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3.26 07:30
[땅집고]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미분양 주택이 늘고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는 중소 건설사가 속출하고 있다. 총선 이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건설사들이 줄도산할 것이란 이른바 ‘건설사 4월 부도설’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위기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업황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건설업계의 우려가 쉽게 해소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 ‘지라시 아닌 현실’…올해만 7개 건설사 줄부도
지난 22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3월 13일까지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사의 폐업 신고 건수가 929건으로 집계됐다. 평균 5~600건대였던 건설사 폐업 신고가 작년 700건대에 이어 올해 900건대 마저 넘어섰다.
건설사 폐업 건수는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지난해부터 급증했다. 종합건설사의 경우 폐업 공고 건수는 2018년 224건에서 2019년 327건, 2020년 347건, 2021년 305건, 2022년 362건을 기록한 바 있는데, 지난해 전년 대비 60.5% 증가했다. 작년 건설사 폐업건수는 2005년(629건) 이후 18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올해 들어 시공 능력 105위 새천년종합건설과 122위 선원건설 등 건설사 7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5개 업체는 부도 처리됐다. 지난해 1~2월간 2곳이 부도났던 것과 비교하면 업체 수도 증가세다. 새천년종합건설과 선원건설은 업력이 20년이 넘은 중견 건설사다.
건설업의 폐업 증가한 원인으로는 지방 미분양 주택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대형 건설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사정이 어려운 중소규모의 건설사가 폐업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6만3755가구로, 전월보다 2%(1266가구) 늘었다. 지난해 7월 6만3087가구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을 기록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1만가구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준공후 미분양은 지난달 1만1363가구로 전달 대비 4.7%(506가구), 전년 동월 대비 50.6%(7546가구) 증가했다. 이 역시 2020년 12월(1만2006가구)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다.
건설사 수주 활동도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 새해 첫 달인 지난 1월 국내 건설업 신규 수주는 8조5639억원으로 전년 동월(18조4721억원)에 비해 53.6% 줄었다. 2010년 10월(58.9%) 이후 13년여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지난달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 500대 건설기업 102곳을 대상으로 이자 비용에 대해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76.4%가 ‘현재 기준금리 수준(3.5%)에서 이미 임계치를 넘었다’고 답했다. ‘여유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17.7%에 불과했다.
■ 금융당국, 진화 나서지만…“4월에 본PF 몰려있어, 부실 현실화할 것”
금융당국은 일단 위기설 확산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주택건설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PF 정상화 추진을 위한 금융권·건설업계 간담회에서 이후 ‘4월 위기설’에 대해 “고금리, 고물가가 오래 지속되면서 기업·가계 부담이 커졌고 일부 금융사, 건설사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잘 알고 있다”며 “상반기 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유의미한 사업장, 건설사 등에 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 불안감은 여전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 부도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시평 상위 10위 대형건설사들도 유동성 관리에 전력을 다하는 상황”이라며 “미분양이 계속 쌓이고, 지방 분양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지방 중소건설사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고 했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건설사들의 사업장 준공 시기가 굉장히 집중됐는데, 준공 후 3개월에서 6개월쯤 대출 만기가 다가와 채무 상환이 본격화한다”며 “이 시기가 오는 4월 이후로 집중되어 있다”고 했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미분양으로 분양대금이 회수되지 않아 특히 중소건설사의 부실이 현실화할 것이고 융기관들이 흡수해 나가면서 충당금 쌓아서 막아가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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