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3.19 16:29
[땅집고] 평일 점심 서울 중구 북창동의 한 음식점 입구. 점심을 먹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어림 잡아도 열댓 명은 됩니다. 안쪽 골목에 있는 한 식당 앞 상황도 비슷합니다.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길게는 30분씩 대기하는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북창동 상권은 서울시청과 남대문 사이에 위치해있습니다. 서울시가 중심가 상권 실태를 조사한 결과 북창동이 서울에서 임대료가 가장 높았습니다. 그동안 임대료 1위였던 명동 상권을 북창동이 제쳤습니다.
■ 직장인 수요에 부동의 임대료 1위 ‘명동’ 제친 북창동
명동이 1위 자리를 북창동에 내준 데는 코로나19 여파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아 코로나19 기간 방문객이 급감했고 그 여파가 지난해 임대료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반면 북창동 상권은 내국인 수요 기반이어서 코로나19 충격이 덜 했고 거리 두기 해제 후 서울시청·한국은행 등 주변 직장인들의 외식 수요가 늘면서 공실 우려가 적었습니다. 명동 상권에 비해 좁고 집약적이지만 직장인들이 점심·저녁 상권으로 찾은 영향이 컸습니다.
북창동은 1㎡당 월 18만원으로 통상 임대료가 가장 높았습니다. 명동 17만3700원, 압구정로데오역 14만800원, 강남역 13만7900원 등 주요 상권보다 비쌉니다. 북창동은 평균 전용면적 60.2㎡(18.2평)로 환산하면 월 평균 1087만원을 임대료로 지급하는 셈입니다. 즉 탄탄한 직장인 수요로 임대료가 치솟았습니다. 명동은 물론 강남 한복판 압구정로데오역과 강남역 상권 임대료보다 비쌉니다.
■ 밤문화 1번지 북창동, 업소 나간 자리에 식당 들어섰다
북창동은 밤문화의 대명사였습니다. 1980년부터 노래방이나 단란주점, 룸살롱이 많아서 유흥가로 알려졌던 곳입니다. 그러나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일부 업소들이 강남으로 활동지를 옮겼고, 불법 성매매 단속이 심해지면서 대부분 문을 닫았습니다.
유흥가가 빠져나간 뒤, 북창동을 채운 건 음식점이었습니다. 이곳에는 수십년 역사를 자랑하는 김치찌개, 삼계탕 전문점이 제법 있었는데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실제로 북창동 골목 유명 음식점은 평일 점심에는 줄을 서서 먹어야 할 정도로 인파가 몰립니다.
최근에는 유명 음식점의 체인점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임대료를 버티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떠나갔는데, 자본을 내세운 브랜드 음식점들이 빈 자리를 꿰찼습니다. 강남이나 신촌 같은 다른 상권에서 유명세를 얻은 곱창전문점과 참치전문점, 고깃집 등이 줄줄이 북창동에 들어섰습니다. 북창동 거리 주요 음식점 간판에서는 ‘시청점’이라는 글자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상인들은 수십년 역사를 자랑하거나 전국에 체인점을 낼 정도로 알려진 음식점이 아닌 이상, 이곳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 북창동 식당 간판에 ‘시청점’ 한가득한 이유
북창동이 이처럼 높은 임대료 시세를 형성할 수 있는 배경은 바로 사계절 내내 탄탄한 직장인 수요를 가진 상권이라는 점입니다. 한때는 삼성을 상징하던 그룹 본관 건물과 삼성생명 본사, 태평로 빌딩이 모두 있어서 ‘삼성 타운’으로 불렸습니다.
삼성이 떠난 지금도 북창동엔 점심을 먹기 위해 줄을 서는 직장인들이 많습니다. 북창동 초입에는 한화 계열사인 플라자호텔을 비롯해서 한화손해보험, 한화생명 등이 있는 한화금융프라자가 있습니다. 삼성의 태평로 본사 새 주인도 부영그룹입니다. 서울시청 같은 관공서도 있습니다. 사실상 비수기가 없는 곳입니다.
정은호 노른자 부동산중개법인 대표는 “개인으로 (북창동에) 오는 경우는 없고 프랜차이즈나 브랜드 문의가 많다”며 “기업이 주를 이루는 상권이라 직장인 상대하는 식당이 대부분이고, 낮에는 한식, 저녁에는 술 장사를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 “수요 탄탄한 직장인 상권, 더욱 양극화”
전문가들은 북창동 같은 직장인 상권에서도 양극화가 일어날 것으로 분석합니다. 가게 운영 노하우와 수요자 데이터를 가진 유명 식당이나 기존 지역 맛집이라면 안정적인 매출을 낼 가능성이 높지만, 경쟁력이 없는 식당이라면 매출 감소, 임대료 부담으로 인해 결국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김영갑 KYG상권분석연구원 교수는 “성수동이나 시청 같은 직장인 상권은 흔들림이 없다”며 “수요가 확실하게 보장된 상권일수록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역 만의 노포들은 살아남겠지만, 경쟁력이 없는 가게라면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북창동처럼 고정 수요가 탄탄한 상권일수록 자본을 앞세운 브랜드 진출이 더욱 활발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밤문화로 화려했던 북창동 뒷골목이 기존 노포와 프랜차이즈 업계가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상권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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