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3.28 07:30
[땅집고] 정부가 2015년 부작용으로 인해 금지했던 ‘분양형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을 재공급하기로 했으나, 업계에선 여전히 임대형 선호도가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분양형 실버타운의 경우 인구감소지역에서만 한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일각에선 추후 실버타운을 상속받은 자녀가 처분하기 어려울 것을 고려해 임대형을 선호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분양형 실버타운의 경우 인구감소지역에서만 한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일각에선 추후 실버타운을 상속받은 자녀가 처분하기 어려울 것을 고려해 임대형을 선호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 분양형 실버타운, 족쇄 풀렸지만 “공급은 글쎄…”
정부는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2015년 법으로 금지했던 분양형 실버타운을 부활시키기로 했다. 분양형 실버타운은 일반 주택처럼 매매·등기가 가능하다. 임대형은 식사비를 포함한 월 생활비를 관리비 명목으로 내고 서비스를 제공받는 형태다.
그러나 업계에선 여전히 분양형 실버타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가장 큰 이유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다. 실버타운 수요가 많은 도심에서는 여전히 분양형 공급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의견은 기우가 아니다. 국내 고령 인구 대다수는 인구소멸지역이 아닌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거주 중이다. 지난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수도권 고령인구는 430만 명으로, 강원권(36만)의 10배 수준이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 210만명, 서울 170만명, 부산 74만명 순으로 많다. 부산의 고령 인구(65세 이상) 비중은 22.4%로, 인구 5명 중 1명 이상이 노인이다.
도심일수록 의료기관 접근성이 높다는 것도 도심 실버타운 수요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병원에 갈 일이 많다.
비도심으로 갈수록 병원 이용이 어렵다는 통계도 있다. 국토교통부의 ‘2020년도 국토모니터링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에서 병원을 가장 편하게 갈 수 있는 지역은 서울이다. 집부터 응급의료시설까지 거리가 2.94㎞로 가장 짧았다.
광주(6.15㎞), 대전(6.76㎞), 부산(6.79㎞)이 뒤를 이었다. 반면 강원(22.32㎞), 제주(22.29㎞), 경북(20.25㎞) 등은 병원과 집 간 거리가 멀었다. 이러한 편의시설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선 자녀와 친구 등 지인과의 교류도 어렵다.
■ 분양형 실버타운 상속 부담될 수도
분양형의 경우 매매 대상자가 제한된다는 점에서 임대형으로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추후 분양형 실버타운을 상속받은 자녀들은 나이 제한(65세 이상)에 걸리거나 생활권이 달라서 입주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주택 처분도 마냥 쉽지 않다. 입주 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일반 주택보다 매도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것. 정부가 노인복지주택의 주택연금 가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 역시 50세가 지나야 한다.
입주 연령 제한이 사라지면 매도가 자유로울 수 있으나, 연령 기준이 완화될 여지는 사실상 없다. 60세 미만의 사람들이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을 분양받아 입주하면서 논란이 벌어졌고, 결국 분양형 실버타운 폐지로 이어졌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중앙하이츠 아쿠아’는 이러한 점으로 입주 당시부터 문제가 불거졌다. 입주 13년만인 2021년에는 노인복지주택에서 일반주택으로 건축물 용도를 변경했다.
게다가 현재 실버타운 입주를 준비하는 계층은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로, 왕성한 사회활동을 통해 부를 축적하거나 늘렸던 경험이 있다. 부동산 상승기를 거치면서 주택 가격이 오르는 경험을 한 이들이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수요가 제한된 실버타운을 선택한다면 자산 가치 하락을 고려해야 한다.
■ 어떤 실버타운 만들어야 할까.
이번 제도 개선은 건설업계 및 요양업계의 요청에 정부가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업계에선 분양형 실버타운을 공급할 수 있게 제도를 바꿔달라는 의견이 많았다. 공급 주체가 운영 부담을 져야하는 임대형과 달리, 분양형 실버타운은 일반 주택처럼 분양을 통해 투입한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업계에서 실버타운 공급 다양화를 요청했던 이유는 빠르게 진행된 영향으로 실버주택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한국은 2000년 만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7.2%를 차지해 고령화 사회에 들어섰는데, 불과 10년 뒤인 2018년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반면 노인복지주택은 2018년 35개에서 2023년 38개로, 5년간 고작 3개 늘었다.
실버타운 전문가들은 실버타운 공급 활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시장에 당장 유의미한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다양한 형태의 실버타운을 공급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하면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20여년 실버타운에 종사해 온 한 업계관계자는 “공급과 할성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본다”면서도 “개발 주체가 투자금 회수에 유리한 분양형만 공급하면 미분양이나 쏠림 현상 같은 부작용이 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노인복지주택, 노인전용주택 등 다양한 어르신 주거기설을 공급하고, 수요자가 분양과 임대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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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는 매주 수요일 오후 4시~6시30분이며, 수강료는 290만원이다. 땅집고M 홈페이지(zipgobiz.com ▶바로가기)에서 신청하면 된다. (02)6949-6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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