 건 서초동 집주인들, 결과 나왔다

    입력 : 2024.03.28 11:15

    [땅집고]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현대슈퍼빌’ 주상복합 아파트에 36층 높이 청년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입주민 현수막이 걸려 있다. /네이버 거리뷰

    [땅집고] “36층 높이 임대주택 때문에 우리집 일조권·조망권 사라진다! 건축 취소해달라!”

    서울 서초구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 5번 출구. 왕복 6차선 규모인 서초중앙로 대로변을 따라 5분 정도 걷다 보면 회백색 펜스로 둘러싸인 공사 현장이 나타난다. 앞으로 최고 36층, 총 835가구로 강남권에서 규모가 가장 큰 청년주택이 들어설 부지다. 2025년 이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앞으로 청년 1인가구나 신혼부부 등 주거 취약 계층의 보금자리가 될 예정이다. 이른바 황금 노선으로 꼽히는 3호선 접근성이 좋으면서, 남쪽으로 우면산을 끼고 있는 숲세권 단지라 앞으로 이 곳에 입주하려는 청년들 경쟁이 뜨거울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하지만 사업지 바로 앞에 있는 ‘현대슈퍼빌’ 주상복합 건물 곳곳에선 이 청년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못살겠다 코 앞에 36층! 주민 권리는 박탈, 업자는 폭리!”, “특혜사업 승인한 서울시는 취소하라!”는 등 문구가 눈에 띈다. 이 단지는 2003년 입주한 총 645가구 규모 주상복합으로, 주력 주택형인 전용 164㎡(69평)가 지난해 5월 25억7000만원에 팔렸을 정도로 고가의 아파트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땅집고]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에 짓는 역세권 청년주택 부지에 회백색 펜스가 둘러져있는 가운데, 후면으로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인 ‘현대슈퍼빌’이 보인다. /네이버 거리뷰

    옛 하이트진로 서초동 사옥이었던 청년주택 사업지는 2016년 부동산 개발업체인 제이엘유나이티드1이 900억원에 매입한 7601㎡ 규모 땅이다. 당시 하이트진로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보유하던 사옥과 물류창고 등을 줄줄이 처분하면서 이 땅도 매각 대상에 포함됐다. 부지를 매입한 제이엘유나이티드1은 이 땅에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2016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이란, 지하철역 등 대중교통과 가까운 입지에 민간이 자본을 투입해 건설하는 임대주택을 말한다. 민간 사업자가 사업 의지를 밝히면 서울시가 해당 토지에 대해 용도지역 상향이나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한다. 이후 사업자는 이 곳에 임대주택을 지어 만 19~39세인 대학생·사회초년생·신혼부부 등에게 입주할 권리를 주는 형태다.

    하지만 이 곳에 대규모 임대주택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퍼지자, 사업지와 2차선 도로를 두고 맞붙어있는 ‘현대슈퍼빌’ 등 인근 아파트 입주민들이 극렬히 반대하기 시작했다. 2020년 11월 서울시 도시계획관리위원회에 접수된 청원에 따르면, ‘현대슈퍼빌’ 주민 등 1262명은 과도한 용도지역 변경 문제 일조권과 우면산 조망권 침해 남부순환도로변 교통량 과부하 등을 문제로 들며 역세권 청년주택 건립을 취소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땅집고]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에 짓는 역세권 청년주택 층수 변경 내용(위) 및 일조 시뮬레이션 결과. /서울시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이 같은 청원에 서울시 측은 “역세권 청년주택 규모가 최초 통합심의위원회 사전 자문 때(2019년 5월)에는 최고 49층, 높이 167.8m 계획이었으나 청원 접수 후(2020년 10월)에는 최고 36층, 높이 119.8m로 하향 조정됐다”며 “일조 시뮬레이션 결과 ‘현대슈퍼빌’ 일조 시간이 다소 감소하는 세대가 발생하긴 하지만 수인한도를 넘는 세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더불어 서울시는 사업지에 기존에 있던 진로하이트 사옥 건물과 현대슈퍼빌 D동 간 거리가 23m 였던 것과 비교하면, 새로 지을 역세권 청년주택 102동과의 거리는 46.4m로 약 2배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건축 계획 자체가 입주민들의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마련됐다는 얘기다.

    그러자 ‘현대슈퍼빌’ 외 아파트 주민들은 임대주택 건설을 막기 위한 소송전을 불사했다. 2022년 주민 A씨 등 108명은 일조권·조망권 등 권리가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며 서울시장을 상대로 주택 건설사업계획 승인 등 고시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달 2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위 소송을 각하했다. 주민들이 소송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절차를 끝냈다는 말이다.

    재판에서 서울시는 "원고들은 이 사건 사업 구역 밖에 거주해 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에 불과하며, 처분 근거인 민간임대주택법 등은 인근 주민의 일조권 등 환경상 이익을 보호하고 있지 않다"며 "이에 따라 원고는 사건 처분의 효력을 다툴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항변했다.

    [땅집고]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에 짓는 역세권 청년주택과 북쪽에 있는 ‘현대슈퍼빌’ 주상복합 아파트 간 거리가 46.4m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재판부는 서울시 의견을 받아들이면서, 주민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을 뿐 아니라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의 일조권 침해도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건축 심의 과정에서 역세권 청년주택 설계가 변경돼 건물 높이가 낮아졌고, 건물 간 거리도 멀어지면서 일조권 침해 가능성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는 것.

    이날 재판부는 "건물이 완공되면 조망·교통 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보이긴 하지만, 원고가 기존에 향유하던 생활환경이 객관적으로 보호될 정도로 특별한 가치를 가지는 정도라고 볼 자료가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소송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주민들이 이번 판결에 항소해 서울고등법원의 심리를 다시 거치게 됐기 때문이다.

    일조권·조망권 침해를 이유로 임대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서초동 아파트 집주인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집 없는 청년들을 위한 임대주택을 이렇게나 반대하다니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집주인들 입장에서 거실 창으로 보이던 우면산 풍경이 사라지니 아쉬울 수도 있겠다”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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